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버지니아 경찰, 흑인에게 테이저건 쏘고 폭행…‘또 터졌다’
폭행·구타 혐의 적용…경찰서장이 피해자 측에 사과
인종차별 항의시위 열기 지속…평화 양상 정착 강경진압 명분 잃어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백인 경찰관이 흑인 남성을 테이저건으로 제압해 쓰러뜨리는 모습/연합뉴스

미국 전역에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저항 없는 흑인시민에게 테이저건을 또며 폭력을 휘두른 백인경찰관이 체포되어 재판에 넘겨져 시위 확산에 기폭제로 작용할지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사건은 5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일어났다. 한 남성이 ‘산소가 필요하다’고 외치며 주택가 인근 도로를 걸어 다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로를 서성이던 남성을 발견했다.

경찰과 응급구조요원이 해당 남성과 대화하면서 병원에 가자며 응급차 탑승을 유도하던 도중 팀버레이크가 다가가 테이저건을 쏴 피해자를 넘어뜨렸다.

이후 그는 피해자의 등을 돌려 엎드리게 만든 뒤 양 무릎으로 목 바로 밑과 등을 눌러 제압했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도와달라”, “안 돼”라고 소리쳤다.

이런 모습은 출동한 경찰들이 몸에 부착한 보디캠에 찍혔다. 경찰에 붙잡힌 이후 피해자는 병원 진료를 받고 풀려났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에 따르면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찰관 타일러 팀버레이크는 흑인 남성을 폭행하고 무기 사용 규정을 어겨 테이저건을 쏜 혐의로 기소됐다. 그에게는 3건의 폭행 및 1건의 구타 혐의가 적용됐다.

영상을 검토한 검찰과 경찰은 전날 밤 팀버레이크를 체포했다.

카운티 경찰서장 에드윈 로슬러는 “피해자에게 연락했고 그의 어머니와 이야기해 경찰관의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에 대한 나의 혐오를 표출하고 정의가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팀버레이크는 직위 해제됐고 행정 조사도 받고 있다고 로슬러 서장은 전했다. 현장에 있던 다른 경찰들도 범죄 수사와 행정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에서 배제됐다.

경찰 경력 8년째인 그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고 징역 36개월에 처할 수 있다고 카운티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무릎에 목을 짓눌려 숨진 사건으로 촉발된 미 전역의 시위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일어났다.
 

백악관 인근에서 성조기 태우는 ‘흑인 사망’ 시위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 행위로 숨진 사건에 항의하기 위해 31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인근에 모인 시위대가 성조기를 불태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의 폭력으로 숨진 지 13일째를 맞았지만, 시위의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만, 한때 방화·약탈 등 폭력으로 얼룩졌던 시위는 가족들이 함께 나와 셀카를 찍으며 행진하는 등 평화로운 양상으로 정착해가고 있다.

워싱턴DC에서는 백악관 주변 라파예트 광장에서 열흘째 계속되는 시위는 평화를 상징하는 종이학을 나눠주었다.

봉쇄된 인근도로에서는 마틴 루서킹 주니어 목사의 앨라바마 셀마행진을 재현했다고 워싱턴포스트지(WP)는 전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약탈과 방화의 무대였던 백악관 인근 H 스트리트는 흥겨운 농산물 장터 같은 분위기를 띠었다고 WP는 전했다.

시위가 평화롭게 흘러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 배치됐던 주 방위군의 철수를 지시했다.

뉴욕에서도 통행금지령이 해제됐고 항의시위는 평화롭게 열렸다. 이날 오후 시위대 수천명이 콜럼버스 서클 근처에서 행진을 벌였지만, 경찰은 지금까지와 달리 경찰차로 이들을 따라가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저녁까지도 대규모 충돌이나 체포 소식은 들어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시위대가 ‘투표로 그를 몰아내자’고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자,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건너편 길가에는 진압 장비로 무장한 일부 경찰관이 배치돼 있었다.

또 센트럴파크를 가로질러 행진한 또 다른 시위대 수천 명도 평화롭게 걷다가 무릎을 꿇고 “역사를 만들자”고 외쳤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에서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 측 장군이었던 윌리엄스 카터 위컴의 동상이 전날 밤 시위대에 의해 쓰러졌다고 경찰이 밝혔다.

쓰러진 동상의 얼굴과 가슴, 다리 부위에는 노랑·빨강·파랑 스프레이로 어지럽게 낙서가 됐고, 경찰은 이 동상을 다른 곳으로 치웠다.

이에 앞서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이 동상으로부터 약 1.6㎞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남부연합 장군 로버트 E. 리의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민권 운동을 상징하는 제시 잭슨 목사는 이날 루이빌에서 열린 예배에서 미국의 흑인들이 오늘날 3가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직면하고 있다며 경찰의 인종차별적 폭력, 가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들었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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