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삼남석유화학, 대정비 3일 만에 폭발사고

보일러 열매체유 누출 폭발 추정

경찰, 소방당국 원인규명 집중

22일 오후 여수시 적량동 삼남석유화학에서 폭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여수소방서 제공
연간 매출액 1조원에 달하는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삼남석유화학이 전면적인 안전점검을 마친지 3일 만에 화재·폭발사고가 발생해 인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여수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27분께 여수시 적량동 삼남석유화학 보일러 설비에 폭발·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대응 2단계까지 격상하고 소방인력 362명, 소방차 등 장비 41대를 현장에 투입해 3시간 여 만인 오후 11시 21분에 진화를 완료했다.

사고 당시 폭발음과 함께 인근 광양에서 시뻘건 불꽃이 보일 정도로 불길이 거세 주민들을 불안케 했다.

공장 측은 경찰과 소방당국에 보일러 내 열매체유가 누출돼 발생한 화재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다. 원통형인 이 보일러는 무게 5t, 직경 3m, 높이 8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남석유화학 여수공장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료를 생산하는데 이 보일러는 공정 반응과정에서 제품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당시 사고는 보일러 시설에서 시작됐으며 인근 설비와 30m 이상 떨어져 있어 다른 시설에는 불길이 번지지 않았다.

다행히 현장 직원 3명은 당시 외부에서 휴식 중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이 사고로 공장 내 슬라브 철재구조의 보일러실 135.4㎡중 77.1㎡가 불에 타는 등 시설물 피해만 4억 768만원 정도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삼남석유화학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대정비 기간으로 정하고 보일러 등의 정기보수를 실시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2년에 1번씩 정기보수를 하고 노후화 등 상태에 따라 유지보수를 실시하는데 대정비를 마친지 3일 만에 화재 폭발사고가 났다는 것은 부실 정비 또는 규정상 지켜야 할 점검 사항을 엉터리로 실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경찰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여수경찰은 이날 오전 현장에 전남지방경찰청 감식반을 보내 1차 감식을 벌였다. 감식에는 경찰과 소방 등 관계 기관들이 함께 했다.

하지만 불이 난 보일러 내부에 열이 식지 않았고 물이 차 있어서 조만간 다시 감식에 나서기로 했다.

1차 감식을 통해 발화점 등을 확인한 뒤 필요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화재 원인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보일러를 재정비하고 시운전하는 과정에서 안전수칙 준수 여부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가 발생한 보일러실에 물이 많이 차 있어서 조사를 못했다”며 “현재 보일러 열매체유가 누출돼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공장 측의 진술이기 때문에 추측일 뿐인 만큼 원인 규명을 위해 전반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삼남 측은 사고가 발생한 3공장의 경우 복구 등을 마치고 재가동 하는데까지 6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고와 무관한 4공장은 정상 가동된다.

한편 삼남석유화학은 1988년 삼양사(지분율 40%), 일본 미쓰비시화학(40%), GS칼텍스(20%) 3사가 합작으로 설립됐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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