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광우 작가의 광주의 의인들
<13>오월에 생각하는 장재성 선생
해방 조국에서 총살당한 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

광주고보 재학시절 첫 비밀결사
독서모임 ‘성진회’ 조직해 항일
해방이후 시국사범으로 수형중
6·25 발발하자 불법 처형당해
광주 긍지에도 독립유공자 못돼
유족·후배 등 7월 추모제 계획

장재성, 왕재일 등 광주고보생 등이 1926년 11월에 조직했던 학생비밀모임 ‘성진회’ 회원들. 원안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 장재성 선생./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제공

2020년은 6·25가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5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이 민족의 비극은 아직도 그 상흔을 치유 받지 못하여 후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에 ‘이기홍 평전’을 읽었다. 이기홍 선생은 광주학생독립운동에 가담하여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였고, 이후 고향에 내려가 독립운동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애를 쓴 분이다. 이 일로 옥고를 치렀고, 이후 광주에서 야학을 운영하기도 하였다.

해방은 왔으나 선생에게 찾아오는 것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1950년 7월 10일경 이승만 정부는 보도연맹 회원들을 소집하여 광주형무소에 수용하였다. 인민군들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용하였는데, 물론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이후 보도 연맹원들은 매일 밤 50명씩 호출되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이기홍 선생의 구술에 의하면 7월 4일 인민군이 한강을 넘어 남하하자, 이승만 정부는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시국사범들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그즈음 광주형무소엔 장재성을 포함한 시국사범들이 수용되어 있었다. 광주형무소는 보도 연맹원들을 처형하기 전, 먼저 시국사범을 처형하였던 것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이끈 장재성 선생이 이때 광주형무소에서 총살당하였다고 이기홍 선생은 전하였다.
 

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 장재성(1908~50) 선생의 광주고보 시절 모습./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제공

광주학생독립운동 주역 장재성(1908~50) 선생이 광주고보 시절 모습. 1960년대 광주형무소의 담장은 어렸을 때 나의 놀이터였다. 눈이 오면 형무소 담장 길은 빙판길이 되었다. 우리들은 대나무 스케이트를 타고 겨울 찬바람을 뚫고 종일 놀았다. 형무소에서 조금 올라가면 농장이 나왔다. 농장 옆엔 제법 큼직한 둠벙이 있었고, 이곳에서 우리들은 물고기를 잡았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농장 다리 인근은 보리밭과 밀밭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삐비를 뽑아 먹었고, 보릿대를 꺾어 풀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나는 생각한다. 장재성 선생은 어디에서 총살을 당했을까? 포승줄로 묶인 죄수들은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선생의 유골은 농장 다리 근처 어디에 묻혀 있지 않을까?

장재성이 누구인가? 1926년 11월 성진회를 결성하여 광주고보의 맹휴투쟁을 이끌었다. 1929년 6월 독서회를 조직하여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이끌었다. 1929년 11월 12일 2차 시위는 장재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시위였다. 이후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30년까지 전국 350여 개의 학교에서 5만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제2의 3·1운동’으로 번져갔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있었기에 4·19 학생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고, 4·19 학생혁명이 있었기에 1970년대 청년 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이 있었다. 1970년대 청년 학생들의 민주화 투쟁이 있었기에, 1980년 오월의 위대한 항쟁이 있었다. 이는 자명한 역사이다.

장재성 선생은 민족의 존엄을 걸고 왜놈들과 한 판 싸움을 벌인 광주의 긍지였다. 선생은 서석 초 시절 야구 대표 선수로 뛰었던 광주의 아들이었다. 이처럼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 정부가 선생에게 준 것은 독립유공자의 서훈이 아니라, 불법 총살이었다.

광주형무소에서 총살장으로 끌려가던 그 날 밤, 선생의 심경은 어찌하였을까? 여덟 살 아들과 다섯 살 딸을 아내에게 맡기고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야했던 선생을 생각하노라면 가슴이 미어진다. 유족들은 선생의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였다. 우리는 지금도 선생의 제삿날을 모른다.

한편‘장재성을 생각하는 모임’은 오는 7월 6일 오전 11시 광주일고에서 ‘장재성 추모제’를 갖는다. 추모제에는 광주학생독립운동 유공자 유족을 비롯하여 광주일고 동문, 광주 시민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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