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유흥시설 사용 안해, 기기 설치만 하고 수기 작성

전자출입명부 ‘유명무실’
상당수 유흥시설 사용 안해, 기기 설치만 하고 수기 작성
스마트폰 없는 외국인 ‘사각’ PC방 확대, 실효성↓ 지적도.

지난 21일 오후 9시께 광주 동구 광산동 구시청 일대 한 유흥시설 앞에서 QR코드 전자출입명부 확인 없이 내부로 들어가는 이용객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지난 21일 오후 9시께 지역 유흥주점이 밀집돼 있는 광주 동구 광산동 구시청 일대. 지난 10일부터 노래방과 클럽 등 고위험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도입돼 상당수 유흥시설 출입문에는 QR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전자기기가 구비돼 있었다. 하지만 영업소 대부분은 QR코드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았고, 이용객들에게 이름과 연락처 등의 신상 정보를 출입자 명부에 수기로 작성하도록 요구했다. 이용객들 역시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수기로 신상정보를 명부에 작성하고선 업소 내부로 입장했다.

취재팀이 한 노래방에 들어가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해 놓고 정작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업주는 “방역지침상 QR코드랑 수기작성 명부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데,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QR코드를 누가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확진자와 접촉한 접촉자 신원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유흥시설 등에 도입된 전자출입명부제가 있으나 마나 한 제도로 전락하고 있다. 전자출입명부 관련 기기를 설치할 경우 단속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상당수 업주가 기기만 구비한 채 여전히 수기 작성명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주지역 1천177곳의 유흥업소 중 925곳(78.5%)이 전자출입명부 관련 기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QR코드 이용 절차가 복잡하다는 근본적인 문제점과 스마트폰을 통한 인증이 어려운 외국인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 등으로 업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가 22일부터 지역 모든 PC방에 전자출입명부제 도입을 확대했으나, 업계에선 ‘탁상행정’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북구 용봉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장모(39)씨는 “최근 광주지역 확진자가 다녀간 PC방의 경우 회원들의 신원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대부분 PC방은 회원들의 신상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며 “회원제로 운영되는 PC방까지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는 건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 전자출입명부 담당자는 “지속적으로 시민들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전자출입명부제의 단점을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다시 발생하고 있으니 시민분들도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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