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획]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 릴레이 인터뷰-김부겸 후보(기호 2번)
“호남 없인 당도 없고 정권 재창출도 없다”
“호남은 에너지·정보통신·문화예술, 농생명 등 혁신산업 특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라선 고속화 사업 반드시 반영”
“5·18, 여순사건 등 역사 바로 세우는 일 어정쩡하게 타협 안해”
 

8·29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김부겸 당 대표 후보는 호남 정치에 불균형이 생기면 호남 의원님들께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의 요직을 맡겨 중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김부겸 의원실 제공

<김부겸 후보 주요 공약>
-재집권 책임지는 2년 당대표
-공수처 출범, 검찰 개혁
-행정수도 이전·광역경제권 실현
-전국정당과 정권 재창출 통한 ‘백년 정당’
-당부터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정신 실천
-불평등 해소·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포용 사회 주도
-정책플랫폼 구축, 당의 정책 전문성과 현장성 강화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뽑는 8·29 전당대회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밋밋했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행정수도 이전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등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후보마다 해법에 있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등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됐다. 남도일보는 오는 8일 열리는 광주·전남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3명의 후보들과 서면을 통한 릴레이 인터뷰를 싣는다.

김부겸 하면 떠오르는 게 제2의 노무현이다. 안주하며 정치할 수 있는 곳을 마다하고 험지에서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김 후보의 강점이라면 청중의 감성을 자극하는 짙은 호소력을 빼놓을 수 없다. 대중 연설할 때 부드럽게 하다가도 중요한 대목에서는 사자후 같은 격정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 방’이 부족하다는 점은 늘 따라 다닌다. 돌직구를 날리며 여론의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절박함이 별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밋밋하다는 단점이 있다.

김 후보에게 광주·전남의 주요 현안 해법과 호남 정치가 나아갈 점에 대해 물어봤다.

-타 지역에 비해 낙후된 광주·전남의 경우 공공기관 시즌2에서 지역별 균등 배분보다는 규모의 공공기관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은데….

▶각 지역은 모두 그 지역 나름대로의 특성을 갖고 있다. 비교우위가 있는 분야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그 비교우위에 입각한 고도의 집약적,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의 전략산업 육성전략의 요체이다.

광주라면 누구나 인권을 떠올린다. 우리나라 인권정책의 컨트롤타워는 인권위이다. 인권위 정도가 광주로 이전해 세계적 차원의 인권 보호, 연구 기능을 수행한다면 광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아시아 인권의 중심도시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외에 한국지역난방공사나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등 에너지 분야, 정보통신, 문화예술, 농생명 등 관련 혁신산업 특화를 통해 광주·전남이 광역경제권을 실현할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

-공공기관 시즌2는 광주와 전남의 상생 차원에서 추진하는 유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광주와 전남도가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판단하는지.

▶참여정부 시절, 한국전력이 나주에 유치된 것은 광주와 전남이 공동으로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광주·전남이 지역의 전략산업을 특화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광역 경제권을 실현하는 관점에서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 간 이해 관계로 갈등과 논쟁이 있을 수는 있으나, 광주·전남이 공동 혁신도시로 지정됐던 것처럼 종합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했으면 한다.

-5·18진상규명특별법과 여순사건특별법이 수년째 지지부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이에 대한 생각과 처리방안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지만 우리 당의 의지는 분명하다. 특히 5·18 광주민중항쟁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삶의 지표와 같다. 당 대표가 된다면 잘못된 현대사를 바로잡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반드시 책임지고 처리하겠다.

여순 사건 역시 지난달 28일 소병철 의원님께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통해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법 통과에 최선을 다 하겠다.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는 어정쩡하게 타협하지 않겠다.

-정부의 국가철도망 구축 정책에 따라 전국이 KTX 2시간대 운행 시대다. 하지만 여수를 잇는 전라선만 아직도 3시간 대다. 전북 익산~여수 구간이 반쪽짜리 고속철도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뉴딜 사업에 전라선 고속화 사업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견해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을 통해서 ‘전국 2시간 생활권’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전라선KTX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여수까지 3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이것은 국가균형발전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 철학에도 맞지 않고, 전국 2시간 생활권을 구축하겠다는 정부의 포부와도 배치된다.

따라서 전라선 고속화 사업은 반드시 추진되어야 하고, 제가 책임지고 이뤄내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또한, 내년에 고시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전라선 고속화 사업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

-최근 들어 수도권 규제 완화가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유턴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도 지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으로 유턴기업이 줄어들고 있고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활성화 돼야 나라경제가 살아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이대로 지속하는 한 둘 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세제, 금융부문에 있어 지역에 더 과감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 소득세와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에서 수도권과 차이를 둬야 한다. 정부에서 지난 6월 22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는데, 유턴기업들에게 현재 5년간 100% 감면, 이후 2년간은 50% 감면한다고 했다. 수도권은 복귀 시 3년간 100% 감면한다고 했다. 지역에 소득세와 법인세 100% 감면 기한을 10년으로 확대하는 등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2017년에 조세특례제한법(제104조의 24)이 개정돼 수도권은 제외해 오던 세제지원을 수도권 중 성장관리권역, 자연보전권역은 세제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이 법을 비수도권에만 해당하도록 개정해야 한다

한편,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조성을 추진 중인 영암·해남 기업도시가 지식기반형 기업도시인 원주, 충주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챙기겠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중 13명이 초선이다. 이에 당내에서 중요 현안 또는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 조차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대표가 된다면 이런 문제점을 해소할 방안은 있는지.

▶호남은 우리 당의 뿌리이자 중심이다. 호남 없인 당도 없고 정권 재창출도 없다는 점을 먼저 분명히 말씀드린다. ‘호남 정치의 복원’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큰지도 잘 알고 있다. 제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수도권과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했지만, 제 정치적 요람은 ‘5·18 광주정신’이다. 오늘의 저도 우리 사회의 민주화도 광주·전남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제가 직접 챙기겠다.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김태년 원내대표가 순천 사람이다. 대표 경쟁하는 이낙연 의원님은 영광이 고향이시고 전남에서 4선 국회의원에 지사, 총리까지 지내셨다. 호남을 위해 충분히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당 지도부에 최고위원님도 나오실 거다. 만일 불균형이 생기면 호남 의원님들께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의 요직을 맡겨 중요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또, 당을 이끌어가는 정치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내년 재보궐 선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보선 결과는 향후 대선과 지방선거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견해와 대비책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특히 서울 민심이 급변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부산은 원래 민주당의 험지라 쉽지 않은데다 혹여 서울까지 내준다면 향후 대선에 엄청난 적신호가 켜지는 건 분명하다.

민생경제 악화, 부산, 서울시장의 성추문으로 인한 낙마, 부동산 대책, 검·경 갈등 등이 민심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원칙을 가지고 꿋꿋이 가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개혁 이슈에 관해선 어설프게 말을 바꾸거나, 멈칫거리는 순간 더 어려워진다. 국민께 사과할 건 확실히 사죄 드리고, 설명과 이해를 구하는 일이 필요하면 또박또박 하겠다.

이럴 땐 당 대표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 당 개표가 대권 때문에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순간 대선도 물 건너간다. 참여정부 임기 말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외딴 섬에 갇혀버렸는지 기억하고, 행동해야 한다.

제가 당 대표가 돼 불화살과 돌팔매를 맞겠다.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한다면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준비하겠다. 공당의 당헌은 원래 당원들과의 약속이지만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해서 만일 당헌을 개정하게 된다면 제가 국민께 설명드리고 석고대죄를 하겠다. 전당원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후보 공천과정에서도 당원과 국민들의 대의가 반영되도록 하겠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정부·여당이 광주·전남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예산·인사 등에서 광주·전남이 상대적으로 소외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지역민들의 이런 생각을 되돌릴 방안이 있다면.

▶나는 대구가 지역구였다. 대구는 더 난리다. 예산도 안 주고, 인사에도 불이익을 주고, 대구 숙원사업도 완전 무시한다고 난리를 친다. 패싱론, 소외론, 홀대론이 거의 매일 지역 신문에 나온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지역차별이 없는 정부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전국 지자체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는 중앙부처가 행안부다. 내가 장관으로 일할 때 내 눈으로 확인한 거다.

표 안 줬다고 그거 기억해 뒀다가 물 먹이고 표 많이 줬다고 흥청망청 퍼주고 그런 것 안 하는 정부다. 이제 그런 나라가 되었다. 대한민국 정부지, 부산 정부, 호남 정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광역 지자체의 실력이다. 어떤 지자체는 예산 부속 서류를 보면 똑 소리가 난다. 안 줄 수가 없다. 그런데 어떤 지자체는 밑도 끝도 없이 그냥 돈만 많이 달라고 한다. 어디에 예산이 더 가겠는가? 이젠 지방정부도 그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서울/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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