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지방 다 죽일 것인가?
조진상(동신대 교수·전국지방분권협의회장)

정부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고군부투하고 있다. 대출제한, 전매제한, 분양권 제도 개선, 다주택자 규제 등을 폭넓게 도입했다. 취득세, 양도소득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온갖 세금 정책을 강화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3기 신도시 개발 카드를 도입하더니 최근에는 용적율 상향 조정과 함께 그린벨트 해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수도권 부동산을 잡겠다는 것은 현 세대를 위해 미래 세대를 죽이겠다는 것이자 수도권 살리기 위해 지방을 죽이는 것과 다름 아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하는 정책’으로는 결코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도로를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교통혼잡이 해결되지 않는 이치와 같다. 잠시 개선되는가 싶지만 좋은 도로 환경은 더많은 자동차를 끌어들여 더 큰 혼잡을 초래한다. 소위 ‘브라에스의 역설(Braess‘ Paradox)’이다.

진짜 교통 혼잡을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반대 방향으로 물꼬를 터야 한다. 승용차를 괴롭혀야 한다. 차도를 줄이고 주차요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 대신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만들어야 한다. 역발상이다. 이것이 유럽 도시에서 널리 적용되고 있는 도시교통정책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간과하고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입증되어 있다. 세종로 줄여도, 청계천 복원해도 우려했던 교통대란과 교통혼잡은 발생하지 않았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오르니까 주택을 공급하자는 것. 이건 지방만 죽이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도 같이 죽자는 것이다. 수도권은 심화된 인구집중으로 교통혼잡, 환경파괴, 삶의 질 저하, 부동산 가격 상승 등 혼잡비용이 늘어난다. 도시어부, 삼시세끼, 자연인과 같은 TV 프로그램, 평범해 보이는데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수도권 주민들의 열악한 삶의 질 (QOL), 자연에 대한 갈망의 대리만족의 다른 표현이다.

작년 12월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인구 절반을 넘어 섰다. 1960년 20.8%에 불과하던 수도권 인구는 1980년 35.5%, 2000년 46.3%를 거쳐 2020년에 과반을 넘어선 것이다.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힘들어지고 있고 지방은 지방대로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방은 이제 인구 감소나 공동화를 걱정하는 단계를 지나 아예 ‘지방소멸’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은 작년 말 처음으로 광역단위 인구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었다. 나주, 김천, 진주, 전주, 서귀포와 같이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었던 혁신도시들도 ‘인구소멸주의 또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부·울·경 지역도 이제는 예외가 아니다. 매년 수만 명씩 수도권으로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전에는 영호남 격차가 문제가 되었지만 요새는 중부권과 남부권의 격차가 더 심각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충청도와 강원도도 수도권이란 말도 자주 회자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보다 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연방정부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실현’ 과 ‘어디서나 살기 좋은 균형 국토’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임기 절반이 지난 지금 이 같은 국민과의 약속은 한갓 ‘레토릭’에 불과한 것인가?

수도권 부동산 가격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정반대의 다른 물꼬를 터줘야 한다. 지방에 투자해도 좋다는 시그널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과 수도권만이 사람사는 곳이 아니고 지방도 살기 좋은 곳,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 투자할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시그널을 정부가 확실하게 보여 줘야 한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전국화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방도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지방분권 3법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제2국무회의 (중앙지방협력국무회의)가 법정화 되고 정례적으로 개최되어야 한다. 혁신도시 시즌 2 정책,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과 대학·기업의 이전 정책을 확실하게 추진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지방소멸방지법을 제정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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