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화 청소년활동가의 남도일보 독자권익원 칼럼-멈춰서버린 ‘세월’

멈춰서버린 ‘세월’

임성화(청년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살림 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되었던 초등학교 등교가 드디어 일부 시작되었다.

“엄마, 책가방 새로 사주신 것 언제 사용해요? 학교 언제가요?”라며, 심심치 않게 보채왔던 첫째 아들이 드디어 학교라는 세상을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3달여 가까이 늦춰지면서 자기 딴에도 새롭게 만날 친구들과 선생님, 학교라는 세상이 무척 궁금하고 내심 설레었나보다.

낯선 환경에 두려워하는 아이에게“있다가 엄마랑 아빠가 꼭 다시 찾으러 올께”라고 약속을 해주었다. 한명 한명 열 체크를 마치고, 노란 줄을 따라 교문 안 저편으로 총총총 입실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저렇게 자랐나” 생각하니 코 끝이 찡하다.

그곳에 있었던 모든 부모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2살이었던 아이가 훌쩍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절이 되었건만, 열여덟 앳된 얼굴로 “다녀와서 보자” 약속하고 수학여행 떠난 250여명의 누군가의 아들딸들은 여전히 그 세월, 2014년에 멈춰있다. 오히려 유가족들에게 “징하게 해 쳐먹는다”,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문란한 행위를 했다”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모욕적인 글과 발언으로 2차 가해를 하며, 더 깊은 바다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세월호 참사 트라우마 치유센터 안산온마음센터 ‘4·16 피해자 건강 및 생활실태조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가족 등 피해자 상당수가 2014년 이후 음주·흡연이 늘고 수면시간·식사량은 줄었다. 응답자의 37.7%는 대인관계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되지 않는 위로의 말이 듣기 싫어서’ ‘다른 사람들이 자녀 이야기할 때 힘들어서’라고 했다.

우리는, 나는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가. 공감하는 척하고 있는가.

시퍼런 바다만 봐도, 아니 세수대야 물만봐도 내새끼, 내아빠, 내엄마, 내사람 생각나 누구에게는 여전히 잠못 이루는 날들. 나에게 따순 봄이 당신에겐 무척 시린 봄일 것 같아 내 안부, 내 안녕이 문득 죄스럽기만 하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의 아버지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죽음에 세월호를 떼어놓고 설명할 수 없다. 만약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자들을 철저하게 처벌받게 했더라면 그들의 우울증과 죽음을 막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제2의 세월호 참사가 계속해서 진행중이다.

6년이 흘렀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트라우마 치유, 피해자보상 등 여전히 그대로, 여전히 미완이다. 침몰하는 우리 아이들을 살리지 못하고 가만히 방임했던 ‘사회적 살인’을 저지른 정부가 바로 박근혜 정부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그 사회적 살인자를 처벌하지 못하고 아무렇지않게 살아가게 하는 책임은 현 정부와 어쩌면 우리에게 있진 않을까.

세월호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트라우마 치유센터와 공원도 좋지만, 세월호 침몰 과정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진상규명 없이 유가족의 아픔을 진심으로 헤아리고, 어루만지기는 어렵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소속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 소위원회’의 활동이 2020년 12월, 2년간의 조사 활동이 종료 예정이라고 한다. 지지부진했던 활동이 진정성있게 마무리되고, 베일에 쌓여있던 진실이 하루속히 인양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촉구가 요구되는 시기다.

마냥 눈부실 것 같았던 5월 가정의 달이 끝나가고 있다.

누군가에겐 무척 시리고, 고통스러웠을 광주와 대한민국의 5월이 세월호 8주기,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기를 맞는 내년에는 아프지 않고, 좀 더 따뜻한 5월이 되길 희망해본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라고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했다. 우리가 꿈꾸는 내일이라는 미래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그날의 기억과 진상규명을 위한 우리에 행동에 있다. 진상규명이 가장 큰 치유이자 추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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