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자금지원 중단’ 초강수
‘중국 편향성’ 이유 들어 자금줄 끊어
팬데믹 국면서 후폭풍 예고
트럼프 행정부 대응 부실 논란
역풍 속 국면전환 시도 포석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을 전격 지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상의 문제를 들어 초강수를 꺼낸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WHO의 최대 기여국으로, 지난해 미국의 WHO 분담금은 4억 달러(약 4천900억원) 이상이었다.

WHO에 대한 이번 자금 지원 중단 지시는 충동적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국제 리더십 실종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국제기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면서 탈퇴도 불사해온 정책 패턴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유엔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 문제제기, 파리기후협약 등 국제협약 탈퇴,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공격 등 트럼프 대통령의 과거 ‘전력’을 거론하면서 국제기구들이 미국을 벗겨 먹어왔다고 끊임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불평해온 점을 언급했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발표하는 트럼프대통령/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편들기를 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은폐·축소해 팬데믹 확산을 초래했다는 점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꼽았다.
WHO의 중국 편향성 등을 그 이유로 들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국면에서 전 세계 보건 문제를 이끄는 국제기구에 대한 자금줄을 끊는 극약처방을 통해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어서 만만치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검토 작업이 실시되는 동안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고 CNN방송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재검토 작업은 코로나19의 확산을 은폐하고 그릇된 대응을 하는 데 있어 WHO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기본적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실패했으며 이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현장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의료 전문가들의 중국내 파견을 위해 제대로 일을 했다면, 그리고 중국의 투명성 부족을 비판하는데 있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사망자를 매우 적은 규모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고 수천명의 목숨을 구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세계적인 경제적 피해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허위 정보를 촉진함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확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은 매년 4억∼5억 달러의 자금을 WHO에 댔는데, 중국은 대략 4천만 달러를 기여한다”는 불만도 거듭 제기했다.

그러면서 WHO가 중국으로부터 나오는 보고들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더라면 코로나19가 보다 더 억제되고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허위 정보를 조장함으로써 보다 광범위한 확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해 WHO에 계속 관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WHO 자금 지원 중단 선언은 그가 지난 7일 자금 지원 보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언급을 처음 내놓은 지 8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중국발 입국 금지 조치와 관련, ”WHO는 나의 (중국에 대한) 여행 금지 조치에 동의하지 않고 비판했다. 그들은 아주 중국 중심적인 것 같다“며 중국 편향성을 주장한 뒤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돈을 내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자금 지원 보류 카드를 꺼내 들며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연합뉴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다음날인 8일 ”바이러스를 정치 쟁점화하지 말라“고 정면 반박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제반박에 나서는 등 양측이 정면충돌 양상을 빚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은 4천200만 달러를 지출하고 우리는 4억5천만 달러를 지출한다. 그런데 모든 것은 중국의 방식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옳지 않다“며 WHO의 중국 편향성을 거듭 제기했다.

당시 브리핑에 함께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WHO 자금 지원 문제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전 세계가 코로나 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자유 진영 리더로서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국제 공조를 견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국제기구의 숨통을 끊는 방식으로 위협을 가한 셈이어서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 대응 부실 논란 등으로 국내적으로 책임론을 둘러싸고 거센 역풍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외부로 그 화살을 돌린 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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