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데기서 나방되기 과정 놓친 ‘아쉬움 가득’
털보꼬리박각시 무등산 용추폭포 가는 길서 조우
유충 길이만 75㎜ 내외…노란돌기까지 탈피 신비
황금무늬로 치장 한 뒤 흙속에서 9개월간 관찰 실패

남도일보 특별기획 = 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3> 애벌레의 변신은 무죄

 

털보꼬리각시 애벌레 <2018년 6월 19일 무등산 용추폭포>
털보꼬리박각시 애벌레 <2018년 6월 22일 광주 동천동>
털보꼬리박각시 애벌레 <2018년 6월 25일 동천동>
털보꼬리박각시 애벌레 <2018년 6월 29일 동천동>
털보꼬리박각시 애벌레 <2018년 7월 2일 동천동>
털보꼬리박각시 애벌레 <2018년 7월 5일 동천동>
털보꼬리박각시 애벌레 <2018년 7월 5일 광주 동천동>

수많은 나방 애벌레 중 유독 만나고 싶은 녀석이 있다. 바로 이녀석이다. 초, 중령때와 종령때가 확연이 다르다. 도감에서는 봤지만 성장과정에서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고픈 마음이 꿀떡같았지만 내 눈엔 보이질 않는다. 지인들을 닦달(?)도 해보고, 먹이식물인 왕머루만 보면 발길을 멈추고 샅샅히 뒤져도 역시나다.

그러던 어느날, 숲해설가 후배로부터 카톡으로 사진이 왔다. 요 녀석이 누구냐고? 화순 도원마을에서 규봉암 가는길에 녀석을 봤다고…

드디어 이번에 만나는구나 하는 기쁜 마음으로 다음날 오후 급히 그곳을 갔으나 없다. 소나무를 타고 오르는 왕머루가 무성한데 그 녀석은 흔적도 없다. 야생화나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언제든 다시 찾으면 볼수 있는데 애벌레들은 그렇지 않다. 움직임이 둔할것같은데 잠시 한눈을 팔면 사라지기 일쑤다.

정말 인연이 닿질 않는것일까?

무등산 등산로 중 제일 좋아하는 곳은 제2수원지에서 용추폭포 가는 길이다. 식생도 다양하고 애벌레도 많이 볼수 있는곳이라 시간날 때마다 즐겨 찾는 곳이다. 간단한 도시락과 물 한병, 카메라 배낭에 담고 시내버스 타면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수 있는 보물창고다. 2018년 6월 19일, 드디어 녀석을 만나다.

털보꼬리박각시. 분백색 가루로 덮여 있고, 꼬리 돌기 대신 경광등 같은 노란 돌기를 가지고 있는 녀석.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충분한 먹이를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과연 어떻게 변해갈까?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먹이를 주며 관찰에 들어간다. 덩치가 작을땐 먹는 양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커가면서 많이도 먹어댄다. 유충길이가 72~75mm 정도니 그럴 수밖에…

탈피하는 순간을 담고 싶었으나 탈피한 뒤의 모습만 보여 아쉽다. 노란 돌기까지 그대로 탈피한다는게 참으로 신비스럽다.

㎜6월 29일, 녀석의 덩치가 많이 커졌다. 하지만 아직 4령이다. 열심히 먹으며 더욱 덩치를 키우던 녀석이 확 바뀌었다.

7월 2일, 샬레 속이 환하다. 어떻게 이렇게 확 변할수 있을까? 연두색 바탕에 자주색 줄무늬가 생겨 마치 머루 덩굴에 감긴 것처럼 보인다.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다. 꼬리쪽의 노란 돌기는 정말 빨간 경광등이 되었다. 이제 다 자란 것 같다.

어떻게 번데기가 될까? 부드러운 흙을 넣어주었다. 3일이 지나자 또 색이 변한다. 빨간 경광등은 황금구슬이 되고 짙은 갈색띠 곳곳에 황금무늬로 치장을 한후 천천히 흙속으로 몸을 숨긴다. 안전하게 번데기가 되어 9개월 뒤 나방으로 우화하여 또 다른 변신을 할 것이다.

이듬해, 4월이 한참 지났지만 애석하게도 녀석은 다시 내게로 오질 않았다. 뭔가 조건이 맞질 않았는지 우화하질 않는다. 실패하고 만 것이다. 아마도 번데기 기간이 매우 긴 시간인데 습도 등 조건을 맞춰주지 못한것같다. 더욱 더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소중한 생명이 헛되이 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많은 종을 사육한 것은 아니지만 번데기까지 잘 되었는데 우화시키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멋진 어른벌레의 모습을 함께 소개하지 못한점은 더욱 안타깝다.

허운홍 선생께 부탁하면 어른벌레 사진을 구할수 있겠으나 선뜻 그렇게 하질 못한다. 아마도 성격탓이리라. 그래서 더욱 더 발품을 팔고 다닌다. 언젠가 꼭 만날 것을 굳게 믿으며….

/글·사진 = 이정학 숲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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