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우리의 문화유산은 어떻게 살아남는가

김영근 <광주광역시 문화기반조성과장>

최근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우리사회는 미증유의 충격을 입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영향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러 불가역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이는 우리가 기존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구조로 진입하는 것으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상황이 긴박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문화정책을 차분히 준비해야할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 시는 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면서 다양한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일선에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문화향유의 수준과 국제문화도시로서의 자긍심은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아마도 문화를 통한 경제효과가 직접적이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시는 문화분야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하여 시민의 삶에 기여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문화정책 중 가장 보수적으로 관리되는 것이 문화유산 분야이다. 문화유산 정책은 원형보전을 골자로 하여 현재의 상태를 그대로 후대로 이어주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보전?계승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무형문화재의 경우에는 60대 이상이 95%이며, 보유자 및 전수교육조교가 없는 종목은 80%이다. 보유자의 고령화로 인해 문화유산의 계승이 쉽지 않아 소멸될 위험에 처해있고,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으로 전승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종목의 특성상 대면 교육이 진행되는데 문화재 전승에 있어 최근의 상황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민족 정체성을 지닌 문화유산을 후대로 온전히 전해주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박물관에 박제되어가는 문화유산이 아닌 시민의 삶 속에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우리의 사명이다.

이에 우리시에서는 역점시책인 인공지능(Ai)과 문화기술(CT)을 통해 문화유산을 보전·관리·활용하는 광주형 문화유산 관리모델인 ‘아시아공동체 전승문화플랫폼’을 구축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사업비 50억원(국비 25억원 시비 25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우리지역 문화유산을 인공지능, 문화기술, 미디어기술을 통해 융합하고 활용하는 전승모델을 개발하는 것으로 문화유산의 보전?계승에 있어 전국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이다.

‘아시아공동체 전승문화플랫폼’은 문화유산의 아카이빙(빅데이터 구축), 콘텐츠 제작?활용, 인공지능 계승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는 단순 기록을 위한 아카이빙이 추진되어 그 데이터를 이용한 계승이나 활용이 어려웠다. 하지만 아시아공동체 전승문화플랫폼을 통한 아카이빙은 처음부터 영화, 게임, 전시물 제작 활용이 목표인 범용포맷으로 데이터가 구축되어 이 데이터가 인공지능 딥러닝, 문화재 보전 및 콘텐츠 제작을 위한 기초데이터로 활용된다.

무형문화재 분야의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로만 전승되는 특성과 보유자의 급속한 노령화로 그 맥이 끊길 위험에 처해 있는데 인공지능 딥러닝을 통한 ‘동작판별분석시스템’으로 인공지능과 5G 통신망을 통한 실시간-비대면 방식(Real time-Untact) 계승체계를 구축하여 우리시를 비롯한 아시아의 문화유산 보전에 기여할 것이다.

‘아시아공동체 전승문화플랫폼’의 결과물인 문화유산 융?복합 콘텐츠와 인공지능 계승체계는 우리 시의 문화산업 생태계로 편입되어 4차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 성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성과는 문화유산의 보전과 계승이라는 직접적인 효과와 함께 교육, 콘텐츠 제작, IT 관련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직결되고 문화유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져 광주가 명실상부 문화수도로 발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런던에는 ‘테이트 모던’이라는 미술관이 있다. 테이트 모던은 본래 화력발전소로 사용되다가 방치되어 당국의 골칫거리였지만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영국 대표 미술관 중 하나로 런던의 문화 자부심이다. ‘아시아공동체 전승문화플랫폼’은 원형보전이라는 문화유산 관리정책에 광주의 차세대 기술을 더해 문화유산의 전승과 보전에 생기를 불어넣을 혁신이다. 문화유산으로 시민의 삶이 윤택해지고 자긍심을 가지는 것.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문화유산이 우리 곁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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