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특별기획-18살 청소년의 힘겨운 홀로서기
③자립 욕구 관련 설문조사
보호아동 자립위해 정부와 지자체 적극나서야
보호대상 아동, 진로·자격증 취득 어려움 호소
시설종사자, 경제적 부담·낮은 인식 ‘난관’

지난해 보호종료아동이 시설에서 퇴소한 뒤 자립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있는 실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다양한 자립지원서비스가 시행됐다. 보호종료 후 아동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퇴소 전 철저한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서다. 그러나 현실은 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매년 아동자립지원통계 현황보고서가 발간되고 있지만 아동현황 파악을 중심으로 한 자료일 뿐, 취업·진학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현황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립 대상인 아동의 희망사항과 적성 등을 기반으로 한 욕구 및 현황파악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본부에서는 광주지역 보호아동에 대한 진로 및 자립에 대한 현황 및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보호아동 진로 및 자립 관련 욕구 조사’를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진행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시설 퇴소 전 보호대상 아동의 진로와 자립역량을 강화해 안정적인 사회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기초조사이다. 대상은 광주지역 아동복지시설(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의 시설 종사자와 만15세 이상 보호대상 아동으로, 시설 종사자 30명과 보호아동 150명이 참여했다.

남도일보는 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자립을 앞둔 보호대상 아동이 자립을 위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시설종사자들은 어떤 지원책을 바라고 있는지 분석해 봤다.

◇보호대상 아동의 목소리

▶무엇을 해야할까요?
자립(사회로의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보호아동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진학이다. 15~18세에 해당되는 보호아동들은 고교 미 대학진학과 취업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와 맞닥뜨리게 된다. 대부분의 보호아동들은 이 중차대한 문제를 혼자 결정해야한다.

‘진로결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29.3%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답했다. 이어 ‘적성·소질을 몰라서(20.2%)’, ‘기술이나 자격증 부족(13%)’, ‘학업성취도가 낮아서(12.4%)순으로 나타났다. 이중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라고 응답한 비율은 고등학생 뿐 아니라 중학생에게서도 높았다.

이는 보호아동의 진로 결정 시 방향이나 준비과정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의 기회가 필요함을 방증한다. 이와함께 중학생은 학업향상을 위한 사교육 등 학습지원을, 고등학생은 취업을 위한 기술 습득이나 자격증 취득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격증 취득 필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먼저 선택하는 것이 ‘자격증’이다. 보호아동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은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비 마련이 어려워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자격증 시험 접수비 조차없어 절망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증이 없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서는 응답자 중 22.7%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라고 답했고, 뒤이어 19.9%가 ‘비용적인 부담으로 기회가 없어서’를 이유로 꼽았다. 이어 ‘교육정보 및 교육기관이 없어서(18.4%)’‘교육내용이 어려워서(15.3%)’, ‘흥미가 없어서(10.3%)’, ‘기타 (13.4%)’ 순으로 나타났다.

진로 결정을 하지 못한 응답자를 제외하면 자격증 취득에 쉽사리 도전할 수 없는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리에게도 꿈이 있어요
그렇다면 보호아동은 어떤 자격증을 취득하고 싶을까?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에 대한 물음에는 운전면허 취득이 29.5%로 가장 높았고, 컴퓨터 관련 자격증이 25.1%로 1·2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기계 등 기술자격(10.0%)’, ‘미용자격증(8.7)%’, ‘기타 (6.6%)’등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이 없다는 응답자도 11.2%나 됐다.

◇시설종사자의 목소리

▶뭐니뭐니해도 ‘경제적 부담’
보호아동을 돌보고 있는 시설 종사자 역시 보호아동의 자립 준비를 도우면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프로그램 진행시 어려운 점’에 대한 질문에 27.8%가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립 체험관 및 관련 교육기회 부족(25.9%)’, ‘자립에 대한 낮은 관심(14.8%)’ ‘종사자의 자립 관련 사업수행시간 부족(13.0%)’ ‘자립에 대한 정보 및 전문성 부족(11.7%)’, ‘기타(6.8%) 순이다.

보호아동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시설 종사자들 역시 보호아동의 원활한 자립지원을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현장에선 00이 필요해요

그렇다면 보호아동 자립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설 종사자들은 자립에 앞서 보호아동의 희망과 적성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진로 프로그램 진행 시 필요한 부분’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31.8%가 ‘아동의 적성 및 욕구 등 자기이해’라고 답했으며, ‘개별 욕구에 맞는 진로 및 취업지도(26.8%)’, ‘장기 학습지원 및 직업체험 활동(22.3%)’으로 나타났다. 이어 ‘욕구에 따른 학원·자격취득 지원(8.9%)’, ‘정서·사회적 지지를 위한 멘토 프로그램(7.8%)’, ‘취업기관에 대한 정보(2.2%)’순이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자립을 앞둔 보호아동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이는 보호아동의 진로 설정이나 준비과정에 대한 정밀한 설계가 필요하고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함을 뜻한다. 시설 종사자 또한 “보호아동의 희망과 적성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확보 등을 통해 보호대상아동을 위해 앞으로 추진해야 할 지원책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와 광주가정위탁지원센터, 광주아동옹호센터, 광주아동자립지원전담기관 등이 추진하고 있는 ‘광주형 사각지대 없는 아동자립프로젝트’가 시민사회운동을 넘어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나서야 하는 중차대한 현안임이 분명해졌다. 광주아동옹호센터도 정책적인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광주광역시 아동청소년복지시설 퇴소청소년 지원’조례에 대한 개선안을 논의하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고 했다. 아동보호운동의 선구자인 방정환 선생은 “아동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안전하고 행복한 발달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어른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했다. 사회적으로 외면 받고있는 보호아동들의 건강한 자립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나서야 한다. 보호아동도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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