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중 변호사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원 칼럼
사회적 거리 두기
강신중(법률법인 강율 대표변호사)

WHO(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를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감염병)으로 선포하였다. 팬데믹이란 감염병 최고 경고 단계로서 역사상 14세기 중세 유럽 인구 1/3의 생명을 앗아간 페스트, 1918년 스페인 독감(사망자 약 5천만 명 추정), 1968년 홍콩 독감(사망자 약 100만 명 추정), 2009년 신종플루(사망자 약 1만 8천500명)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코로나19로 우리는 급격하게 달라진 사회·경제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뉴스 중에, 특이하게도 코로나 19로 인해 자연환경이 좋아졌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BBC에서 방송한 내용 중에는, 올 초 자동차에서 배출한 온실가스가 예년보다 약 50% 줄었다고 한다. 중국은 코로나 창궐 이후 푸른 하늘로 변했고, 가족들이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져서인지 임신이 늘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베네치아에는 돌고래가 돌아왔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부정적인 사태들이 속출하여 우려를 낳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지구를 위해, 인류를 위해 열심히 또 바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도리어 지구가 힘들어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전염병 확산으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쉼’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구와 자연에게도 숨을 쉬게 하는 시간이 되었을 수 있다.

많은 매체가 전망하기를, 코로나19로 변화된 우리 삶의 패턴이 돌아오기까지는 약 18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아마 ‘사회적 거리 두기’일 것이다. 좌우로 2m 정도 떨어져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하자는 캠페인이다. 최근 방역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방법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15일 스페인 출신의 아트 디렉터인 후안 델칸(Juan Delcan)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이 화제다. 성냥개비가 마치 도미노처럼 나열되어 있고 연달아 불이 붙는 과정 중에 성냥개비 하나가 자기 자리를 이탈하는데, 그와 동시에 성냥개비의 불이 그 자리에서 멈춰 버린다. 후안 델칸은 이 영상 제목을 다음과 같이 명명하였다. “Do your part and stay home. It’s all we can do.”(당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집에 있어라.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사회적 거리를 두고 지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보도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성냥개비가 다 타는 애니메이션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떻게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Animated match-burning video shows how social distancing can stop the spread of Covid-19)고 평가하였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타인과 거리를 둠으로써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의지가 담긴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WHO(세계보건기구)는 이 표현에 대하여 사회적인 관계 단절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물리적 거리 두기(physical distancing)를 의미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캠페인에서는 우선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 씻기,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하기, 외출 시 마스크 착용하기가 가장 기본이 되는 수칙으로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행사·모임 참여 자제 등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기업들은 출퇴근 시간을 다양화한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제, 종교계에서는 주말종교행사(예배·미사·법회)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집회를 자제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고 있다. 대학교육 역시 이에 발맞추어 온라인 강의를 통해 교육의 디지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동안 우리는 또 다른 거리 두기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공존해 나가야 할 생태계를 파괴하고 독식해 온 인류의 익숙하고 당연한 ‘이기주의’에 대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의 발생 역시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무분별한 공업화를 진행해 온 결과물이다. 친환경적이고 자연친화적인 건강하고 건전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지금까지 익숙하고 편안함만 추구했던 생각을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신자유주의는 교육, 의료, 교통 등과 같은 인간의 삶의 영역에 시장논리의 잣대로 침투하고 있었다. 성적 제일주의, 경쟁 지향적 평가방식, 돌봄 노동이 필요한 부분까지 시장화, 민영화를 진행시켰다. 독립적이고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취업을 위해 과도한 스펙 쌓기에 전념하게 되어 자신과 사회, 세계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하여 자의반 타의반 ‘쉼’을 겪게 되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우리가 잠시 잊었던 가족과의 밀도 높은 관계 형성과 자연을 찾아 안식하는 활동의 기회를 갖게 되었다고 위안을 삼는 것도 현명한 생각일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될 것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효적인 대처방법의 하나임은 확인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단지 고립이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기회, 자연친화적인 삶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식목일 행사도 유야무야 지나쳐버렸는데, 가족과 함께 집에서 화분에 나무라도 한 그루 심는다면 봄을 누릴 수 있는 작은 기쁨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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