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기능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윤영선((사)경제문화공동체 더함 이사장)

정부의 거시경제정책은 정부의 재정 정책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으로 구분된다. 지금의 팬더믹 상황처럼 경기가 침체될 때 정부는 확대 거시경제정책을 시행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적소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지만, 경제 전반에 유동성을 공급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실질적인 자금 공급은 통화정책을 통해서 진행된다. 가장 기본적인 통화정책은 ‘공개시장조작제도’다. 중앙은행은 공개적으로 환매조건부채권의 매매를 통해 통화량을 관리한다. 중앙은행의 또 다른 통화관리 방법으로 지급준비율과 재할인율 정책이 있다. 그리고 미국의 금융위기 발(發) 세계 경제위기에 시행되었던 양적완화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러한 통화정책의 목적은 시장 주체인 가계와 기업의 간접 지원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물가안정이다.

그런데 최근 팬더믹 상황에서 여러 나라의 정부는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팬더믹 초기였던 3월에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FRB)는 회사채의 직접 매입을 선언했다. 즉 중앙은행은 자신의 고유 기능인 발권력을 이용하여 상업용 모기지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에게 유동성을 직접 공급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 개입은 이미 일본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일본은 상장투자신탁(ETF) 매입 규모를 기존 12조 엔에서 137조 엔으로, 부동산투자신탁(REIT) 규모도 기존 9백억 엔에서 1,800억 엔으로 증액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채권안정화펀드를 활용하여 기업유동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여신전문금융회사채 등급을 AA-에서 A+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많은 나라에서 알게 모르게 이미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중앙은행의 기능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분류되는 통화주의와 합리적기대가설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시장질서에 대한 객관적 태도를 의미한다. 예들 들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국민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의 요인으로 통화량을 꼽는다. 그래서 그는 경제 불확실성의 해소 방안으로 준칙주의(K% rule)를 주장한다. 또한 합리적기대가설을 주장한 루카스(Robert E. Lucas, Jr)도 통화확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뿐 경제성장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정부가 통화를 확대하더라도 경제는 성장하지 않고 오히려 물가만 상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시장안정을 위해 정부의 균형재정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최근 중앙은행들은 시장에 대한 직접 개입을 단행하고 있다. 만약 현재의 국면에서 중앙은행이 직접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말처럼 아마도 시장은 크게 침체될 것이다. 중앙은행의 기능 변화는 시장의 자율성과 균형재정을 주장하던 신자유주의의 실패를 의미한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로 경제는 주기적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주 침체되고 또는 공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때마다 중앙은행은 통화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기 침체를 해결하여 왔다. 오늘날 통화제도는 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여 내부로 투입하는 외부화폐다. 그래서 중앙은행이 지속적으로 화폐를 공급해야 경제는 작동된다. 이것을 종합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시장은 주기적으로 공황에 직면하고 그때마다 중앙은행은 엄청난 규모의 화폐를 발행한다. 이처럼 중앙은행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을 주기적으로 불가피하게 공급할 수밖에 없다면, 사회 구성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중소기업이나 국민의 복지증진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다.

과거, 수많은 사람들은 외부의 도움 없이 지속해서 작동되는 영구기관을 꿈꾸었다. 그러나 영구기관의 발명은 열역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도 외부의 도움 없이 지속되는 영구기관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중앙은행은 주기적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이 국민을 통해 시장으로 흘러간다면 사회 소비성향이 상승하여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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