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그림으로 써내려간 고향의 풍경들
■한국화가 김양수 귀향 시화전
‘마음길 끝에서 풍경을 보다’
이달 31일까지 진도현대미술관
고향 담은 시화 30여 점 전시
자연ㆍ생명 숨결 섬세히 담아

김양수 작 ‘바람 한줄기’

“여귀산 자락을 품어온 날들이/ 어언 일 년 반입니다/ 번잡한 세상은 나를 잊고도 분주하지만/ 자연의 품에서 행복합니다/ 자욱한 골 안개 헤치고 나를 깨우는/ 새 울음소리/ 바람 타고 내려오는 풋풋한 들꽃/ 향기에 젖어/ 밤이면 달과 별을 온전하게/ 만나는 시간 속에서 깊은/ 사유의 감성을 만나게 됩니다/ 삶에 깃든 숨 가쁜 흔적들을/ 돌아보며 그리움으로 거머쥔/ 소중한 꿈들을 고향 품에서 펼쳐 봅니다”

중견 한국화가인 김양수 화백의 귀향 시화전 ‘마음길 끝에서 풍경을 보다’가 오는 31일까지 진도 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마음길 끝에서 풍경을 보다’의 제목이 말하듯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서 고향 진도에 귀향해 생활하며 가슴으로 매만진 시(詩)와 함께 시에 내재된 감성을 그려낸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김 화백은 남종문인화의 세계를 창출한 운림산방을 세운 소치 허련 선생의 역사를 품고 있는 전남 진도(임회면 용호리)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미술학부와 성신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중국 중앙미술학교에서 벽화를 전공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 42회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여는 등 국내외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김양수 작 ‘세상 풍경은 마음의 거울’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 2018년 귀향해 여귀산 자락에 ‘고요함을 잡는다는 마음’이라는 뜻이 담긴 화실 적염산방(寂拈山房)을 짓고,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는 등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귀산은 진도 임회면에 있는 해발 457미터의 산이다. 산골마을이 고향인 그는 새벽이슬에 옷깃을 적시며 소를 몰고, 산과 들을 품은 안개와 자유롭게 떠도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자랐다. 유년 시절에 보았던 자연의 풍경을 자신의 ‘그림’으로 삼았고, 그 그림들이 화가의 길을 걷게 했다.

자연을 소재로 선적인 한국화를 그려온 김 화백의 그림은 오랫동안 시와 함께했다. 수많은 시인들과 함께 시화전을 열어오기도 했다. 섬세한 감성을 헤아리는 그림을 선보여 시인들의 호평을 받아온 그는 스스로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한다. 2008년 첫 시집 ‘내 속 뜰에도 상사화가 피고 진다’를 비롯해 5권의 시화집을 펴낸 바 있다. 그의 시는 운율에 맞춘 호흡이 아닌 마치 화폭에 붓질을 놓아가듯 그려지는 특징이 돋보인다. 시를 그린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김양수 화백.

이번 전시에선 그의 글과 그림 실력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고향에서 생활하며 가슴으로 매만진 시와 그 속에 내재된 감성을 그려낸 그림들이 전시된다. 2행으로 쓴 ‘세상 풍경은 마음의 거울’이라는 시와 그림이 유독 눈길을 끈다. 화가의 의식에서 세상을 그려내고 시인의 생각에서 세상을 매만지는 느낌을 준다.

고향 땅으로 돌아온 즐거움을 표현한 ‘진도’를 비롯해 불교적 소양이 담긴 ‘차안과 피안’, ‘존재의 사유’ 작품도 이목을 집중시킨다. 자연과 생명 등 세상의 모든 숨결이 섬세하게 담겨있는 ‘가을 마음’과 ‘바람 한 줄기’ 작품도 눈여겨 볼만 하다.

김양수 작 ‘길 위에서’

그의 시 구절과 곁에 있는 그림들이 어울리는 이유는 보여주는 그림이 아닌 보고 싶은 그림을 그리려는 의식이 분명한 까닭이다. 시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시를 쓰는 역설적인 생각에서 빚어진 것이다. 또한 소통이 상실돼가는 시대의 모습을 아프게 생각하는 내면의 의식이 거울처럼 비쳐지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 화백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간사회의 단절과 봉쇄가 세계를 뒤덮는 요즘, 작품에 담긴 승화된 소통의 정신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며 “삶에 깃든 숨 가쁜 흔적들을 돌아보며 그리움으로 거머쥔 소중한 꿈들을 고향 품에서 펼쳐본다”고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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