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숨쉬는 화순고인돌전통시장
부지면적만 1만207㎡·349개 점포 운영
양한묵 선생 3·1만세 운동 집결지로 선택
10개년 계획 추진…전통시장 살리기 총력

지난 18일 오전 전남 화순군 화순읍에 위치한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이 장날을 맞아 많은 방문객들로 활기를 띄고 있다. .사진은 화순고인돌전통시장 정문 입구 전경.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전라도를 빗대 우스께소리로 자랑하면 안되는 절대적인 것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주먹자랑(벌교), 돈자랑(여수), 미인자랑(순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더 추가해도 될 듯 하다. 화순에 자리하고 있는 ‘화순 5일장’이 그것.

화순 5일장 정식명칭은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이다. 이곳은 상인들의 정감있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반찬삼아 화순만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를 한번에 느끼고 맛볼수 있는 몇 안되는 소중한 교육현장이자 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편집자주>

주말이었던 지난 18일 오전 11시. 광주에서 차를 타고 화순 시가지 방향으로 20여분 남짓 운전을 하다가 우연치 않게 찾아간 화순고인돌전통시장(전남 화순군 화순읍 시장길 42번지). 때마침 장날(3·8일)이었던 탓인지 시장은 한껏 분주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란 말이 딱 떨어지는 그야말로 운수 좋은 날.

시장(북문) 건너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저 멀리서 전해져 오는 옥수수 삶은 냄새와 번데기 굽는 향이 마음을 동(動)하게 하기 충분했다.

급히 발걸음을 북문 시장골목 입구로 옮길때쯤 화순군에서 생산된 찰옥수수가 맛나게 삶아진 채 유혹하고 있었다.

가격도 한 봉지에 3천원. 두봉지 사면 5천원으로 가격이 내려가는 기적(?)도 펼쳐지고 있었다. 얼른 한봉지 사서 입으로 가져가니 그야말로 꿀맛.

좁은 골목을 걷다보니 어느덧 시장 정문과 지붕 아케이드 등 현대화 시설로 꾸며진 매인통로로 연결된 본 건물이 모습을 보였다.

그곳에선 아까 본 골목길 시장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과 마주했다. 엄청나게 큰 시장 내부에 할머니들 100여명이 줄줄이 노상을 펼쳐두고 고추, 옥수수, 대파, 마늘 등 직접 심어서 키운 자식같은 농산물들을 팔고 있었다. 말만 잘하면 1만원짜리도 5천원에 살 수 있을 만큼 정(情)도 여전했다.

이곳을 기준으로 앞뒤로 튀김, 슬러쉬(얼음을 갈아만든 음료)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손님맞이에 한창이었고 횟집과 같은 식당들도 연신 쏟아지는 주문에 정신이 없었다. 장 한켠에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한 돌림판 경품행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농산물, 장바구니, 볼펜 등 상품도 화려했다. 객(客)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작은 시골 오일장이 거기서 거기겠지” 라는 저렴한(?) 생각을 꾸짖는 느낌마저 들게했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 매인 판매장에서 많은 지역민들이 저렴하고 질좋은 상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실제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은 부지면적만 1만 207㎡에 달한다. 점포(89개소)및 노점상(260개소)도 349개소나 운영중이다. 음식점, 채소 및 과일 곡물과 어물이 주요 품목들이다. 생선 등 몇몇 상품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화순군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장날기준 약 5천여명이 시장을 방문한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은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시설현대화사업 추진과 문화관광형육성시장에 선정되면서 약 300여대(시장내 1 주차장, 향청리 2주차장, 성안마을 내 3주차장)를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주차장이 건설됐고, 신축복합건물 2동 및 시장 정문 입구 아케이드도 완료됐다.

이처럼 현대시설로의 전환으로 과거 흙투성이에 음식 등 온갖 냄새들로 코를 찌르던 옛 전통시장 이미지는 많이 희석됐지만 여전히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은 흘러간 오랜 세월만큼이나 숭고한 지역민들의 애환과 숨결을 그대로 품고 있다.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은 공식적으론 지난 1964년 화순전통시장이란 이름으로 탄생(구 신기리·현 삼천리로 이전)했지만 길바닥 장터 마당이 펼쳐졌던 시기까지 더하면 조선시대 말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 갈 만큼 역사가 깊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절엔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이셨던 지강 양한묵 선생께서 1919년 3·1 만세 운동을 계획하고 사람들을 집결시키려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대기업 및 중·대형마트들의 무차별 공세속에 하나 둘 사라져만 가는 전통시장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서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의 가치는 엄청나다.

시장상인들 역시 이처럼 소중한 지역 유산인 화순고인돌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추진중이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10개년 사업 계획’은 그 출발점. 지난 2019년 처음 추진된 이 사업은 기간별로 단기(2~3년)·중기(3~5년)·장기(10년~)등 3가지 큰 틀에서 출발한다.

우선 단기적으로 철물점·대장간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종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현실에 맞는 전업 지원 시스템을 추진 중에 있다. 실제 시장 내 한 횟집에 경우 이전 철물점 자리에 입점해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산뜻한 실내 인테리어와 철저한 음식재료 관리, 과거 전통시장에선 볼수 없던 친절한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대표 맛집으로 성장했다. 중기 전략으로는 토요장터 상설화 및 콩 깨 등 지역 대표 농산물의 제조가공사업의 확대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이러한 사업들의 완성도를 높인 후 장기적으론 시장 스스로 생존이 가능하도록 육성한다는 복안이다. 이는 타 지역 전통시장과의 극명한 차별점이다.

박두진 화순고인돌전통시장 상인회 회장은 “과거 여러 정부 추진 사업들의 혜택을 받으며 많은 시설 개보수가 진행됐다”며 “그 덕분에 이곳을 찾는 분들의 편의성이 많이 향상됐다. 하지만 대기업 마트들의 물량 공세속에 지역 전통시장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이곳에 계신 상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꾸준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공간이 아닌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이다. 이곳을 지킬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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