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정원내 기부채납 60억 VR체험관 ‘허공에’
시의회, 공유재산 취득변경안 부결 ‘사업취소’
순천시 “거액 민간기부 왜 거부하나”어리둥절

순천시가 하나은행의 60억 기부로 순천만국가정원내에 설치키로 했던 VR체험관이 순천시의회 상임위에서 부결되면서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순천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이하 행자위)는 지난 21일 순천시가 제출한 순천만국가정원 VR체험관 기부채납을 위한 2020년 공유재산 취득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시의회는 23일 본회의를 열어 행자위가 “부결시킨 공유재산 취득 변경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보고함으로써 VR체험관 건립 사업은 아예 취소되거나 최소한 일정 기간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순천시의 국가정원내 전망대 건립사업은 2013년 하나은행이 60억원을 들여 55m 높이의 전망대 건립 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시작됐다. 순천만정원이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던 2015년 9월 한국정원 수목원 안에 전망대 건립하는 기증서를 하나은행이 순천시에 보냈고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공유재산심의 의결로 전망대 건립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18년 6월 60억원대의 전망대 건립 입찰에서 3개 업체가 기준가격을 넘어선 입찰가를 써내는 바람에 유찰됐다. 같은해 7월1일자로 허석 시장이 취임한 뒤 순천환경연합회 등의 전망대 건립 반대가 심화되자 11월 허 시장이 사업 내용을 크게 변경했다. 허 시장이 하나은행 회장과 만나 수목원내 전망대 보다는 국가정원의 4계절과 나이아가라 폭포 등 세계 유명 관광지를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는 VR체험관으로 변경하고 장소도 동문 주차장 옛 검역소 부지로 변경한다는데 합의했다.

순천시의회 행자위는 2019년 12월 공유재산 취득변경안을 심의하면서 VR체험관 기부자인 하나은행측이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내에 건립하기를 희망하고 있음에도 국가정원에서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 “잡월드 부지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안건 처리를 보류했다. 행자위는 올해들어 지난 2월 “현장방문과 하나은행 관계자 면담후 결정하자”며 두번째 보류 결정을 내렸다.

행자위는 지난 21일 회의에서 “국가정원내 시설물 축조 및 VR체험관 등이 바람직한지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아예 부결처리했다. 행자위가 그동안 두 차례 보류결정에 이은 이날 부결 결정은 이 사업을 취소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자위 소속으로 VR체험관에 반대한 의원들은 “정원내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정원의 취지에 반하고 비록 규모는 작지만 기존 VR체험장이 시내 두 곳에 있어 중복되는데다 청소년들의 VR에 대한 호감도가 반짝 수요에 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대안을 찾자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순천시는 “국가정원 동문쪽 옛 검역소 부지가 생태문화교육원, 잡월드, 스포츠 센터 등의 외부 시설과 연계성이 우수하고 가족단위 국가정원 관람객 중에 어른들과 청소년들의 여행 패턴이 다른 점을 감안, VR체험을 선호하는 청소년들을 유도하는 등의 잇점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관련 순천시민 일각에서는 “국가정원 외곽 주차장 인근이어서 정원 취지를 훼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내 다른 VR은 게임체험이거나 콘텐츠 제작을 하는 곳이어서 본격적인 가상현실 체험공간인 VR체험관과는 차원이 다른 점을 감안하면 시의회의 발목잡기 견제에 불과하다"며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유홍철 기자 yh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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