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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5)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635)

6부 6장 포도대장, 깃발 펄럭이며

정충신의 배를 뒤따라온 사람은 포도청의 포교 김하필이었다. 도둑을 잡는 데 뛰어난 기지와 용맹성을 보여 남다른 실적을 보여준 순라꾼이었다. 그래서 정충신이 김하필을 눈여겨보아두었다가 부임 얼마후 곧바로 승진시켰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유독 정충신을 따랐다.

동작나루 뭍에 오르자 김하칠이 정충신 곁에 다가와 메고 온 망태기를 내려놓았다. 망태기 안에는 쇠고기, 말고기를 말린 육포와 홍시감이 들어있었다.

“나리, 어찌 그냥 가실 수 있습니까. 섭섭해서 뭘 좀 준비해왔습니다요. 가시면서 드십시오.”

그러면서 말 잔등의 짐받이에 망태기를 올려 실었다.

“그래, 고맙구나. 마침 점심식사 때니 주막으로 가자.”

두 사람은 동작나루의 주막으로 들어갔다. 김하필이 뚝딱 국밥을 한그릇 해치우더니 숭늉 대신 막걸리 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금세 그의 눈자위가 불그레 젖었다.

“나리를 뵙고 살만하다고 했는디 떠나싱개 소인 가슴이 먹먹해지누만이요.”

“아니, 전라도 사람이더냐?”

“그렇고만이라우. 한양에 와있승개 서울말을 썼제마는 본사는 전라도 촌것이요. 참, 억울한 일 많이 당했지라우. 그란디 나리께서 일을 공평하게 보시고, 소인을 살피시고 포교로까지 승진시켜주시니 감개무량했지라우.”

“너를 특별히 보아준 것이 아니다. 나는 너의 능력을 보고 진급을 시켜주었더니라.”

“세상이 그렇게 됨사 살만하지요. 디지게 고상해서 살인범 잡아도 엉뚱한 놈이 포상을 받지라우. 분명 도둑놈인디 잘못잡아왔다고 두둘겨패들 않나, 그 자는 뒷배가 있는 놈이었지라우.”

이런 일도 있었다. 지체높은 사대부집 송 영감이 어린 소녀를 겁간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인격자로 알려진 그가 소녀를 겁간했다는 소문이 나자 도성은 순식간에 여론이 들끓었다. 평상시 여자들을 남자들 수준에까지는 못가더라도 우대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던 사람이 소녀를 겁간했다고 하니, 그의 이중인격자로서의 부도덕성이 부각되면서 당장 패죽여야 한다고 난리가 났다.

송 영감에게 당하고 온 소녀의 아버지는 딸을 집에 가두었다. 소녀는 겁간당한 것도 억울한데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니 반발한 나머지 가출하고 말았다. 아버지는 수소문 끝에 딸을 다시 찾아와 머리카락을 자르고, 외출옷을 안방으로 옮기고, 고쟁이 바람으로 뒷방에 가두어 문에 못질을 해버렸다. 다음날 밥을 넣어주려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이 년이 또 도망쳤구나.”

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뒤지다가 다락방으로 올라가보니 딸이 들보에 목매달아 죽어있었다. 아비는 포도청에 신고를 하고 송 영감을 어떻게든 죽여야 한다는 복수심을 가졌다. 사건을 접하고 김하필이 현장에 출동했다. 들보에서 소녀를 내려놓고 검시 전문 포졸과 함께 소녀의 몸을 샅샅이 살폈다. 그런데 예전의 강간사건과 달리 소녀의 몸은 깨끗했다. 검시관을 시켜 소녀의 아랫도리를 살피는데 소녀는 처녀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뭔가가 있다.”

그는 두문불출하고 있는 송 영감을 찾았다. 송 영감은 정신이 반쯤 나간 듯 헛 말만 했다.

“내 재산이 욕심나거든 가져가시오. 어차피 좋은 일에 쓰려고 했는데, 무망하게 되었소.”

그는 반대파와의 대립 끝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정계에서 물러나 있었다. 대대로 재산이 만석군에 가까웠으니 뜻있는 일을 하며 좋은 세상을 갈망하며 살리라 마음 먹었다.

이런 곡절을 안 김하필은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는 포도청과 사헌부, 의금부에 의문점을 알리고 수사망을 확대했다. 그런데 갑자기 수사를 중단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수사가 막바지로 가는데 왜 그러는 것이야?”

김하필이 의아해하자 함께 조를 짜 수사를 해왔던 강덕보가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와서 말했다.

“송 영감이 주화(主和)세력에게 뒷돈을 댄다는 소문을 듣고 척화세력이 송 영감을 잡아들일 요량으로 미인계를 쓴 것이야. 그런데 송 영감은 소녀를 손대지 않았다는 것이지. 하지만 소녀가 송 영감 방에 있다가 나온 것은 사실이니 그걸로 혐의는 충분한 거지.”

그 말을 듣고 포도대장에게 사실을 보고하자 포도대장은 도리어 그에게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명했다.

“미친 새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날뛰어?”

거대한 주류세력의 힘을 포도대장은 알고 있었다. 그 세력에 올라타면 승격되어 판서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 종이품인 포도대장 자리도 높은 벼슬이고, 무엇보다 민생치안을 담당하다 보니 떡고물이 많았다. 이것들을 모아 상납하면 영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포도청은 객주집과 객관까지 순찰 대상에 두었으니 미색이 뚜렷한 기녀와 창기들을 골라 정승 판서들에게 몰래 집어넣어주면 원하는 자리도 꿰찰 수 있다.

“이것을 저놈은 모르고, 천방지축 날뛴단 말이야.”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명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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