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역사와 문화, 미래를 한 눈에…
■‘전일빌딩245’
4년여 리모델링 ‘복합문화관’ 재탄생
새 이름 새 모습으로 개관

‘245’ 도로명 주소·탄흔 수 상징
80년 헬기 탄흔 9~10층 ‘기념공간’
문화 통해 오월 가깝게 접근
첨단기술 활용 콘텐츠 ‘눈길’

기존 5·18 전시물과 차별화
편리함 갖춘 디지털정보도서관
미디어아트 활용한 로비 ‘이색’

생활문화센터로 시민 편의 제공
미래산업·신세대 위한 장 마련
‘뷰 맛집’ 감성 공간 옥상정원도

‘다시 태어나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일빌딩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전일빌딩 245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지난 11일 문을 열었다. 1층 로비 천장에 설치된 ‘캔버스 245’ 공간에는 1980년 광주의 아픔이 빛으로 승화돼 인권의 도시 광주로 다시 태어남을 표현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 ‘다시 태어나는 광주’(10분 50초)가 천장형 LED 모듈에 펼쳐진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상흔을 품은 생생한 역사 현장, 호남언론 1번지’. ‘전일빌딩’이 지난 11일 광주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한때 헐릴 위기에 처했지만, 5·18 중요 증거인 당시 헬기에서 쏜 총탄 자국이 발견됨에 따라 새 생명을 얻었다. 건물의 지하 1층부터 10층, 옥상까지 전면 리모델링을 거쳤다. 미디어아트와 인터렉티브 관람공간·전자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갖췄다. 누구나 언제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민 복합문화센터로 탈바꿈한 것이다.

새 이름도 얻었다. ‘전일빌딩245’다. 여기에는 건물 도로명 주소(광주 동구 금남로 245)와 국과수 현장 감식을 통해 발견된 헬기 총탄자국(245개)의 상징성이 담겼다.

전일빌딩245는 각 층마다 특색을 불어넣어, 호기심이나 재미가 없어서 의무 교육 공간으로 전락한 수많은 역사공간의 위험성을 낮췄다. 흥미와 휴식, 배움이 공존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첨단이라는 미명 아래 기성세대를 배제하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다.

특히 도시재생의 기본을 충실히 지킨 ‘온고지신’적 공간 활용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는 빌딩의 상징인 옥상 적벽돌 굴뚝을 보존하고, 주변에 쉼을 더할 수 있는 ‘작은 정원 조성’이 있다. 이밖에도 건물 곳곳에 옛 향취를 선물처럼 되살려냈다. 이 같은 신·구문화의 황홀한 앙상블은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휴식과 위로를 함께 선사한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가 볼 일 없던 전일빌딩이 전일빌딩 245로 재탄생하면서 가 볼 일 넘치는 시민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사진은 전일빌딩 245 전경.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일빌딩245

전일빌딩245(전일빌딩)는 1968년 광주 동구 금남로 1가 1번지에 자리잡았다. 공식명칭은 전일회관빌딩. 1차 준공된 뒤 1980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하 1층, 지상 10층, 대지면적 2278㎡, 연면적 2만2천469㎡(하나은행 포함) 규모로 증·개축됐다. 이후 2016년 4년여 간 국비 120억원·시비 331억원 등 총 451억원이 투입된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금남로에 들어선 최초의 10층 건축물로 꽤 오랜 기간 금남로의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전일빌딩은 광주 시민을 비롯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80년 5월 당시 참혹했던 현장을 오롯이 지켜본 ‘5·18민주화운동의 증언자’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날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헬기 총탄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으며, 2017년 28번째 5·18사적지로 지정됐다.

옛 전남도청과 광장을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마주하고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5·18 당시 시민들에겐 계엄군을 피하기 위한 피난처였다. 또 시민군의 저항과 계엄군의 진압을 한눈에, 안전하게 볼 수 있어 언론인에겐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취재 장소였다. 광주를 고립시키고, 시민군의 정당한 저항을 북한군 소행이라며 거짓말한 전두환의 만행을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역시 이곳에서 역사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 이 같은 이유로 계엄군 또한 진압을 위해 이곳을 점령하기도 했다.

전일빌딩 245라는 이름은 지난 2016년 발견된 245개의 헬기 사격 추정 탄흔에서 비롯됐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일빌딩 헬기 사격 VR.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오롯이 간직한 5·18의 상흔

전일빌딩245의 9~10층 이름은 ‘19800518’이다. 80년 5월 당시 상흔을 그대로 간직해 5·18 기념공간으로 마련됐다. 특히 10층 바닥과 기둥, 천장에 남아있는 탄흔은 제자리비행을 하는 헬기에서 사격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방문객은 헬기 총격의 실제 흔적을 직접 보면서 왜곡된 5·18민주화운동의 진실을 하나하나 알아갈 수 있다. VR 등을 활용한 기존 5·18 관련 장소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돋보인다. 공간은 크게 프롤로그로 시작해 증거·목격·왜곡·기록·진실을 거쳐 에필로그에 이르는 옴니버스 식으로 전시스토리를 구성했다.

‘증거’ 코너에서는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이 2016~2017년 4차례 조사를 통해 찾아낸 헬기사격의 결정적 증거인 총탄 흔적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왜곡’ 코너는 ‘5·18은 광주폭동이다?’, ‘집단발포는 자위권 발동이다?’ 등 6개 왜곡된 5·18의 ‘가짜’와 ‘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첨단 VR를 통해 전일빌딩을 향해 총탄을 난사하는 진압군의 헬기 사격모습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

9·10층에는 옛 전남도청과 전일빌딩을 중심으로 제작한 광주 시가지 축소모형과 함께 M60 기관총을 장착한 UH-1 모형헬기가 공중에 매달려있다. 벽면에는 헬기사격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멀티 어트랙션(Attraction·관람객을 끌기 위해 짧은 시간 상연하는 공연물) 영상쇼가 연출된다.

광주와 전일빌딩에 대한 역사성과 기록을 담은 전일아카이브.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피어라 상징 계단
나선형 모양의 ‘피어라 상징 계단’은 빌딩의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돼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미래산업부터 시민휴게공간까지

전일빌딩은 유서 깊은 ‘복합문화건물’이다. 건립 전부터 후까지 이곳에는 신문사와 방송국·도서관·미술관·연구소·체육관·다방·사무소·학원 등 다양한 용도의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새로 거듭난 전일빌딩245 역시 그 명맥을 잇는다.

전일빌딩245는 ‘역사공간에 시민들의 삶을 담아 미래 정신으로’라는 콘셉트 아래 크게 ▲광주의 과거를 기억하는 곳 ‘19800518’(9~10층) ▲광주의 현재를 만나고 나누는 곳 ‘시민플라자’(지하 1~지상 4층) ▲광주의 미래를 꿈꾸는 곳 ‘광주 컨텐츠허브’(5~7층) ▲공존·휴게공간 ‘옥상정원, 굴뚝정원’(8층·옥상) 등으로 구분된다.

지하 1층은 옛 전일다방을 ‘2020 뉴트로’로 재해석한 ‘전일 살롱’과 시멘트 블록으로 골목길을 연출한 ‘담벼락 갤러리’가 자리했다. 1층에서는 ‘전일 아카이브’를 만나볼 수 있다. 아카이브는 전일빌딩의 역사를 자료사진과 영상 등 다채로운 방식으로 보여준다. 방문객은 첨단 AR(증강현실)기술을 활용한 태블릿을 대여해, ‘전일빌딩 터의 역사’와 헬기 사격 상황을 보여주는 ‘5·18 그날의 전일빌딩’을 실감나게 살펴볼 수 있다.
 

옥상정원 모습.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또 다양한 미디어 아트를 천장형 LED 전시공간 ‘캔버스 245’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2층은 ‘남도 관광센터’로 꾸며졌다. 3층은 ‘디지털 정보도서관’과 작가나 시민들이 공간을 대여해 기획 전시를 할 수 있는 ‘시민 갤러리’, 그날의 언론 상황을 느낄 수 있는 ‘5·18과 언론’ 등이 마련됐다. 1층 중앙에서 3층까지 연결된 꽃처럼 피어나는 원형계단 ‘피어라 상징계단’도 눈길을 끈다.

4층은 광주 5개구별 생활문화센터의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는 ‘전일 생활문화센터’와 NGO 센터·광주 청년센터·예술공방·대관공간(회의실) 등으로 활용된다. 5~7층은 콘텐츠기업·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된 ‘광주콘텐츠 허브’와 기업지원센터의 입주공간으로 사용된다. 8층은 무등산과 옛 전남도청·5·18민주광장·분수대를 통창으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카페로 꾸몄다. 8층 테라스로 나오면 ‘굴뚝 정원’이 있다. 전일빌딩 건축부터 자리했던 굴뚝을 부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해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11층 옥상 ‘전일마루’는 탁 트인 시원한 풍광을 배경으로 전망데크·휴게데크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소규모 공연·문화행사 등도 개최 가능하다.

전일빌딩이 건축될 당시부터 자리했던 굴뚝도 철거하지 않고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리모델링했다.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일빌딩 옥상에서 바라 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임문철 기자 35mm@namdonews.com

전일빌딩245는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1층 로비와 옥상은 하절기 오전 9시∼오후 10시, 동절기 오전 9시∼오후 9시 개방한다. 광주·전남 관광정보를 얻을 수 있는 남도관광센터와 디지털정보도서관은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다. 시민갤러리와 전일생활문화센터·중소회의실·다목적강당 등은 오전 9시~오후 10시 이용할 수 있다. 시민 누구나 정해진 절차와 3~5만원의 사용료를 내면 중·소회의실과 다목적강당, 시민갤러리 등을 활용 가능하다. 매년 1월 1일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운영한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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