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맞은 전남 들녘 ‘삼중고’

코로나19 장기화…인력난 심각

외국인 근로자 입국도 가로막혀

농수산물 소비·출하 대폭 감소

감·배 과수농가 냉해 피해 확산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전남 들녘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인력 공백으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 최대 고구마 산지인 해남에서는 고구마 순 심기 한창이다. /해남군 제공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은 전남 농촌지역이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가뜩이나 농촌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져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각급 학교 개학이 미뤄지고, 외식업체 경기도 침체하면서 주요 농수산물 소비와 출하도 대폭 감소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새벽시간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저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도내 감·배 등 과수재배 농가들은 냉해 피해를 보고 있어 농촌지역 경제 기반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 경계 태세를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김석기(왼쪽) 농협 전남지역본부장이 최근 영하2도까지 떨어지는 기후로 인해 냉해피해를 입은 영암 금정면 대봉감 농가와 나주시 배 농가를 찾아 피해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전남농협 제공
◇농촌 곳곳 ‘구인 전쟁’

“지금 한창 일손이 필요한 시기인데 사람 구하기가 너무 어렵네요”

전남 해남군 산이면에서 3천305㎡ 규모의 고구마 농사를 짓는 유 모(34)씨는 요즘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

이달 초부터 고구마 순을 심는 시기가 시작됐는데 일에 속도가 나지 않는 게 야속하기만 하다.

농촌 고령화로 60∼80대 노인이 대부분인 이 마을에서 젊은 일손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워서다.

유씨는 가족들과 마을 이웃 주민 등의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고 있다. 유씨의 속을 또 태우는 것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품삯이 더 올랐다는 것이다.

유씨는 “지난해 이맘때 일당이 8만원인데 올해는 인력사무소에서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촌에서는 때를 놓치면 한해 농사를 망치는 것이나 다름없어서 일할 사람 구하느라 지금 피가 마른다”고 한숨을 지었다.

주변 배추 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 김 모(56)씨는 지난달 하순부터 봄배추를 심는 시기가 시작됐는데 올해는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농촌 일손의 80∼90%를 담당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마을에 빈집까지 임대해 10∼20명씩 상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도 설이 지나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김씨는 “봄배추는 하우스 농사를 제외하고는 인력경쟁이 심하지 않은 작목인데도 작년과 확연히 다르다는”며 “외국인 노동자들마저 철수하면서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제때 정식을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씨마른 외국인 노동자

이처럼 농어촌지역의 가장 큰 코로나19 피해는 인력난 때문에 발생할 것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국에 머물렀던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가 본국으로 돌아간 반면 세계적 유행 이후 입국 제한 등으로 신규 입국은 매우 어려워지면서 노동력 공백 사태가 심각해졌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관광비자 등으로 들어와 농촌에서 여러 일손을 도와왔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입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심각한 일손 부족에 허덕이는 농촌에서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의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농·어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은 4만4천여명으로 전체 농림·어업 인구(121만7천명)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남도와 일선 지자체는 농업인력지원 전담상황실 운영 등으로 인력난 덜어주기에 나서려고 하지만 사람 만나는 것조차 기피하는 상황에서 국내 인력도 구하기 어려워 효과는 미지수다.

전남도 관계자는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농번기를 앞둔 농민들의 우려가 크다”며 “인력수급 상황을 꼼꼼히 살펴 농업인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과수 냉해 피해도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내 감·배 등 과수재배 농가들은 냉해 피해를 보고 있다.

감 주산지로 유명한 영암 지역 대봉감 재배면적은 650㏊로 이 중 585㏊인 90%에서 최근 냉해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영하권으로 낮아진 새벽 저온 현상이 며칠 계속되면서 꽃봉오리가 검게 변하고 수정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나주의 배 재배 농가 역시 전체 면적의 50% 수준이 넘는 972ha 재배면적에서 냉해 피해가 발생했다. 이달 5~6일에는 영하 4도까지 낮아지면서 배꽃의 인공 수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열매가 맺혀도 발육 부진이나 기형과로 성장해 상품성이 떨어질 것으로 농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농협 등은 감·재배 농가를 찾아 피해 현황을 살피고 지원방안 협의에 나섰다.

작목이 힘을 키울 수 있도록 영양제를 50% 할인해 농가에 보급하고 농업인 지원 선급금 상환 유예 등 피해 농가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피해 과수와 면적이 광범위해 역부족인 상황이다.

김석기 전남농협본부장은 “일손돕기 지원과 무이자 자금을 최대한 활용해 농가가 받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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