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 송원대 교수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위원 칼럼
사람 사용설명서가 필요한 시대
백현옥(송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90년생이 온다”, “이봐 젊은이”

엥, 이게 뭐야 싶던 제목이 다가오는 순간들이 있다. 가장 크게 와 닿을 때는 내 자식이지만 딸, 아들이 이해되지 않는 순간들이 아닐까 싶다. 가족간의 대화도 많고, 전공과 관련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집에서도 가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늘 공부를 하는 딸의 취미는 펜이나 노트 등의 문구류를 모으는 것이다. 나는 필요 이상의 문구를 모으는 딸이 이해되지 않고, 딸은 그에 관련된 이야기를 잔소리로 받아들인다. 어느 순간부터는 딸의 방에 들어가면 여기저기 다람쥐가 겨울철 도토리 숨겨놓은 것처럼 숨겨놓은 딸의 문구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게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 모으는 건가 싶을 때는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가도, 별다른 취미 없이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것이 일상인 딸이 스트레스를 저렇게 푸는 건가 하는 마음에 모른 척 눈 감기도 한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때도 있다. 가치관의 차이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서운하다. 왜 이걸 이해 못하지 하는 생각도 있다. 주변의 비혼주의나 딩크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때 가장 극심하다. 나의 가치관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 결혼을 하고도 아이를 의도적으로 갖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는 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딸이나 아들과 대화를 하면, 그들의 선택이고 굳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30여년을 같이 살아온 가족이면서도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를 느낀다.

특히 성향이 많이 다른 두 아이가 비슷한 의견을 낼 때는 더 놀라웠다. 아이들의 말처럼 ‘작고 귀여운 월급’으로 언제 결혼자금을 모으고, 아이를 키울 수 있겠냐는 말. 심지어는 그 월급 받기도 어려운 또래가 많다는 이야기가 한편으론 이해 되면서도 ‘나때는 다했는데’는 억울함. 그 이야기를 온전히 받아들이면서 그냥 이 세대의 가치관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서운한 감정이 불쑥 올라온다. ‘내가 이미 겪어봐서 하는 이야긴데 너희는 아직 못겪어 봤잖아!’

앞서 제시한 두 권의 책이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우리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샀을 때 들어 있는 ‘사용설명서’ 같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이봐 젊은이” 라는 책은 13년간 조부모와 지내면서 그 이야기를 서술한 젊은 작가의 삶이 들어 있다. 부모와 꼰대와 노인들과의 소통을 해야하는 젊은이들에게 소통의 기술을, 아직 젊다고, 나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답답할 수 있는 고령자들에게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평에서 제시하듯 세대 소통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책.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책 중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이들에게 ‘틀딱충’, ‘꼰대’?라고 불리우는 어느새 우리 세대, 혹은 우리 윗세대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어쩌면 각 세대들이 각자의 자리에 위치해 있으면서 나 좀 이해해 달라고, 나를 좀 봐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위치에서 겪는 어려움 한가득, 서로를 돌아보고 이해해 달라는 여유는 빠진 채, 내가 제일 힘드니 나를 좀 봐달라고 하는 약간의 이기심.

상담을 하면서 늘 답답했던 것은 모두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다시 이야기하면 그사람의 입장에서는 그 말이 맞지만 전체적인 입장에서 보면 아주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달라 보이는 것들이 생기는 것이 있다. 가족끼리도 아주 작은 각도의 차이만 있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저 책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그런 생각도 들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위해 ‘00이의 엄마 사용설명서’, ‘00이의 아빠 사용설명서’, ‘00이의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것이다. “엄마 때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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