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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동화작가의 남도일보 월요아침-법대로 해. 법대로!
법대로 해. 법대로!

이성자(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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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사거리 한쪽에서 큰소리가 들려 다가가보니,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K 씨가 웬 젊은 사람과 다투고 있었다. 자동차 접촉사고인 듯해서 둘의 싸움을 말리려고 끼어들었으나. 이미 화가 날대로 난 K 씨가 “그럼 법대로 해. 법대로!”라고 소리 질렀다. 당장 젊은이가 어딘가에 전화를 하니, 오토바이를 탄 경찰 두 명이 도착했다.

경찰은 남자와 몇 마디 주고받더니, 남자 차에 들어가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차에서 내린 경찰이 K 씨에게 다가와 “선생님, 몇 차선으로 오셨어요?” 라고 물었다. K 씨는 “내가 가고 있는데 저 친구가 갑자기 달려들어 내 차를 치고 갔다니까요!”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생님, 차선을 어디로 오셨냐고요?” 이번에는 웃으며 물었다. “젊은 사람이 잘못을 해놓고도 저렇게 고함을 지르니, 내가 해볼 수가 있어야지요.”

막무가내인 K 씨를 놔두고 경찰이 내게 다가왔다. “차선위반이라 100% 과실입니다. 인정하기 억울하면 교통과에 신고하십시오.” 몇 마디 말을 남기고 경찰은 오토바이를 타고 사라졌다. K 씨를 안심시키고 곧바로 보험회사에 연락하도록 했다. 보험회사 직원 역시 과실을 인정했다. “저렇게 살짝 긁혔는데, 무슨 보험회사씩이나?” 끝까지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기 억울하다는 K 씨였다. 하는 수 없이 젊은이를 만나 내가 사과할 테니 이해해주고, 보험으로 처리하자고 했다.

젊은이는 차에 임산한 아내가 타고 있어서 정말 긴장했다며 “잘못을 해놓고도 저렇게 소리치니, 법이 없다면 어쩌겠어요?” 원망 가득한 얼굴로 K 씨를 노려보다가 차를 타고 사라졌다. 차선을 조금 위반했어도 살짝 비켜주면 좋았을 텐데 일부러 치고 간 거라고 계속해서 억지를 부리는 K 씨. 어찌나 창피하던지,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정말로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K 씨가 맞는지 물끄러미 올려다보다 헤어졌다.

7월의 한 가운데에는 법을 지키자고 만든 제헌절이 들어있다. 지금은 공휴일이 아닌 국경일이지만 우리나라는 법치주의의 나라이니 국민 모두는 법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 만약 ‘법’이 없어진다면 이 사회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사회가 될 것이다. 법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축이며 약속이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죄’로 감옥에 갇혔을 때 주위사람들이 도망을 시켜주려고 했지만, 소크라테스는 도망치지 않았다. 결국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고 사약을 마셨다.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 악법임에도 법을 따라야했던 죽음이었다. 악법은 모두가 뜻을 모아 고쳐야할 법인 것이지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은 절대 아닌 것이라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위대한 법이 존재한다고 하지만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은 돈 없고 빽 없는 사람에게 법은 멀리 있는 세상이라고 하소연 한다. 많고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자동차 접촉사고처럼 블랙박스가 고스란히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사건 사고들이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는다는 원망 섞인 말일 것이다. 힘이 있고 없고를 떠나 국민 모두가 그래, 그래, 법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야할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 텔레비전을 보고 있으면 감히 우러르기도 힘든 사회 저명인사들이 법을 사이에 두고 자주 등장한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알고 계실 것 같은 분들이 왜 법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오랜 시간 다투는 것인지 궁금하다. 배운 대로라면 죄를 지은 사람은 죄 값을 분명 받아야 할 터인데, 요즈음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도 되는 것일까? 고개가 갸웃해진다. 술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분명히 잘못을 했는데 “법대로 해, 법대로!”라며 소리치던, 존경(?)하던 K 씨의 얼굴이 그분들의 얼굴과 자꾸 겹쳐 보이는 것은 어인일일까?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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