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정기연 前 전남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한반도에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우리 한국인이 살고 있으나 불행하게도 남북이 분단되어 통일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7월 27일은 1953년에 정전(停戰)협정을 맺은 날이다. 한반도에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꼬박 3년 만에 정전협정이 이뤄졌다. 1953년 북한과 중국, 유엔이 판문점에서 한국전쟁의 중지를 합의한 협정문에 서명함으로써 정전협정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1991년에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 그해 12월 13일,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바 있다. 그때 사실상 남북 간에는 휴전을 끝내고, 종전(終戰)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세계의 전쟁사에서 무려 67년이나 휴전(休戰)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예는 없다. 이제 정전협정을 끝내고 종전선언을 해야 할 때가 됐다. 하루라도 빨리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이 우리의 살길이다.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틈에 있는 한반도의 한국인은 통일을 원하고 있으나 주변 강대국들은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 민족은 전쟁으로는 통일할 수 없음을 6·25전쟁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평화적 남북통일을 바라고 있다. 언제 어떻게 평화적 남북통일을 할 것인가는 우리 민족의 공통된 과제다.

북·중 국교 수립은 70년이 넘었고, 한중 국교 수립도 30년이 다 되어간다. 북미 간만 국교 수립이 안 돼 있다. 안 할 이유도 못 할 이유도 없다. 상대방을 확실하게 굴복시키거나 전쟁을 또 하고 싶다는 이유가 있다면 모를까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을 다시 하고 싶지 않다. 통일을 원하지만, 나라를 잿더미로 만드는 전쟁을 통한 통일은 누구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선언’부터 2018년 ‘9·19 평양공동선언’까지, 몇 번에 걸쳐 진행됐던 남북정상회담에는 공통점이 있다. ‘외세의 간섭 없는 자주적 통일,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 남북한 공동 번영’으로 요약된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4·27 판문점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구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두 번째로 만난 ‘하노이 회담’은 별다른 진척 없이 끝났다. 작년 6월 한북미 3국 정상이 DMZ에서 세 번째 만났지만, 기대만 컸지 빈탕이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어느 누구도 전쟁하기 위해 만난 것은 절대 아니었다는 점이다. 전쟁의 승패는 국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미국이 월남전에서 손들고 발을 뺀 것이 증거다.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의 국력은 기어오를 수 없는 절벽처럼 보일 것이다. 미국의 백발백중하는 공중 화력은 저승사자와 같은 공포의 대상일 것이다. 미군의 정찰기만 떠도 식은땀이 흐르고, 1초 간격으로 찍어대는 인공위성의 사진은 숨통을 조일 것이다.

북한이 존엄을 건드린 전단지 때문에 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렸지만, 이는 사실 절대 전쟁은 안 하겠다는 발악의 표시고, 살아도 못 살겠다는 분노의 표시였다고 생각한다. 연락사무소 폭파가 “전쟁이냐? 평화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라는 엄포 같았지만, 우리가 전단지 살포를 못 하도록 하겠다고 하니 못 이긴 척 꼬리를 바로 내렸다. 이는 전쟁을 벌이면 한 방에 죽는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을 불사했다면 서울이나 평택이나 오키나와를 폭파했을 것인데, 그랬다면 이미 다 끝난 것이다. 한반도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역사도 끝났을 것이다. 퇴로를 봉쇄하고 상대를 공격만 하면 그 상대는 발악할 수밖에 없다.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마지막 발악, 이는 결국 핵폭탄으로 귀결된다.

북에는 수십 개의 핵폭탄이 있다고 하고, 지구상에는 1만4천여 개의 핵폭탄이 있다. 한국전쟁이 또 터지면, 세계 대전으로 간다. 3차 대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는 나라도 망하고 인류도 망하는 전쟁을 생각할 수는 없다.

평화를 꿈꿔야 한다. 나라가 평안한 평화의 꿈, 번영을 꿈꿔야 한다. 인류가 행복한 평화만을 꿈꿔야 한다. 한국인은 위대한 민족이다. 우리는 어쩌다 국운이 불행하여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결과적으로 남북이 분단되어 통일을 못 하고 정전협정 67년을 맞이했다.

우리 민족의 살길은 평화적 남북통일이며 그렇게 하려면 한반도에 전쟁을 없애기 위한 정전(휴전)이 아닌 종전협정과 평화협정을 남북한이 체결하고 전쟁이 아닌 평화적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이 우리 민족의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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