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럭비공 북한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신영근(전 국방부 통일문제 전문위원·칼럼니스트)

지난 6월9일 북한은 탈북자들이 시행한 대북 전단 살포에 크게 반발하면서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對敵)사업으로 바꾸기로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아니 엄포가 아니라 일주일 후인 16일엔 평화 만들기의 산실이자 상징인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말았다. 6.25의 아픈 경험을 가진 이달에 그것도 과거 20년 전 남북공동선언을 합의했던 다음 날에 어찌 제 정신을 가진 인간으로서 할 일인가.

이제 또 다시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 2018년 10월에 남북공동시범 사업으로 각각 11개소의 비무장지대의 GP(Guard Post 경계감시초소)를 철수한 바 있다. 일부 빠르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는 양측의 GP를 완전히 철수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출발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북한은 2018년 5월14일 풍계리의 핵 실험장을 폭파하였으며 개성공단지역과 비무장지대 주변의 사단규모 부대를 후방으로 조정 배치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우리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미합동훈련 등을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등 보조를 맞추려고 노력하여 왔다.

이러한 조치는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평화체제구축을 위한 판문점 선언 등의 긍정적인 영향도 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우리 정부가 한쪽에선 모르는 체 하면서 마치 탈북자들의 전단띄우기에 부채질이나 하는 것처럼 착각한 것 같다. 우리 정부는 오래전부터 이를 만류해 왔으며 국회차원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서는 북한주민들에게 실상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남북이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데 대화의 걸림돌이 된다면 이를 중지해야 한다. 또 하나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독일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 국가들의 시각도 같은 맥락이며 북한의 폭거에 매우 분노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북한은 대적사업의 추진으로 관광지였던 금강산 일대를 요새화하고 중단했던 군사훈련을 재개하면서 비무장지대에서의 총격은 물론 과거에 연평도를 포격한 도발 등 럭비공의 튀는 방향조차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는데 대한 충분한 사전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야당은 정부여당이 대북 감싸기와 저자세로 일관한 때문이라고 하면서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적시적인 지적이며 비판도 좋지만 나름대로 준비한 대북정책 방안이 있다면 정부에 제시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바로 여야가 안보의 한축이 되어 한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국민은 야당을 더욱 신뢰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강하게 나온다고 해서 똑같은 식의 맞대응을 해서는 안 되며 이미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방안 중에서 우선순위를 검토하여 북한이 수긍하고 움직일 수 있는 대안을 먼저 제시하여 대화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

먼저 굳건한 한미동맹 체제를 갖춰야 하며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가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함과 동시에 특히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대강국과의 교역을 비롯하여 주변국의 중재 등 외교노력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 둘째, 특사파견을 비롯한 남북통신망 재구축, 민간협력기구의 대화 창구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실현 가능한 장단기 남북의 교류 및 지원방안을 찾아야 한다. 넷째, 대북 살포 전단은 중지하여야 한다.

다섯째, 북한의 속셈을 간파하고 도발에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

이와 같이 대외적인 외교노력과 북한과의 대화노력은 물론 대내적으로 철저한 안보태세 강화로 나라가 안정될 때 남한을 함부로 넘보거나 쉽게 도발을 할 수 없을 것이며 언제 비가 내렸느냐는 식으로 우리의 협의 제안에 응해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1990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전까지 독일도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서신교환과 자유왕래가 중요한 계기였다. 따라서 교류협력만이 남북이 함께 사는 길이며 장차 통일로 가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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