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높여라” 돈다발 푸는 전남…성과는 ‘글쎄’
출산장려금 놓고 키높이 경쟁 과열 확산
3천500만원에서 270만원까지 편차 커
출산유도 크게 떨어져 효과 의문만 가중
원정출산·지역간 소외 등 부작용 속출
 

장성군이 지역 거주 부부들을 위해 난임 시술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상담받고 있는 난임부부). /장성군 제공

‘아이 우는 소리를 듣겠다’며 전남 각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아이를 몇명 낳는지에 따라 적게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씩 출산장려금 지원을 약속하며 출산을 독려하고 있지만 성과는 썩 만족 스럽진 못한것이 현실이다. 출산율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고려하지 않은 채 ‘눈치보기 식’ 따라하기 정책으로 일관한 탓이다. 전면적 제도 손질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널뛰기 하는 출산지원금

출산장려금 정책은 지난 2005년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 추진된 제도다. 당초엔 지원금을 통해 출산을 유도, 줄어드는 인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단 취지로 추진됐다.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전남 22개 시·군 전체로 확대됐다. 출산장려금은 첫째아부터 일곱째까지 단계적으로 지원금 규모가 늘어나는 시스템인데 지역에 따라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17일 전남도 및 일선 지자체 등에 따르면 첫째아 기준 지원금이 가장 많은 곳은 광양시, 영광군, 진도군으로 각각 500만원을 지급한다. 최저는 목포시(20만원)다. 가장 높은 금액이 책정된 일곱째를 기준으로 지원금이 가장 많은 지자체는 3천500만원을 지급하는 영광군이었으며 가장 낮은 곳은 무안군으로 270만원을 지원한다. 금액 차가 거의 3천여천만원에 육박할 만큼 큰데 이는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급 방식은 일시지급하는 신안군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21개 시·군 전부 분할지급 방식을 채택해 운영중이다.
 

한 여성 산부가 병원에서 초음파를 통해 아이 상태를 살펴 보고 있다.

◇다출산이란 로또에 돈 퍼붓는 전남

출산장려금은 출산 후 금전적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한 제도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지원금이 높아지는 출산장려금 시스템이 결혼 후 아이를 1명 정도 밖에(2018년 기준 전남 합계 출산율 1.24명) 낳지 않는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전남 22개 시군 출생아 수 추이를 보면 1993년 기준 첫째아 수는 1만 2천500명, 둘째아 수는 1만120명, 셋째아 이상은 4천192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지난 2018년 기준 첫째아 수는 5천458명, 둘째아수는 4천231명, 셋째아 이상은 1천487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출산 증감률을 보면 첫째아 ‘-56.7%’ 둘째아 ‘-58.2%’, 셋째아 이상은 ‘-64.5%’를 기록했다. 기본적으로 출산율이 급감한데다 2명 이상 다출산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남 각 지자체들은 ‘우리(지역은)는 얼마줄테니 여기서 출산하란’란 식의 홍보수단으로 출산장려금을 악용하고 있다. 로또에 견줄만큼 가능성이 없는 다출산을 조건으로 많은 돈을 책정해 두고선 지역민들에게 일종의 호객행위(?)를 일삼고 있는 꼴이다.

◇돈으로 출산 유도 부작용만 속출

‘출산장려금으로 인한 효과는 있나’ 하는 질문에도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출산장려금 규모(일곱째 기준)가 가장 높은 영광군에 경우 합계출산율은 1.82명(2018년 기준)으로 집계됐다. 반면 합계출산율(1.89명)이 가장 높은 해남군은 690만원에 불과했다. 2천5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담양군의 합계 출산율은 1.38명, 1천 44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한 고흥군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원금 한도액이 최대 1천만원 이상인 지자체는 전남 22개 시·군 중 9곳(광양시·담양군·고흥군·화순군·장흥군·영광군·장성군·완도군·진도군)정도다. 이 중 합계 출산율이 10위권 안에 포함된 지자체는 영광군, 장성군, 완도군 등 단 3곳에 불과했다. 이는 출산장려금과 출산율 간 상관관계가 크게 떨어진다는 의미로 비춰진다. “어차피 애 안 낳을 것이니 돈이라도 높여 부르고 보자”란 식의 정책으로 변질되다 보니 빚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출산장려금의 본래 취지와도 크게 배치된다.

돈을 노린 원정출산 등 부작용도 속출했다. 우승희 전남도의원이 지난 2012~2016년 전남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출산장려금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약 1천584명이 출산장려금을 받은 직후 다른 지역으로 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를 악용한‘먹튀(돈만 챙기고 튀었다란 의미에 은어)’사례가 양산됐다는 의미다. 상황은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지역 여론이다. 등록 주소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들이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지자체들은 인력난을 이유로 전화 등 유선상으로 주소지 거주 여부 정도만 대충 확인하는 선에서 관리·감독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역간 출산장려금 편차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똑같이 출산했지만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주어지는 혜택이 다르다 보니 지역민들간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출산장려금 지급액 순위에 변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지역간 편차를 줄일 수 있는 기준점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 관계자는 “출산장려금의 본래 취지는 출산 이후 산부에게 격려와 함께 축하의 의미가 컸다”며 “어느순간 지역간 경쟁구도로 확산되면서 금액을 두고 키높이 경쟁이 됐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고민을 할 때인것 같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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