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게장·생선구이 밥 도둑의 ‘유혹’

광주 북구 신안동 ‘지글보글’

화덕에서 구운 생선은 바삭 촉촉

집간장과 게장 숙성 기간이 ‘비결’

푸짐한 인심이 담긴 밑반찬은 덤.
 

북구 신안동의 지글보글의 대표메뉴 간장게장과 생선구이.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한국인의 힘은 밥심’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밖에서 하루의 반 이상을 소비하는 직장인일수록 더욱더 그리운 것이 바로 ‘밥’이다. 밥도둑으로 불리는 대표 음식들이 있다. 바로 간장게장과 생선구이다. ‘원조 밥도둑’으로 꼽히는 게장은 특히 늦봄~초여름 사이에는 알이 꽉 찬 꽃게가 별미다. 이 두 가지 대표 ‘밥도둑’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단연 신안동 광주역 골목에 숨어 있는 ‘지글보글’을 빼놓을 수 없다.
 

주인 이상덕(62)씨가 다 익은 생선을 화덕에서 꺼내고 있는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바삭·촉촉한 화덕 생선구이

대표 식사메뉴인 생선구이를 시키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주인장이 직접 캔 두릅과 미나리, 깍두기 등 푸짐한 반찬 한 상이다. 이 집의 반찬은 산에서 캔 나물로 반찬을 만들기 때문에 주인장 부부의 입맛대로 그때그때 메뉴가 바뀐다.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자극적이지 않고 특유의 감칠맛이 있어 반찬만으로도 공깃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다. 푸짐하고 인심 좋은 주인장 덕에 운이 좋으면 직접 담근 각종 장아찌도 맛볼 수 있다.

반찬을 먹고 있으면 돌판 위에 투박하게 담긴 생선구이가 나온다. 조기와 갈치, 고등어가 함께 나오는데, 생선구이는 화덕에서 고온으로 구워져 나와 기름기가 쏙 빠져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소금 간이 돼 있지만, 전혀 짜지 않고 살은 두툼하고 쫄깃하다. 생선구이와 함께 나오는 솥 밥을 숟가락으로 퍼서 그 위에 생선 살 올려 베어 한 입 물면 자연스럽게 막걸리 한잔이 생각난다. 함께 등장하는 된장국은 입맛을 더욱 돋게 해준다.
 

속이 꽉찬 간장게장.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잃어버린 입맛도 되찾는 게장

지글보글에서는 발효효소와 직접 담근 간장을 이용해 간장게장을 만든다. 주로 목포와 완도 등 전남 앞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게를 쓴다. 사실 간장게장의 게는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작으면 먹을 게 별로 없다. 이 집게는 딱 중간이다. 엄지와 검지로 잡고 한입에 먹기 좋을 만큼의 알맞은 크기지만 살과 알은 가득 베어져 있다. 싱싱한 돌게를 주인 부부가 직접 담근 집 간장과 각종 마늘, 생강을 넣고 3~4일 정도 숙성을 시키면 비로소 간장게장이 완성된다. 이 기간은 게살의 식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타이밍이다. 간장에 게를 오래 담그면 살이 뭉개지고 자칫 잘못하면 짜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음파 세척기와 알칼리 수로 깔끔하게 단장한 어여쁜 돌게와 주인장의 정성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게딱지에 따끈한 밥 한 숟가락을 넣고 비벼 김에 싸 먹으면 밥 두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이 집은 술을 팔지 않는 곳이지만 음식을 먹다 보면 맛있는 게장에 만취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잃어버린 입맛 되찾기로는 빨갛게 무친 양념게장도 빼놓을 수가 없다. 양념게장은 부드러운 게살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담아낸다. 이외에도 저녁에는 화덕에 초벌구이하고 대나무 숯에 구워 나온 양념갈비도 인기 메뉴로 꼽히고 있다.
 

게장백반과 생선구이, 갈비가 한상 부러지게 차려진 모습.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푸짐한 양…넘치는 인심

푸짐한 인심 덕분인지 이미 동네에서는 입소문이 많이 났다. 근처 직장인들을 비롯한 서울 수도권 곳곳에서도 단체 손님들이 종종 찾아와 맛에 감탄하며 깨끗이 그릇을 비우고 가기도 한다. 이 집은 가성비가 좋다. 만 원짜리 생선구이 정식을 시키면 솥 밥을 비롯한 고등어와 갈치 등 여러 종류의 생선이 나온다. 주인장의 푸짐한 인심이 담긴 밑반찬도 덤이다. 알이 꽉 찬 간장게장도 마찬가지다. 주인 부부의 친인척들이 전남 등지에서 농사를 짓는데, 각종 쌈 채소를 비롯한 재료를 직접 공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음식에 대한 철학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옥자(62·여), 이상덕(62) 주인 부부는 “별다른 철학은 없다. 그냥 집안 식구들 음식 준비하듯이 정성을 다하는 것이 전부다”라는 소박한 답변을 내놨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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