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상청장)
2013년 11월 11일, 필리핀에 태풍 ‘하이옌(HAIY AN)’이 상륙했다. 바다제비라는 뜻을 가진 이 태풍은 필리핀과 베트남에 큰 상처를 남겼다. 하이옌으로 인해 필리핀에서는 무려 7천400여 명이 사망 및 실종됐으며, 베트남에서는 최소 55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되는 등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2017년 대만에서는 이례적으로 태풍 두 개가 동시에 상륙하는 일이 벌어졌다. 태풍 ‘네삿’과 ‘하이탕’ 이 동시에 상륙한 대만에선 103명이 부상, 52만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한번 발생하면 막대한 피해를 주는 태풍이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강력해지고 빈번해지며 예측을 뛰어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태풍의 변화를 몸소 실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7개로, 이렇게 많은 태풍의 영향을 받는 것은 드문 일이다.
지구의 날 5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된 ‘5개년 보고서(2015~2019년)’에 따르면 모든 기후 지표들은 지난 5년간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기간이 역사상 가장 따뜻한 5년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지구 평균 표면 온도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상승하고 대기와 해수면의 온도가 증가하면 태풍, 집중호우와 같은 위험기상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일기예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태풍 계절예측과 같은 장기적인 기후전망을 추가로 제공하기로 하였다.
이에 발맞춰, 기상청에서는 대표적인 기상재해로 꼽히는 태풍의 예측 신뢰도를 높이고,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재난대응 체계를 아래와 같이 개선했다.
첫째, 태풍 강도 등급을 개선했다. 기존에는 태풍 강도를 중·강·매우강으로 분류하여 정보를 제공했으나,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 10년간‘매우 강’태풍 발생 빈도가 50%에 해당하면서 태풍 강도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남에 따라 태풍 강도의 분류 개선이 필요했다. 태풍 강도 등급의 최고등급인‘초강력’등급을 신설하여 중·강·매우강·초강력으로 분류하고, ‘초강력’등급의 구분 기준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태풍의 상위 10%에 해당하는 중심 부근 최대풍속인 54㎧(194㎞/h)로 했다.
둘째, 태풍의 발생 예측영역을 추가해 제공한다. 태풍의 크기는 소형·중형·대형·초대형으로 분류해 사용했으나‘소형’태풍의 경우, 태풍의 피해가 적을 것으로 국민의 오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크기와 위험성 간의 상관성이 뚜렷하지 않아 크기 분류체계는 중단하고, 실제 영향을 주는 강풍(15㎧이상) 발생 예측영역에 폭풍(25㎧ 이상) 발생 예측영역을 추가해 제공한다.
셋째, 태풍 예측 진로 제공 기간을 확대하고 발표횟수를 증가시켰다. 태풍에 대한 사전 방재를 지원하기 위해 24시간 내 태풍으로 발달이 예상되는 열대저압부의 예측 진로 제공 기간을 1일에서 5일로 확대했고, 태풍 예측 신뢰도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태풍 전망 발표횟수를 기존 2회(5, 8월)에서 4회(5, 6, 7, 8월)로 증가시켰다.
이처럼 기상청은 개선된 태풍 예보체계를 통해 태풍으로부터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태풍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기상에 대처하기 위해 방재시스템과 예측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와 예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여름, 성숙해진 태풍예보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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