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영암 창녕조씨(昌寧曺氏) 태호공파 태호종가 /서호사
한류콘텐츠 보물창고 광주전남 종가 재발견

더불어 사는 ‘대동계’, 현대판 ‘지방자치’ 모델

태호종가 서호사 전경

2천200년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전남 영암 구림마을에 종가를 열어 600여년 이어온 창녕조씨(昌寧曺氏) 태호공파 태호종가는 영암 구림대동계를 재구성하고 유지 발전시킨 가문이다. 대동계의 중심 가문이 되어 선구적으로 지방자치의 정신을 실천해 온 창녕조씨 태호공파 종가를 찾아 14세를 계승하고 있는 더불어 사는 지혜를 살펴본다.

8대 연속 평장사 고려명문가…조기서, 억울한 호남유생 구명
조행립, 영암구림에 종가열어…대동계 재조직 회사정 중건
마을에서 상부상조 풍속 전승…“600년 전통 지방자치 계승해야”

◇신라 장군 조계룡 시조

신라 보국대장군이자 제26대 진평왕의 사위였던 조계룡은 창성부원군으로서 경남 창녕을 본관으로 하는 창녕조씨의 시조가 된다. 화왕산 용담에서 한림학사 이광옥의 딸 예향이 용의 정기로 잉태해 태어난 아기가 겨드랑이에 조(曺)자를 새긴 채 태어났다는 조계룡 탄생설화가 전해져 용신의 혈통을 이어받은 씨족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창녕조씨는 5세 조겸이 중시조인데, 조겸의 손자 조연우부터 15세 조자기까지 8대에 걸쳐 문하시중평장사를 역임한 고려 명문세족이었다. 고려말 홍건적을 물리친 조민수(?~1390)가 공신이 되어 창성부원군으로 문화시중에 올랐다. 조선 전기에 대사성을 역임한 조위(1453~1503)는 김종직과 함께 신진사류로서 조의제문을 수록한 실록을 편찬했으며, 조식(1501~1572)은 지리산 자락 산청에서 학문연구와 강학에 힘써 정인홍, 곽재우 등 제자를 양성한 학자다.

◇조행립 외가 영암 서호로 피난

창녕 조씨 부제학공파를 연 조선전기 부제학 조상치(?~?)의 7세손 조기서(1556~1591)가 영암군 서호면 일대의 유력 가문인 선산임씨 임혼의 사위가 되었다. 조기서는 기축옥사 때 호남 유생들의 억울함을 상소했다가 간신의 질시를 받은 후 의금부도사 벼슬을 버리고 영암 서호에 내려와 임환(백호 임제의 동생) 등과 교유했다.

1592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기서의 둘째 아들인 조행립(1580~1663)이 어머니 임씨 등 가족들과 함께 외가인 구림촌에 피난해 정착하면서 태호공파 태호종가를 열었다. 그는 정유재란에 형제를 잃었으나, 예조참의와 승정원승지를 지낸 박동열(영암 서호의 반남박씨 박응복의 아들)에게 공부했다.

◇나라와 고장 위해 의병 창의·대동계 조직

조행립은 이괄의 난과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일으켜 공을 세웠으며 사헌부 감찰, 태인 현감, 익산 군수, 온양 군수, 군기시첨정 등의 관직을 거친 후 낙향했다. 영암 구림으로 돌아와 구림 대동계를 재조직해 왜란과 호란 등 연이은 전쟁으로 사나워진 향촌사회의 풍속과 고난을 상부상조로 이겨내고 미풍양속을 회복하는데 힘썼다.

구림대동계는 1609년 조행립을 비롯해 현건, 박성오, 임호, 박규정 등이 중수한 대표적인 동계로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600여년이 지속되고 있다. 동헌의 규약을 정하고 양반과 평민 모두 참여하는 촌락공동체다. 호남에 전승되는 대표적인 향약으로 평가되는 영암구림 대동계 문서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98호로 지정됐다. 영암 구림 대동계 문서는 총 3종 81책으로 구성돼 동계 창건 과정 1609~1743년까지의 동헌 규약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마을공동체와 더불어 산 600년 가통

구림 대동계 규약을 만들고 회사정을 중창한 조행립의 행적을 추모하기 위해 1677년 서호사(당시 이름은 태호사)가 건립됐다. 대원군 때 철폐됐다가 조행립 13세 조영현(1918~1994)이 중건했다. 종택은 14세 종손이 보존해 영암 조종수가옥으로 전라남도 민속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됐다. 종가는 많은 고문서를 보관해 왔고 향약계문서는 대동계에 넘겼으며 조행립의 문집 태호집을 발간했다. 종가의 가훈은 ‘아인(我忍)’이다./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태호종가 안채와 소나무숲이 우거진 뒷동산
서호사
회사정
보호수 소나무
가훈 ‘아인’이 새겨진 표지석. 종가 입구 다리 위에 세워져 있다.
유물전시관과 태호공 사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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