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던’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프로야구
<방망이 던지기>
ESPN, 선수들 타격 연일 특집방송
“미국에서 볼 수 없는 ‘배트 플립’”
각 구단별 특징 소개 방송 잇따라
KIA타이거즈, 뉴욕 양키스 비유
노스캐롤라이나선 NC에 열광
야구 은어 등 한국어 배우기도

ESPN에 소개된 한국 빠던 일러스트 /ESPN 홈페이지
트위터에 올라온 야구 관련 속성 한국어 요약 게시물. /트위터 캡쳐
지난 5일 ESPN 해설자로 나선 제프 파산이 경기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 /트위터 캡쳐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이 KBO리그 중계를 시작한 지난 5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전에서 NC모창민이 삼성 백정현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트렸다.

모창민이 홈런을 터트린 뒤 스윙 동작 마무리에 시원스레 방망이를 내던지자 ESPN 중계진은 “드디어 한국의 빠던이 나왔다”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날 중계를 맡은 제프 파산은 자신의 트위터에 ‘빠던’을 소개하는 움짤(움직이는 사진)을 올리며 한국의 빠던에 열광했다. ESPN은 한국 프로야구 중계에 앞서 과거 작성했던 한국 프로야구 빠던 특집 기사를 다시 전면에 노출 시키는 등 한국의 야구 스타일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에선 볼 수 없었던 빠던이 한국에선 매 경기마다 볼 수 있어 야구 보는 맛을 더 한다는 점에서 였다.

빠던은 빠다 던지기의 줄임말로, 미국에선 ‘배트 플립’이라고 불린다. 배트 플립은 타자가 홈런 등을 치고 배트를 멀리 던지는 세리머니다. 미국에서 배트 플립은 상대 투수를 자극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 들여진다.

미국에선 타자가 홈런을 친 뒤 바로 1루로 달려가지 않고 날아가는 공을 지켜만 봐도 투수를 기만하는 행위로 본다. 하물며 베트를 던지는 행위는 더 모욕적이라는 인식이다. 베트를 던진 타자는 다음 타석에 빈볼 등의 보복행위가 어김없이 나온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때문에 타자들의 홈런 세레머니인 빠던은 미국에선 볼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특히 지난 2015년 포스트 시즌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런타자 호세 바티스타가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홈런을 치고 배트를 집어던졌다. 텍사스는 곧바로 다음 타석에 들어선 바티스타를 향해 위협구를 던졌고, 양 팀간의 난투극으로 번졌다.

그러나 한국에서 빠던은 타자들의 보편적인 세레머니이자 KBO리그가 가진 대표적인 퍼포먼스다. 축구 골 세레머니와 삼진을 잡고 위기 탈출에 성공했을 때 투수들이 내지르는 환호처럼 빠던은 타자들의 ‘멋’을 표현 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SK 와이번스를 우승으로 이끈 김재현과 ‘양신’ 양준혁의 만세 타법 후 빠던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 롯데 전준우가 홈런인 줄 알고 빠던을 했다가 담장앞에서 뜬볼 처리돼 망연자실한 표정이 미국 외신에 보도돼 ‘월드 스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빠던을 시작으로 미국 현지인들은 KBO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가장 인기 있는 팀은 NC 다이노스다. NC는 특히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열광한다. NC가 ‘North Carolina’의 약자라는 자의적 해석을 기반으로, 구단 마스코트인 공룡이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화석으로 많이 발견됐다는 점이 연결고리다. 또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에 그럴듯한 메이저리그 구단이 없다는 점도 지역민들이 NC를 응원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뉴욕 양키스로 비유됐다. KIA가 전통이 깊고, 우승경력이 많다는 점, 팬층이 가장 두터운 팀이라는 것에서 뉴욕 양키스와 비슷하다고 꼽았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도 “KIA가 한국의 양키스로 불린 것은 아주 기분 좋은 비유다”고 밝힌 바 있다.

덩달아 각종 동영상 플랫폼으로 한국야구 영상을 보며 한국 팬들의 반응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팬들도 늘어났다.이들 사이에서는 각종 자음과 모음 그리고 준말로 이뤄진 ‘은어’들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크다. 한 미국 팬은 한국 팬들의 주요 코멘트라며 은어들을 재빠르게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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