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날씨정보와 다도해가 빚어낸 콜라주

김종석(기상청장)

20세기를 대표하는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는 독특하고 실험적인 그림으로도 유명하지만, ‘콜라주(collage)’를 처음 창시한 화가이기도 하다. 콜라주는 ‘풀로 붙이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근대미술에서는 종이나 다양한 재료를 캔버스나 합판에 붙여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피카소는 자신의 그림에 신문, 유리, 철사 등을 활용해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콜라주가 시작되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재료들이 섞이면서 새로운 가치를 지닌 작품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기법, 역사가 되기도 한다.

날씨 정보도 마찬가지다. 날씨 정보가 다양한 분야와 어우러지면서 그 분야의 안전과 발전에 꼭 필요한 무한한 가치를 가진 정보가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날씨가 개인생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큰 변수인 만큼, 우리에게 익숙하게 매일 제공되는 날씨 정보와 더불어 새로운 서비스도 계속 요구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농림, 수산, 문화, 체육, 관광, 보건, 환경, 방재, 에너지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맞추어 기상정보를 융합하고, 특정 분야에 필요한 요소로 맞추어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상청의 고유자원인 관측과 예보기반의 방대한 기상기후빅데이터를 다른 분야와 접목시켜 새로운 정보로 탄생시켜 서비스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날씨에 민감한 영향을 받는 관광 분야와 기상데이터의 융합으로 만든 ‘관광코스 기상정보’를 예로 들 수 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다도해를 가진 전남지역의 관광과 안전을 위하여 지역 특성과 필요요소 및 해양관광 정보를 결합한 새로운 기상서비스를 개발하였다. ‘다도해 해양관광 기상융합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전남 다도해는 전국의 섬 중에 65%인 2천16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에서도 흑산도, 가거도, 거문도, 청산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많은 여행객이 찾는 대표적인 섬들이 많다. 이러한 섬들을 대상으로 섬 여행 맞춤형 날씨정보를 만들었다. 섬 여행은 보통 육지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기 때문에 여행객들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가 뱃멀미일 것이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날씨 또한 중요한 관심거리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 3일 전에 쉽게 알 수 있도록 기상청 기상·해상 예측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지수를 제공한다.

‘섬여행기상지수’는 섬을 여행하기에 기상상태가 좋은지 바람, 기온, 바다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알 수 있고, ‘승선체감지수’는 전남 다도해 섬으로 가는 항로마다 파고, 파향, 풍속에 따라 배가 흔들리는 정도로 느껴지는 승선체감의 정도를 ‘매우좋음-좋음-보통-주의’ 4단계로 알 수 있다. 더불어 강수, 기온, 파고, 수온의 예측정보를 활용해서 해수욕장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바다수영지수’를 비롯하여, ‘바다낚시기상지수’, ‘갯벌체험지수’, ‘세일링지수’를 제공하여 섬에서의 여행을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섬 중에 명소, 역사, 문화, 둘레길, 레저, 체험 등의 테마와 둘레길 코스기간, 날씨조건, 배편 소요시간별로 선택하면 여행지를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정보의 활용성을 더하고, 특히 다도해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전라남도와 협력하여 전남‘가고 싶은 섬’홈페이지에 탑재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날씨와 해양관광이라는 정보의 융합과 정부와 지자체가 협업해서 현장 서비스로 만들어낸 서비스의 융합이며, 기상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한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기상정보를 단순히 일기예보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로 재탄생시켜 활용될 수 있는 방법과 제공하는 서비스까지 담아간다면 기상정보의 가치는 무한히 빛을 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날씨 정보의 콜라주, 앞으로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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