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망’ 시위 전세계 확산

미국 75개 도시 유혈 시위, 20개 도시 야간 통금…교민 26곳 피해
영국·독일·덴마크 등서 미국 대사관 앞 시위…“얼마나 더 죽어야 하나?”
독일 축구 선수, 득점 후 유니폼 걷어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미 백악관 인근 시위 현장에서 시위대가 차량 3대에 불을 지르자 경찰이 진압에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 주 비무장 흑인 남성에 대해 경찰의 과잉 단속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사건(플로이드 사건)이 미국을 전쟁터를 방불케 만들었고 항의 시위는 세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 75개 도시에서 유혈폭력 등 심각한 시위가 일어나 네명이 숨지고 1천600여명이 체포됐다. 20개 도시에서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12개 주 방위군이 시위진압에 동원됐다. 1992년 LA폭동을 연상케 할 정도로 시위 양상은 심각하고 미국 전역 26곳 한인 상점이 약탈, 방화 등의 피해를 봤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씨를 백인경찰 데릭 쇼빈 전 경관이 무리하게 체포하면서 “숨 못쉬겠다”는 호소를 무시하고 무릎으로 눌러 8분만에 목숨을 잃게 한 사건이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흑인 중심의 분노가 퍼져 순식간에 대규모 폭력 사태로 확산되었다. 백악관에 들이닥친 시위대에 위협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지하 벙커로 피신했을 정도로 시위 양상은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 흑인 시민권의 역사 /AFP / 연합뉴스

미국에 뿌리 깊게 퍼져 있는 인종차별문화, 트럼프 집권으로 고조된 백인우월주의, 사망자 10만명에 달한 미국 정부의 무능력한 코로나19 대응, 대규모 실직 등 약자에게 집중된 코로나 경제난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트럼프 대통령의 말들이 불타오르는 민심에 기름이 돼 시위는 삽시간에 약탈 폭력을 동반하게 되었다. 그는‘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트윗에 올리거나, 시위대를 ‘폭도’, 무정부주의자, 급진 좌파 등으로 맹비난했다. 시위현장의 폭력은 무차별적으로 분출하고 있다. 한인만을 겨냥하진 않지만 과거 LA의 경험으로 보면 교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벌써 미네소타주 10곳을 비롯한 26곳에서 교민들이 약탈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주미 대사관을 비롯한 재외공관들은 SNS, 휴대전화 문자 등을 통해 교민 신변 안전과 피해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네소타 한인회 황 회장은 “주(州) 방위군이 투입돼서 그런지 다행히 시위의 규모는 이전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며 “하지만, 교민들에게 외출하지 말고 시위 현장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네소타주 35번 고속도로 점거 시위 / 연합뉴스

한편 영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 유럽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중심가에 일요일인 31일(현지시간) 수천 명이 결집해 미국 시위대에 지지를 보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래펄가 광장에 모인 이들은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정의 없이 평화 없다”는 구호를 외쳤고,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느냐?’는 현수막을 흔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 모임을 금지한 정부의 규제도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경찰도 이들의 시위를 막지 않았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또 독일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수백명이 모여 ‘플로이드에게 정의를’, ‘우리를 죽이지 말라’, ‘다음은 누구인가’, ‘경찰이 살해하면 누구에게 전화해야 하나?’ 등의 항의 포스터를 높이 들었다.

독일 도르트문트의 제이든 산초는 첫 골을 성공한 후 유니폼 상의를 걷어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이라고 손으로 적은 문구를 내보였다.

이 행위로 산초가 경고를 받았지만 같은 팀의 아치라프 하키미도 골을 기록한 후 유니폼을 걷어 똑같은 메시지를 드러냈다.

독일 일간 빌트는 일요판 헤드라인에 ‘살인 경찰이 미국에 불을 붙였다’는 제목과 함께 해고된 가해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짓누르던 사진을 함께 게재했다.

덴마크에서도 미국 대사관 주변에 시위대가 모여들어 ‘흑인 살해를 멈춰라’와 같은 문구를 적은 포스터를 들고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했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과거 흑인이 경찰에 살해당했을 때는 비폭력 저항을 강조했지만 현재는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과거 자국에 대한 미국의 비판을 겨냥해 국영 매체를 중심으로 미국에서의 혼란과 폭력 사태를 비중 있게 다뤘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미국의 공권력이 저지른 불법적이고 정당화할 수 없는 폭력으로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미국 경찰은 중대 범죄를 자주 자행한다”고 주장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미국 워싱턴DC 항의시위 인파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항의하는 의미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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