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요양병원 피난안전대책 변화가 필요하다
김용선(광주 동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

UN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20%는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2%에 달하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오는 2025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초고령사회 진입 시점이 앞당겨질수도 있다.

노인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요양병원도 크게 증가했다. 2014년 8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전국 요양병원이 276개소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5년간 전국 요양병원은 2014년 8월 1천310개소에서 2019년 1천586개로 크게 증가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요양병원의 가장 큰 증가폭을 보인 지역은 경기지역(73개)이며, 경남(47개), 전남(27개) 순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의 증가와 함께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2014년 전남 장성요양병원 화재로 사상자 29명, 2018년 밀양 세종요양병원 화재로 사상자 159명, 김포 요양병원 화재로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요양병원 화재의 많은 인명피해 발생 원인으로는 대형화·고층화·복잡화 되고 있는 건물의 구조적 특성과 함께 요양병원 관리자의 안전관리 의식 소홀, 소방시설 유지 관리 미흡 등을 들수 있다. 특히 가장 큰 원인으로 요양병원 특성상 대부분 자력 피난이 어려운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에 설치된 완강기, 피난사다리, 구조대 등 피난설비는 자력대피가 가능한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그래서 와상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에서는 피난설비의 실효성을 얻기 힘들다.

앞으로 노인인구의 증가와 함께 요양병원의 수요와 공급은 꾸준하게 증가할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을 고려해 요양병원 화재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피난안전대책이 필요하다.

피난안전대책을 살펴보면 우선 입원환자의 자력대피 가능 여부를 반영해 환자를 배치해야 한다. 요양병원은 대부분 1층에 안내실과 행정사무실 등이 배치돼 있어 소수의 환자만 1층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대부분 2층부터 환자가 입원해 있다. 화재 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스스로 대피가 불가능한 환자는 1층에 배치하고, 2층 이상의 층에는 스스로 대피가 가능한 환자나 도움을 받아 피난할 수 있는 환자를 배치한다.

2층 이상의 층에는 의무적으로 경사로 또는 발코니를 설치해야 한다. 층별 발코니를 설치해 화재 발생 초기에 피난계단으로 대피가 어려운 와상환자를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한다. 병원 건물 여건상 발코니 설치가 어렵다면 층별 경사로를 설치해 환자들을 대피시켜야 한다.

화재 시 대부분의 인명 피해는 연기와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발생한다. 화재 발생 초기에 연기와 유독성 가스로부터 환자와 근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의 층별 입원환자와 근무자의 숫자에 맞춰 간이호흡보호기구를 1인당 한 개 이상 의무적으로 비치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요양병원 화재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의 염려는 깊어지고 있다. 안전이란 늘 깨어있고 대비해야 한다. 고대 로마 전략가 베케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이는 사전 준비만이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을 대비할 수 있다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제는 요양병원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실질적인 피난안전대책을 마련해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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