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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98)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598)

6부 5장 귀향

무뢰배와 불만세력은 주로 난리에 남부여대 살 곳을 찾아 떠나는 피란민의 재물을 약탈하고 인명을 살상했다. 이렇게 민폐를 끼치니 이래저래 민심은 흉흉했다.

정충신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에 나라가 시달리고 있는 것이 괴로웠다. 난세일수록 요승의 생뚱맞은 예언에 목숨 걸고 논과 밭을 처분하고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돌아가면 민심을 잡아주시오. 내치에 힘써야 하오이다. 상을 보아하니 관직에 더 머물 상이오. 기왕에 간다면 내치를 다스리는 포도대장 자리로 가시오.”

이 말을 남기고 마을 노인은 돌아갔다. 아직 녹봉을 먹을 상이고, 기왕이면 내치를 다스리는 포도대장으로 가라... 노인의 말이 뇌리에 와 박혔지만 정충신은 귀를 털 듯이 가볍게 고개를 흔들고 길을 재촉했다. 송악산에 이르자 산중에서 한 무리의 무뢰배가 불쑥 나타났다. 정충신이 뒤로 허리를 젖히며 먼저 호통을 쳤다.

“이놈들! 이게 무슨 짓이냐?”

그러자 대장인 듯한 자가 다가왔다.

“보아하니 귀양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가는 퇴물 같은데, 당신에게서 가져갈 것이 많겠지. 군소리 말고 내놓을 것이며, 그동안 기록한 문서도 내놓으리. 우리가 다 알고 왔다.”

“그게 무슨 말이냐.”

“산 사람들의 계보와 활동상을 적어놓은 기록장 말이다. 그것으로 우리를 일망타진하겠다는 것 아니냐. 다 알고 있다. 당장 내놓지 않으면 목이 온전치 못할 것이다.”

호랑이가 모기에게 콧등 물린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니놈들이 한수 가르쳐주는구나. 나는 산적 명부를 적을 요량을 못했는데, 적으라는 뜻이로구나. 반드시 적어서 조정에 고변할 것이다.”

그들이 단번에 정충신의 봇짐을 빼앗아 풀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런 맹탕이 다 있나. 아무리 물건이 없는 퇴물 선비로서니 얼레빗 하나 없으니 거지 불알 잡고 사는 꼴이군. 당신에게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청빈일세. 어서 가시오.”

그들이 사라져 산 속으로 들어가는데 산 모퉁이에서 말을 타고 달려오는 일군의 장정들에게 기습을 당했다. 네 놈 중 셋은 휘두르는 창과 칼, 쇠도리깨에 맞아 죽고, 한 놈은 구렁창으로 뛰어내려 자취를 감추었다. 일당을 무찌른 자들이 그에게 달려왔다.

“장수 나리, 큰일날 뻔했습니다.”

머리를 산발한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듯한 자가 머리칼을 뜯어내듯 제끼자 민 머리가 나타났다. 산적이 된 괴승이거나 가짜 중일 것이었다.

“누구냐.”

“아따 전라도 수군 막쇠여라우.”

대번에 그가 사투리로 말하며 말에서 내려 넙죽 인사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나로 말해불면 솔찬히 복잡하게 산 인생이지라우. 가도 진격작전을 벌인 뒤 우리 전라도 수군이 회군할 때 중도에 풍랑을 만나 해안가로 떠밀려갔지라우. 어찌어찌 상륙해서 인근 절로 들어갔디말로 땡중들이 있더만요. 내 칼 솜씨가 솔찬히 나강개 당장에 휘어잡고 두목이 되었지라우. 소림사 십팔나한은 못되지만 우리 군사 셋이 그냥 절을 접수해버링개 살만하더만요. 솔찬히 재미보고 사요. 그란디 여그서 부원수 나리를 만날 중은 몰랐고만이라우. 무슨 일로 여기까장 왔습디요?”

“내 사정은 알 것 없고, 그러면 안된다.”

“안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불쌍한 사람들을 해치는 산적들을 소탕하고, 그자들이 노획한 것을 백성들에게 노놔주고 있당개요. 허벌나게 대접받고 사요.”

“도둑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도둑은 도둑이다.”

“하지만 돌아가봐야 뭐할 것이요. 돌아가면 탈영병이라고 잡아조질 것인디, 인생 이렇게 막살아도 배부르게 사요. 인생 별것 아니더랑개요.”

“나는 너를 기억하지 못한다만, 나를 기억한다니, 그렇다면 나를 따르라. 사람은 도리가 있는 법이다.”

“뭐 한자리 해줄랑가요.”

“군졸로 돌아가면 된다.”

“어차피 험한 길잉개 길 안내를 나가 해줄 것이요. 한양까지 모시겄소.”

막쇠가 따르는 것들에게 손짓으로 쫓아내듯 하자 그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정충신은 탈주 군졸일망정 그를 이끌어 부대에 원대 복귀시키고 군인의 길을 가도록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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