국내 첫 혈장치료 완치 소식에 고무

‘혈장 치료’ 코로나19 최후의 옵션되나?
국내 첫 혈장치료 완치 소식에 고무
완치된 사람의 면역력 활용한 치료법
효과검증 더 필요·가이드라인 마련
혈액원 운영 의료기관서 우선 진행
 

세브란스병원 최준용·김신영 교수팀은 코로나19 감염으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을 동반한 중증 폐렴이 생긴 환자 2명에게 혈장치료를 한 결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대한의학회지(JKMS)’ 7일자에 발표했다. 사진은 혈장치료 전후 코로나19 환자의 폐영상 비교. /세브란스병원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한 ‘혈장치료’ 완치 사례가 국내에 보고되면서 혈장치료가 딱히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코로나19 최후의 치료 옵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당국도 혈장치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 대응에 나섰다.

혈장치료가 주목을 받은 건 당연히 완치 사례가 나오면서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김신영 교수팀이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가 대한의학회지에 지난 6일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완치자의 혈장 500㎖를 각 환자에게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고, 동시에 스테로이드 치료도 시작했다. 이후 림프구 수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낮아지는 등의 상태를 거쳐 2명의 환자 모두 완치해 회복했다. 이들 환자는 65세 이상의 고위험군으로 혈장치료 당시 중증 상태였다. 별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다만, 효과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약(플라시보)과 섞어 신약후보물질의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시험과 달리 치료제가 없는 신종 감염병 환자 및 절박한 중증의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했던만큼 통제변인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국내 혈장요법 연구를 주도한 최 교수 역시 “스테로이드 치료와 혈장요법이 함께 시행돼 완치 사례가 혈장요법 단독의 결과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이어 지난 1일 한국도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들에서 채취한 혈액 제제를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론상으로는 이미 동종의 바이러스를 경험한 항체는 항원을 쉽게 인식하거나 대량의 대항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바이러스로 인한 증상 완화 및 치료 기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딱히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신종 감염병에서 환자가 중증에 이른 경우 혈장요법이 최후의 옵션으로 시행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혈장치료를 이용한 코로나19 완치 사례가 나오면서 보건당국도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혈장치료가 혈액원을 운영중인 의료기관에서 우선 진행될 전망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최종 심의를 앞둔 코로나19 혈장치료지침(가이드라인) 일부 공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현재 서면심의 중인 지침상에서는 일단 전국의 의료기관 중에서 혈액원을 가동하고 있는 의료기관이 우선적으로 의료기관의 해당 환자에 대해서 확진자 중 격리해제자로부터 혈장을 확보해서 치료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예외적으로 다른 의료기관도 혈장치료가 가능하다. 다만 혈액원이 없는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시행하게 될 경우 혈장의 확보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기에 혈액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대한적십자 등 다른 혈액원의 참여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권 부본부장은 “회복기 혈장 자체가 현재 혈액관리법 적용대상은 아니지만 혈액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혈액원 등의 참여방안 등도 대략적인 구상안을 가지고 있다”며 “전문가들과 일단 임상적인 논의 후에 바로 신속하게 구체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최종 서면심의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지침은 격리해제 후 회복기 혈장을 14일부터 3개월 사이에 한 번에 500㎖씩 확보하고, 이를 통해 혈장치료를 시도하는 안이라고 발표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현재로서는 전문가 회의 등을 통해 이미 이루어진 치료 시도에 대한 검토, 성과 등을 알아보고 있다”며 “전문가 학회, 중앙임상위원회 등을 통해 어떤 검토가 필요한지, 회복기 혈장을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치료에 사용할 때 어떤 전문가 집단이 가이드라인이 필요한지, 여기에 소요되는 재정 지원은 어떻게 해야할 지 등을 구체적으로, 또 신속하게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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