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나눔의 미학-(12)공유주방
“함께 요리하고 나눠 먹고…情 나눠요”
부엌, 소통·나눔 공간으로 변화
김장김치·반찬 등 만들어
저소득층·홀로어르신에 배달
푸른마을공동체센터 최신 시설 구비
비용 저렴…지난해 63개 단체 이용

광주 광산구 신가동에 자리한 ‘뚝딱뚝딱 예술창고’는 공유 주방을 활용해 지역민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반찬나눔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과 의료관계자에 감사인사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취하는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공유경제는 이미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우리 삶을 사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인 ‘공간’의 개념과 가치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수많은 공유경제 가운데서도 ‘공유주방’은 ‘부엌’이라는 특정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발달된 우리나라에서 ‘부엌’은 ‘신성한 불을 담는 공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었는데, 1인가구·핵가족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선 그 개념과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공유주방이란 관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주민들이 함께 음식을 만들고 소통하는 공간을 말한다. ‘부엌’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 이곳에서 만들어진 음식이 지역 저소득층이나 홀로 어르신들에게 배달되면서 그 가치는 배가 되고 있다.
 

광산구 자원봉사센터 신가동 캠프와 신가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이 지난 14일 지역 어르신들에게 배달할 반찬을 담고 있는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신가동 ‘뚝딱뚝딱 예술창고’

지난 14일 광주 광산구 신가동 주민센터 인근에 자리한 ‘뚝딱뚝딱 예술창고(이하 예술창고)’.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만드는 주민들로 인해 분주했다. 이들은 광산구 자원봉사센터 신가동 캠프와 신가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회원들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배달할 반찬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 어르신들에게 배달된 ‘도시락’

이날 반찬 메뉴는 새로 담근 배추김치와 수육을 비롯해 아싹한 상추겉절이, 달콤 짭조름한 마늘쫑 볶음. 20여명의 회원들은 50인분 상당의 음식을 만드느라 비지땀을 흘렸다. 회원들의 솜씨발휘로 완성된 반찬은 지역내 홀로어르신과 장애인, 저소득가정 등으로 골고루 배달됐다.

예술창고에서 주민들을 위한 반찬 배달이 가능한 이유는 ‘공유주방’ 덕분이다. 이 곳은 10여년간 비어 있던 비아농협 창고를 리모델링해 2016년 주민소통공간으로 재탄생했는데,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유주방을 활용해 홀로어르신이나 장애인·저소득층 가구에 반찬 나눔을 하고 있다. 또한 한달에 한번(매월 둘째 주 목요일)어르신들에게 따뜻한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 ‘문턱없는 마을밥상’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예술창고 공유주방은 최대 30~5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지역보장협의체 등 자치단체에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공간이 넓고 주방시설 또한 크다 보니 많은 양의 음식 조리가 가능해 주민들에게 대접할 계절별 보양식이나 반찬, 김치 등을 만들때 유용하게 쓰인다.

반찬 나눔뿐 아니라 도시락도 배달되고 있다. 예술창고는 비아농협과 이마트의 후원을 받아 지난 8일부터 매일 40개의 도시락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예술창고엔 조금 특별한 냉장고가 있다. 바로 주민들과 음식을 공유할 수 있는 ‘모두의 냉장고’다. 이 냉장고는 주민 스스로 반찬이나 야채 등 음식을 채워 넣기도 하고 필요한 음식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자유롭게 꺼내 먹을 수도 있다. 즉, 주민들과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을 넣어놓는 ‘정(情)이 담긴 냉장고’인 셈이다.

이처럼 신가동 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이자 정이 오가는 예술창고는 최근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가동 일부 지역이 내년부터 재개발 사업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 상황에서 예술창고가 이전할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에겐 배움의 장이자 따뜻한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놀이공간을 제공해 온 예술창고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진효령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신가동 캠프장은 “회원 모두가 부모님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몸은 힘들지만 음식을 드신 어르신들의 ‘고맙다’ ‘맛있다’라는 인사말에 힘이 솟는다”면서 “신가동 주민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예술창고가 하루 빨리 이전 장소를 찾아 더 많은 주민들이 ‘내 집 드나들 듯’ 이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 푸른마을공동체 센터 ‘공유주방’은 다양한 주방 기구를 갖추고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푸른마을공동체센터 제공

◇푸른마을공동체센터 ‘공유부엌’

광주 동구에도 지역민들이 음식을 함께 만들며 소통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공간이 있다. 광주 동구 푸른마을공동체 센터 2층에 자리한 ‘공유주방’에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1월 개관한 푸른마을공동체 센터 ‘공유주방’은 91㎡ 규모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는 주방후드와 조리대·실습대·싱크대·식탁 등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여기에 냉장고를 비롯해 각종 그릇, 냄비, 인덕션, 전자레인지, 오븐은 물론이고 최근 주방의 잇 아이템으로 떠오른 에어프라이어까지 조리에 필요한 주방기구들이 준비돼 있다. 누구나 언제든지 재료만 가져와 어떤 음식이든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푸른마을공동체센터 ‘공유주방’ 전경. /푸른마을공동체센터 제공

이곳을 이용하려면 푸른마을공동체센터 홈페이지에서 사전 대관신청을 해야한다. 대관료 또한 저렴하다. 공유주방 이용료는 기본 요금(2시간 기준) 9천원이며, 2시간을 초과할 경우 시간당 4천500원의 추가 요금이 붙는다. 냉난방비는 이용료의 30%인 2천700원 가량을 지불하면 된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 만큼 공유주방을 이용한 이후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등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지난해 개관 이후 1년여간 63개 단체·1천90명이 푸른마을공동체센터 ‘공유주방’을 이용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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