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순천 옥천조씨(玉川趙氏) 절민공파 종가 /조승훈가옥
절개·의리 이끈 가문 …한국 100대 명당
시조는 고려 문하시중 조전
두문동 72현 조유, 순천 주암 입향
절민공파 종가조는 조숭문
단종복위 절의 지킨 충신
부친따라 순절한 조철산 교관공 효자
조종원, 고경명 휘하 임진왜란 의병장
구산마을 세시풍속 구산용수제 보물
구산양반쌀엿 대한민국 식품명인 지정
전남 동남쪽 모후산과 조계산 사이에 흐르는 보성강과 지류인 주암천이 굽이쳐 흐르는 곳에 펼쳐진 들판이 순천 옥천조씨(玉川趙氏) 절민공파가 집성촌을 이루고 농사지었던 연정평이다. 강과 천으로 둘러싸인 조그만 산이 거북을 닮아 구산(龜山·거북구 뫼산)이고 마을이름도 여기에서 유래했다. 대숲 우거진 구산의 거북은 연정평 넘어 남해바다를 내다보는 듯하고, 거북 심장 쯤 되는 위치에 종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 100대 명당 집터라는 순천 승주 조승훈가옥(전남문화재자료 제178호), 절의정신을 지키며 겪은 고초를 이겨내고 번성한 마을을 이루며 미풍양속을 계승하고 있는 옥천조씨 종가를 찾아 가문의 내력을 들어본다.
◇ 고려 문하시중 조장, 가문 열어
고려 문하시중을 지낸 조장(?~?)이 옥천조씨 시조로 가문을 열었다. 조장의 증손자 조원길(?~? 호는 농은)은 공양왕을 세우고 공신에 올라 옥천부원군에 봉해졌다. 포은 정몽주 등과 뜻을 같이한 고려말 충신 5은 중 한사람이며 고려가 망하자 순창에 은거했다. 이 순창의 옛이름이 옥천이다.
조원길의 차남 조유(1346~1428)가 고려에 대한 절의를 지킨 두문동 72현 중 한사람이고, 그가 내려와 순천 겸천(현재 주암)으로 입향했다. 세종은 부친의 뒤를 따른 조유에게 시를 지어 내리고 효자정려(효자부정조유지여)를 하사해 상호정(전남문화재자료 제49호)에 보존돼 있다.
◇부자가 충신 대물림, 조선에도 이어져
조유의 아들 조숭문(?~1456)이 조선 충신의 표본인 성삼문의 고모부로서 계유정난(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기 위해 일으킨 사건) 단종 복위운동에 연루돼 순절했다. 아들 조철산도 부친의 뒤를 따라 화를 입었다.
‘충효(忠孝)’의 상징이 된 조씨 부자의 신원은 정조 순조 때 복권됐고 조숭문은 ‘절민공’, 조철산은 ‘교관공’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조숭문의 자손이 18대를 이어 절민공파 종가를 잇고 있다.
◇임란의병 참전 옥천사람 자부심
종가의 가훈은 겸인오덕(謙忍悟德, 겸손하라, 인내하라, 깨달아라, 덕을 세워라)이다. 조숭문의 6세손 조종원(?~?)은 내금위 훈련원봉사로 임진왜란 때 한양이 함락되자 조정, 조효원 등과 의병을 규합해 고경명장군 휘하의 전군수어장으로 활약했다. 금산전투에서 전사해 선무원종공신에 올랐다. 이때 조씨 일가는 의로운 집안의 자부심으로 ‘옥천인’이란 머리띠를 하고 700여명이 의병에 동참했다고 한다.
◇구휼하며 평야 농사 이끈 부자종가
조숭문의 9세손인 조치형(1642~1754)이 1676년에 종가를 건립해 현재에 이른 조승훈가옥에는 안채와 사랑채, 곳간채, 제실, 아래채, 중문간 등이 보존됐고 종가 뒷산에는 절개의 상징 대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연정평 농사를 운영하는 부자종가로서 당산에서 징을 치면 농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바가지를 하나씩 들고 곳간채에 와서 스스로 쌀 한 바가지를 퍼가도록 했다고 한다. 종가에서는 곳간채를 마을 공동 관리의 의미로 ‘곳집’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절개 의리를 미풍양속으로 계승
구산마을에서는 종가를 중심으로 정월대보름이면 화재를 비롯한 액운을 막고 풍년을 기원하는 구산 용수제(九山 龍水祭, 전남무형문화제 제32호)를 지낸다. 옹기를 묻어 물을 채워 두고, 마을 어귀에 오리 형상의 짐대를 세워 제사를 지내는데 물보기, 달집태우기, 마당밟기 등 공동체를 결속하는 의식으로 이뤄진다. 이 집안에서 만든 협동조합에서는 제사에 올리는 조청과 엿을 종가음식으로 개발해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거북 산’이라는 구산, 마을 이름 되찾길
일제 때 일본의 과거 천황 칭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마을이름이 아홉(九)자 구산으로 지명등록해 거북뫼의 지명을 잃었다고 한다. 거북은 용왕의 뜻을 전하는 신하로, 고진감내 역전승의 우화로 우리 삶 속에 친근한 동물이다.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 중 하나이며, 동서남북을 지키는 수호신 청룡·백호·주작·현무 중 현무가 거북이다.
제정일치 시대 제왕은 거북 등껍질로 길흉을 점쳐 통치했고, 여기서 갑골문자가 탄생했다. 동명왕은 거북(자라)의 도움으로 목숨 구해 고구려를 건국했고, 수로왕과 가야왕들은 거북 알에서 탄생했다는 건국설화도 우리 민족 생활에 뿌리 깊은 인연을 말해준다. 거북 형상 명당에 자리한 옥천조씨 절민공파 종가도 전통 풍수사상을 입증이라도 하듯 18대를 이은 절의정신의 자부심을 명당집터에서 일구고 있다.
글·사진/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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