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사고와 날 것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담양 해동문화예술촌
임의진·유지원 작가 초청
‘날 것, 그대로의 것’ 기획전
4~ 8월 23일 아레아 갤러리
오픈식 윤성근 바이올린 공연

유지원 작 ‘Trace-Collector’

“야생의 사고는 야만인의 사고도 아니며 미개인이나 원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련화되었다든가 길들여진 사고와는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evi-Strauss)-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인류학자로서클로드 레비-스트로스(1908년 ~ 2009)는 저서 ‘신화학’의 제 1권 ‘날 것과 익힌 것 ’에서 날 것과 익힌 것, 신선한 것과 부패한 것, 젖은 것과 태운 것 등의 문명화의 정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것은 야만, 원시, 폭력성과 연관된 반면 요리된 것은 문명, 교양, 사회적 교류를 의미한다. 문화라 규정되는 인간만의 독특한 존재 양식은 경계가 없던 것에 경계를 긋는 데서 시작되지만, 문화적인 상황에서 부패한 것, 썩은 것 등이 잘 익은 것을 넘어설 수 있다. 그렇다면 문명화되지 않은 ‘날 것’의 예술적 속성은 무엇일까.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이 임의진 작가와 유지원 작가를 초청해 ‘날 것, 그대로의 것’ 기획전을 선보여 관심을 모은다. 이 전시는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예술적 속성들에 집중한다.

임의진 작
임의진 작 ‘가을우체국 1’

먼저 임의진 작가는 ‘야생의 사고’를 통해 불모의 땅이 된 곳에 달라붙어 그 곳에서 살아가는 법을 제시한다. 한국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어 청년기를 혼돈 속에 보낸 임 작가는 이후 해외 각지를 순례하면서 어깨춤, 떠돌이별, 이매진 등의 별명을 가지게 됐다. 다양한 별명이 말해주듯 그의 삶은 여행지에서의 단순한 방랑객이나 이주민이 아닌 ‘유목민’의 삶처럼 야생적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작품 세계를 펼친다.

유지원 작 ‘Trace-E’

유지원 작가는 ‘날 것의 미적 가치’에서 쓰다 시간이 지나 버려진 것, 오래되어 기피된 공간, 버려진 폐지 등 대상 그 자체에서 보이는 날 것의 미학적 가치를 발견한다. 그러나 단순히 오래된 것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끄집어낸다. 그가 발견한 대상은 죽음과 시간, 시간이 지나 결국 의미가 퇴색되어 그 존재 자체가 보잘 것 없는, 우리의 인식에서 사라져가는 대상물이다.

특히 작가는 의미(가치)와 기능을 잃어버렸고, 서로 다른 폐허에서 존재하는 건축 자재의 조각들을 재조합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이 언뜻 집처럼 보이는 건축물로 재구성되지만, 실제적으로 우리가 정의하는 ‘집’으로 규정될 수 없다. 이 재료들은 결코 같은 성질의 무엇으로 통합될 수 없으며 낯선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전시는 오는 4일부터 8월 23일까지 해동문화예술촌 아레아 갤러리에서 진행한다. 전시 첫날 오후 4시에 진행할 예정인 오픈식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성근의 독주로 무대를 채운다.

양초롱 예술총감독은 “날 것 자체에서의 시·공간의 층위, 그 가운데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유형, 야생의 사유를 기반으로 한 삶을 상상할 수 있다”며 “지역민과 관람객들이 이 전시를 통해 많은 창조적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동문화예술촌은 지난주 토요일(27일)에 문화가 있는 날 ‘앙코르 해동’ 이정주 명창의 ‘담빛, 6월을 훔치다, 고혹음악회’를 성황리 마쳤다. 7-8월은 문화가 있는 날 행사를 잠시 쉬어갈 예정이다.

어린이예술교육프로그램인 ‘상상나래’는 매주 토요일 계속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해동문화예술촌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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