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도 맘대로 못하는 자영업자 ‘포스트 코로나’생존 가능할까
광주 14만 7천명·전남 26만 8천명 자영업 종사
올해 1분기만 식당 460여곳 문 닫아·대책 시급
1천만원대 달하는 철거비용 무서워 폐업도 못해
 

광주 광산구 한 먹자골목에 위치한 건물에 임대 문구가 가득한 표지판들이 곳곳에 붙어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감염병 전세계 대유행)으로 사실상 사회 전 분야에 걸쳐 기존의 질서들이 모조리 무너진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받는 타격은 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취업의 문턱에서 좌절한 이들의 마지막 선택지이자 경제 생태계를 받치고 있던 최하위 먹이공급책이었던 자영업의 붕괴는 서민경제 도미노 침몰을 가져오고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누적된 피해를 회복할 뚜렷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끝없이 추락하는 자영업자

광주에서 5년째 식당을 하는 김모씨(44)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로 매일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생 2명을 해고했음에도 가게 임대료를 막지 못하는 상황까지 경험하면서 더이상 가게를 운영할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 아래 자영업자를 위한 연 이자 1.5% 규모의 긴급대출지원에 한 가닥 희망을 걸었지만 기존 대출 규모가 많다는 이유로 거절당하면서 결국 포기했다. 이는 비단 김씨만의 일은 아니다. 현재 지역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보통의 상황들이다.

호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수는 광주 14만 7천명, 전남은 26만 8천명이다. 이는 광주의 경우 전체 경제활동인구(76만 9천명)수 대비 19%, 전남은 전체 경제활동 인구 대비(98만 5천명) 27%를 각각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것은 다른 분야들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자금만 있으면 쉽게 ‘1인 사장님’으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낮은 문턱만큼 보호시스템도 부실하다는 점. 외부 요인에 의해 쉽게 흔들리고 무너진다는 의미다.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일정부분 보호를 받는 보통의 직장인들과 달리 개인사업자인 자영업자는 판매 및 홍보, 시장분석, 직원채용(최저임금 상승, 4대 보험료 상승, 주유비 지급) 등 사실상 전 분야를 책임져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희망이었던‘항아리 상권들(대규모 주거수요가 갖춰진 특정 지역에 상권이 형성돼 더 이상 팽창은 않지만, 소비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상권)’마저도 최근 과밀화에 따른 과다 생존경쟁에 의해 매출 마진이 줄면서 빛을 잃고 있다. 영세한 매장 규모 대비 과도하게 사회적 책임이 주어지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외풍에 자영업자들이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코로나 19 여파로 인해 광주 유명 먹거리 타운인 유동 오리탕 거리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사라진 채 한적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자영업 폐업도 맘대로 못해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각종 지표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2020년 4월 광주·전남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를 보면 자영업자들이 포함된 비제조업 업황 BSI(지수가 기준치 100 이상인 경우 긍정 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 이하인 경우 반대 의미)는 51로 전월대비 7p 하락했다. 특히 자금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광주·전남지역의 비제조업 자금사정 BSI는 62로 전월대비 6p나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지난 1월부터 누적된 매출 감소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막다른 골목길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선택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가 분석한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광주지역에만 460여곳의 음식점이 운영을 멈춘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처럼 폐업에 성공한 업주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것이 지역 자영업자들의 주장. 폐업을 하려면 그만큼 목돈이 또 들어가기 때문이다.

실제 직원 고용 상태서 폐업을 하려면 퇴직금을 마련해 지급해야 한다. 당연히 줘야 하는 돈이지만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선 쉽지 않다. 소득세 및 지방세 등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가게 운영을 위해 사용해 오던 전화 등 통신설비, 계산용 포스기 등 기기 해제에 따른 약정 위반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적게는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이상 들어가는 철거비용도 부담이다. ‘돈 없어 폐업 못한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자영업자 위한 대책 부실 여전

전문가들은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자영업자에게 대출 등 빚을 내주고 이를 다시 갚게하는 방식은 도리어 자영업자들을 죽이는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 전국적으로 5대 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4월에만 5조4천34억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월간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코로나19 특별 대출을 시행한 영향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출 상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2년 거치 3년 상환이라 당장의 어려움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채 누적 측면에서 보면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향후 더 늘 전망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국민에 지원된 긴급재난지원금에 마지막 희망도 걸어보지만 주로 실생활 용품 소비 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커 쉽지 않다.

지역 한 자영업자는 “이자를 낮춰 대출을 해 준다고 해도 이는 결국 빚이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누적된 피로도가 상당한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매출 하락이 뚜렷한 사업주를 분리해 매출 하락분 만큼 보존해 주는 등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이 선순환해 지역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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