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결국 청렴 앞에 무너진 교육감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광주KBS의 보도로 촉발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부인의 명절 떡값 논란이 시민들에게 회자 되면서 사퇴론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장 교육감은 1970년 3월 초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중등교사로 재직하면서 1989년 전교조 결성을 주도한 혐의로 교단에서 해직되었다. 필자는 장 교육감이 해직되고서 거리의 교사로 있을 때부터 취재현장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5년쯤 후에 다시 교단에 복귀해 왕성하게 전교조 활동을 하는 등 28년간 평교사였던 그가 2002년부터 교육위원 재선, 교육감 3선의 고지에 올랐다. 해직의 아픔을 20년 선출직으로 임기를 보장받는 동안 필자는 주로 교육기관을 출입하면서 그를 지켜보았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청렴’이었다.

그런 그가 교육개혁이 아닌 개인 구설수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는 장 교육감 부인이 2017년 6월부터 지방선거를 앞둔 이듬해 6월까지, 약 1년 동안 유치원연합회 관계자로부터 8차례에 걸쳐 40만 원(?) 상당의 굴비와 전복, 스카프와 지갑 등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면서다.

사실 1년 전부터 장 교육감 부인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유치원 연합회로부터 선물을 받아 경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교육청 안팎에서 돌았다. 그러나 어떤 기자도 그 정보를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KBS 기자가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항간에는 여러 평가가 있지만 그럼에도 기자 근성의 결과물이다.

경찰은 최근 이 단체의 총무를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입건했고 지회장은 회비를 횡령한 혐의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40만 원 정도의 선물 받은 것을 놓고 언론이 지나치게 마녀사냥식 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그러나 그는 현직 교육감 신분이기도 하지만 그가 광주교육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지난 10년 동안 숱한 공직자들을 징계하고, 고발하고, 심지어 해임, 파면하는 등 청렴결백하고 지혜롭고 엄격한 명 판관인 포청천을 자처했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산하 일부 고위 공직자는 수사 중 목숨을 끊기도 하고 가정이 파탄 나기도 했다. 상당수 사립학교 재단들은 채용 비리 등으로 관선 이사가 파견되면서 학교 운영권을 빼앗겼다.

모두가 자신들이 저지른 업보 때문이었지만 전례 없는 초강경 모드가 일조했다. 그럼에도 교육계와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교육계의 비리를 청산하려는 의지를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런 장 교육감이기에 청탁금지법이나 공소시효 여부를 떠나서 그가 평생 주장해온 ‘청렴’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시민단체는 물론 시민들의 분노가 크다.

장 교육감이 2010년 처음 교육감으로 당선되고서 재임 4년 동안 최대 공적으로 내 세운 것이 부패청산이었다.

2013년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교사와 비정규직 17명으로부터 현금과 과일 등 160여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한 초등학교장을 해임했던 일이 떠오른다.

장 교육감 체제의 시 교육청은 이 교장이 받은 금액 160만 원의 4배인 640만 원을 징계 부과금으로 납부하도록 했다. 더구나 명절 떡값 파동으로 해임과 교육부의 재심청구에서 감경, 복귀, 연수 등 우여곡절을 겪은 후 사건 발생 3년 만에 일선 학교에 교감으로 강등 발령을 냈으나 전교조와 교직원들이 비리인사라며 철회를 요구하자 결국 장기 연수 파견을 보냈었다.

장 교육감 체제 이후 교육행정직 등 일반직의 경우 사소한 비리 전력만 드러나도 승진대상자 명부에서 아예 제외시켜왔다.

그런 장 교육감이 청렴성을 최대 기치를 내세우면서도 비리 혐의자에 대한 잣대가 서로 다르게 적용된 사례도 있었다. 전교조 출신들을 거침없이 승진시키면서 코드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2014년 재선에 나서면서 선관위에 제출한 선거공보에 ‘감오장천’을 들고 나왔다. 교장 승진하려면 1천만 원, 교감은 500만 원 뇌물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다. 해방 후 “60여 년간 교육 비리가 광주교육을 좀 먹고 있었다”고 했다.

또 교육감의 임기 동안 비리 교육공무원이 징계를 당하고 촌지가 사라졌고 재임 첫해, 스승의 날을 앞둔 5월 백화점 매출이 처음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청렴의 대명사였던 그가 한 순간에 무너지면서 두 얼굴로 보이기 시작한다. 내로남불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도 교육개혁의 선봉에 서면서 탄핵의 촛불을 들었던 그가 40만 원 상당의 금품 때문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가 평교사 시절부터 전교조를 주도하고 전교조의 지원을 받아 교육위원과 교육감 3선에 오르면서 너무 오래 관료직에 머물러 자신도 모르게 권위주의의 타성에 젖어 언제가 부터 고인 물이 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정중히 고개 숙이고 사과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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