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채 남도일보 주필의 ‘무등을 바라보며’-광주·전남 지방의회 ‘소신과 연대의 반란’ VS ‘비열한 야합’
 

광주광역시의회가 15일 의회운영위원장을 선출하면 광주·전남지역 29개 광역·기초의회의 후반기 원 구성이 우여곡절 끝에 완료된다.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를 비롯해 27개 시·군·구의회 의장 29명은 모두 원 구성을 압도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 뽑혔다. 이 가운데 광주 서구의회와 강진군의회, 구례군의회는 당내 경선에서 뽑힌 의장 후보가 아닌 다른 의원이 선출됐다. 특히 광주 서구의회는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기획총무위원장은 민주당 의원이 뽑혔으나 의회운영위원장에 진보당 의원, 사회도시위원장에 무소속 의원이 당선돼 지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이와 관련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소신과 연대의 반란’이었다 ”고 평했다. 반면 민주당 광주시당은 ‘비열한 야합’이라고 규정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김태영 의장을 시당 상무위원 당직 직위해제를 결정하고, 윤리심판원 등을 통해 징계 조처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강진군의회는 부의장에 민생당 소속 의원이 선출됐고, 목포시의회와 곡성군의회는 부의장에 무소속 의원이 당선됐다. 나주시의회는 의장에 당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의원이 당선되기는 했으나 사전 경선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이 당 지침과 관계없이 본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전남도당은 15일 윤리심판원을 열고 당론을 어긴 강진군의원 4명, 구례군의원과 곡성군의원 각 3명, 나주시의원 1명 등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다. 목포시의원도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민주당 목포시 지역위원회에서 징계청원서를 아직 제출하지 않아 다음 윤리심판원에서 이를 다루기로 했다. 후폭풍이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 광주시·전남도당은 지방의회 후반기 출범을 앞두고 당내 의원들 간 투표를 통해 의장단을 선출하도록 했다. 중앙당에서 ‘지방의회 의장 및 부의장 후보 선출은 해당 시·도당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의 참관하에 선출방법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당론에 따라 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난 한 달간 치러진 광주·전남지역 광역·기초의회 원 구성 과정은 온갖 비민주적 구태가 답습되면서 반목과 갈등이 고조돼 파열음이 난무했다. 민주당은 다수를 내세웠고, 소수정당과 무소속은 형평성을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적 소통을 위한 협의와 배려는 찾아볼 수 없어 갈등의 골이 깊게 패였다. 2016년 20대 총선을 시작으로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21대 총선까지 4연승에 성공한 민주당이 국회와 지방의회를 사실상 독점하면서 협상과 타협에 의한 의회 민주주의의 본분을 무시한 채 지지도에 취해 독단과 독선으로 독주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당 간의 다툼은 그래도 양반이다. 후반기 원 구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추태는 감투를 차지하기 위한 민주당 주류와 비주류의 낯뜨거운 파벌싸움이었다. 시정잡배보다 더한 이전투구에는 정치의 생명인 명분도, 정당성도 없었다. 오로지 이권과 자리를 위해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을 담합하거나 내정하는 패거리 정치에 권모술수, 이합집산, 합종연횡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감투를 위해 생각이 다른 이들이나 다른 당과도 손잡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동료애는 사라지고 상대에 대한 적개심과 발목잡기만 넘쳐났다. 이렇게 의원들 간에 내홍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협치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뿐이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만큼 사사건건 대립할 게 뻔하다. 의원 개개인의 탓을 하기에 앞서 공천과 정당에 얽매여 있는 지방의회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렇게 되면 주민보다 진영 논리가 중요해진다. 이는 곧 지방의회의 존재가치 상실을 의미한다.

지방의회의 일당 독주는 서울 여의도 정치판을 연상케 한다. 국민들이 혐오하는 국회를 어찌 그리도 판박이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못된 것은 빨리 배우고, 학습효과도 분명하다. 중앙정치를 욕하지만 자신들도 별수 없는 짓거리를 하는 셈이다. 원 구성이 이런 식이었으니 후반기 의정활동이 제대로 될지 걱정이다. 자중하고 오로지 주민을 위해 일하겠다던 초심으로 돌아가길 당부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