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만 우선하는 신도시개발 더이상 안돼
심진석(남도일보 중서부취재본부 차장)

예전 학창시절 200원짜리 네모난 지우개는 항상 필통속에 존재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필기를 하거나 문제를 풀다 틀리면 이를 지우기 위해서다.

이런 학습효과 때문인지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도 실수를 하거나 잘못된 일이 있으면 또 다른 형태의 지우개를 찾는다. 그것이 변명 또는 해명일수도 있고, 때론 거짓일수도 올바른 해결책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종점에는 공감(共感)이라는 전제가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누구나 듣고 고개를 끄덕일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목포·무안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남악신도시 개발 등 지역 도시개발사업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전남도와 전남개발공사 등 각 지자체와 기관들의 태도를 보고 있노라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전남도청이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로 이전하면서 출발한 남악신도시 건립(총 면적 1천453만9천㎡)사업은 계획인구 15만명(4만5천세대)유입과 함께 자연과 교육, 경제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명품도시 육성을 목표로 추진됐다 . 사업은 크게 1단계 남악·옥암·오룡지구 개발(2003년~2011년), 2단계 임성지구(2011∼2014년)개발, 3단계 망월지구(2015∼2019년) 개발로 나눠 진행될 예정이었다. 첫 삽을 뜬지도 20년 가까이 됐지만 현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당초 계획인구에 3분의 1정도인 5만여명 정도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언제 추락할지 모를 만큼 위태롭다. 개발논리에 의해 마구잡이로 들어선 상가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텅텅 비어 있다. 밑바닥 경제로 불리는 지역 자영업자들은 매일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런데도 수천세대 이상 대규모 택지공급은 매년 꾸준히 진행중이다. 사람은 없는 데 건물만 서 있는 요상스런 도시가 되고 있다. 인구감소 시대를 감안하지 않은 도시개발의 전형적인 폐해다.

그나마 전남개발공사가 최근 오룡지구 등 일부 남악신도시 주민들과의 만남을 갖고 도로 등 일부시설물들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다. 허나 매력은 크게 떨어진다. 잘못을 지우기 위한 용도의 지우개 치고는 빈약하기 짝이 없어서다. 共(같이·함께)感이 아니라 空 (비다·헛되다)感이 될 판이다. 지금이라도 이익논리가 아닌 진정으로 지역민들을 위한 것들로 채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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