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처럼 커진 사기 피해…왜?
<지산동 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조합 측 중복분양 사실 알고도 ‘쉬쉬’  조합원 부적격자 자격 여부 통보 안해
사업 승인 이뤄진 뒤에야 통보 이뤄져, 동구 행정 아쉬움도 “사기 인지 못해”

100여명이 중복분양 사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지산동 지역주택조합 중복분양 사기 사건과 관련 조합 측이 수개월간 조합원 자격 여부를 묻는 피해자들에게 업무대행사에 알아보라며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합원 부적격자를 놓고 관련 민원이 동구청에 접수되기도 했지만, 동구청은 사기를 의심하지 못했다.

24일 광주 동구청과 지산동 지역주택조합 등에 따르면 조합 업무대행사 대표 A씨 등이 중복계약을 한 사실을 지난해 말께 인지한 조합 측은 조합원 자격 여부를 묻는 사기 피해자들의 요구를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원 부적격세대를 싼 가격에 분양한다는 A씨의 말에 속아 개인당 최대 수천만원을 업무대행사 직원 등 개인계좌에 입금한 피해자들은 이후 조합원 자격 여부를 문의하기 위해 수차례 조합 측에 문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측이 지정한 신탁회사 계좌에 분담금을 납입해야만 조합원 자격을 인정받지만, 조합 측은 A씨 등 개인계좌에 분담금을 납입한 이들에게 관련 사실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지산동 지역주택조합 분양사기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분담금을 A씨 등 일당이 일러준 계좌에 입금한 이후 조합원 자격 취득 여부를 묻기 위해 수차례 조합 측에 문의했지만, 조합은 A씨에게 물어보라고만 했다”며 “A씨 일당이 사기를 저지르는 동안 조합이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조합장 B씨는 “중복분양 사실을 알긴 알았지만, 신탁회사 지정 계좌에 입금하지 않은 이들에 대해선 업무대행사에 문의를 하라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미 중복분양 사실을 알고 법적책임 등을 명시한 각서를 A씨 등에게 작성케 한 조합 측이 ‘사업 추진’이라는 명목 아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 측이 지난 4월 7일 사업승인이 이뤄진 이후에서야 조합원 부적격자 50여명에게 자격 여부를 한꺼번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또 조합원 부적격 통보를 받은 이들이 관련 민원을 동구에 제기하고, 구제방법 등을 문의했으나 동구는 사기를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 3월께에도 조합 측이 부적격자 관리를 제대로 안한다는 민원이 동구에 제기되기도 했지만,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구가 관련 사실을 면밀히 확인했더라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오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민원인들 문의 당시에는 세대주 이름 등이 잘못 기입돼 부적격 통보를 받았다는 정도만 알게됐을 뿐 사기를 의심하지는 못했다”며 “사기임을 인지했다면 곧바로 수사 의뢰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동부경찰서는 고소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22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정유진 기자·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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