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편지-광주·전남 총선 당선인들, 초심 잃지 말아라

오치남<남도일보 이사대우/정치·총괄 데스크>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 주말, 아파트 전신거울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하는 이른바 ‘폴더 인사’를 해봤다. 전날 광주지역 한 당선인이 카카오톡으로 보낸 당선인사 속에 실린 ‘폴더 인사’(선거운동 기간에 했던 것으로 추정)가 생각나서였다.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허리를 직각으로 굽힌다는 자체가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두 손은 자연스럽게 앞으로 모아졌다. 경건하다 못해 숙연한 마음까지 들었다. 어릴 적 어르신들에게 맹목적으로 했던 ‘폴더 인사’를 제외하곤 성인이 돼 처음으로 시도한 ‘90도 인사’에 나름대로 만족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 당선인이 적은 ‘초심을 잃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 2022년 정권 재창출, 광주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란 문구가 빈말이 아닐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진 소중한 경험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딛고 4·15 총선이 끝난지 4주가 지났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당초 예상대로 광주 8석과 전남 10석을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몰아줬다. 18개 지역구 가운데 단 1석도 야당이나 무소속 유력 후보에게 주지 않았다. 총선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결과였다. 광주 광산을 민형배 후보가 84.05%로 전국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대다수가 압승했다. 그러나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한 것 보다는 지역민들이 ‘올인’해 줬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지역민들은 앞으로 4년동안 ‘원팀’으로 한 목소리를 내도록 ‘전략적 선택’을 했다. 코로나19 경제 후폭풍의 슬기로운 대처, 광주형 일자리 성공적 안착,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 광주 군(軍) 공항 이전 등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라는 지역민들의 준엄한 명령이다.

하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구 18명 가운데 15명이 교체됐다. 무려 83%가 물갈이됐다. 초선도 13명으로 72%를 차지했다. 최다선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의 이개호 의원으로 3선에 불과(?)하다. 아직도 ‘선수(選數)가 깡패’인 우리 국회 현실속에서 초선의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180석이라는 ‘공룡 여당’속에서 18석의 의원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국회의원부터 단체장, 지방의원까지 모두 민주당 일색인 정치구도가 지역 발전을 견인할지, 아니면 오히려 독이 될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

그러나 당선인들에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초심(初心)을 잃는 것이다. 선거운동기간이나 당선직후 90도로 굽혔던 허리가 점점 올라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여의도에 입성하자마자 45도로 올라간 허리가 1년도 안돼 꼿꼿이 서고 1년후엔 뒤로 젖혀지는 일부 선배 의원들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지역민을 섬기지 않으면 결코 국민을 섬길수 없기 때문이다.

소탐대실(小貪大失·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음)도 금물이다. 자기 지역구 이익에 얽매이다보면 ‘작은 그림’밖에 그릴 수 없다. 여전히 낙후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광주·전남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더 멀리 내다보면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자체에 ‘큰 그림’을 그려오라고 다그치기 보다는 서로 협력해 ‘초대형 작품’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되라는 것이다. 때론 야당 의원처럼, 때론 다선 의원처럼, 그리고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준 지역민들의 뒷배를 믿고 처음처럼 밤낮으로 뛰면 이루지 못할 일은 하나도 없다.

오는 30일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등원할 광주·전남지역구 당선인 18명 모두가 하나로 뭉쳐 300명 국회의원들의 리더그룹으로 자리잡고, 4년후나 8년후에도 다시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길 바란다. 초심만 잃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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