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전남 30세 미만 인구는 30만 명?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경제학 박사)

지난 5월, 전남의 출생아는 몇 명인가? 전남의 시군이 22개이니, 매월 평균 각 시군에서 50명가량 출생하면 전남의 매월 출생아는 1천100명쯤일까? 그렇다면, 연간 출생아는 1만3천200명이다. 현실은 어떨까?

고대광실 기와집에서는 웃음소리가 나지 않는데도 다리 밑 판잣집에서는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부잣집은 손이 귀했는지 아이가 한둘이고, 판잣집은 먹고살기 힘들 텐데도 속말로 대책 없이 아이가 많은 상황이다. ‘전설 따라 삼천리’에서나 들어봄 직한 이야기다.

6ㆍ25사변 기간에도, 1953년 7월 휴전 이후 폐허에서도 출생아는 지금보다 많았다. 1950년 출생아는 약 63만4천 명이다. 전쟁이 일단 멈추자 아이를 점지한다는 삼신할머니는 우리나라를 더욱 잘 살폈던 모양이다. 그 사랑의 열매가 출생아 90만 명을 돌파한 1955년 이후 1974년까지 끊이지 않은 ‘베이비 붐’(Baby Boom)이다. 20년 동안 매년 출생아가 90만 명을 웃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의 2019년 국내총생산은 1조6천억 달러(1,920조 원. 1달러 1,200원 상정)이다. 방탄소년단(BTS), K-팝,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에 유효하게 정면 대응한 K-방역 등등은 지구촌 주민이 부러워하는 한류(韓流)이지 않은가. 이는 1955-1974년 기간에는 상상도 못 했을 우리의 위치이자 모습이다. 그런데도 지금은 앞서든 부잣집처럼 아이의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귀한 나라가 되었다.

2020년 6월 전남 주민등록인구는 약 185만5천 명이다. 그중 30세 미만은 50만6천 명을 조금 넘는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인구 동향을 보면, 2019년 잠정 출생아는 전남 1만848명, 광주 8천377명이다. 올해 5월 출생아는 전남 801명, 광주 605명이다. 아마도 2020년 출생아는 전남 1만명 내외, 광주 8천명 내외일 거다.

몇 가지를 가정하자. 전남에서 매년 가임여성 숫자는 변동하지 않는다. 매년 출생아는 1만명이다. 모두 자연수명을 다한다. 인구의 유출과 유입은 없다. 그러면. 30년이 떠나간 2050년에 전남의 30세 미만 인구는 30만 명이다. 이런 추세가 80년간 멈추지 않으면, 2100년 전남의 80세 미만 인구는 80만 명이다.

현실에 맞게 가정을 완화하자. 가임여성 숫자는 계속 감소한다. 도중에 세상 소풍을 마치기도 한다. 전남에서 인구 유출은 유입보다 더 많다. 그렇다면, 2050년 30세 미만 인구와 2100년 80세 미만 인구는 각각 30만 명과 80만 명에 미치지 못할 개연성이 다분하다. 올해 6월 30세 미만 인구 50만6천 명이 30년 동안 모두 생존한다면, 2050년 30~60세 미만은 50만6천 명이다. 앞서 가정한 조건에서 산출한 2050년 30세 미만 인구 30만 명을 고려하면, 2050년 60세 미만 전남 인구는 80만 명을 조금 넘는다.

이런 상황이라면, 전남에서 출산율의 높낮이를 따지는 일은 헛수고이겠다. ‘출산’보다는 ‘출생’이 더 문제이다. 삼신할머니가 ‘생명의 땅, 으뜸 전남’을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요컨대, 출생아의 절대 숫자를 봐야 한다. 급격한 인구감소시대가 코앞에 닥쳤다.

전남은 어떤 대응책을 고민하는가? 잘 모르겠다. 엄중한 인구 상황이다. 우선 용어를 ‘저출생’으로 바꿔야 한다. 출생과 출산의 주체는 서로 다르다. ‘저출산’은 관계자의 마음을 불편케 한다. 둘째, ‘초저출생 재난 연대기금’(가칭) 조성을 제안한다. 연대와 협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돌파하기 어려운 불가역적 상황으로 보인다. 셋째, 십일조는 못 할망정 이십일조, 즉 20분의 1은 출생아에게 바쳐야 하지 않겠는가? 전남이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되려면, 즉 인구의 확대 재생산이 충분히 이뤄지려면, 광활한 우주를 방황하는 장래 출생아가 전라남도로 와야 한다. 전남 예산의 5%를 매년 출생아 집단에 투자한다. 어떠한 토목공사보다도 장기 수익률이 높을 거다. 투자지출은 출생 시점부터 30세 미만 때까지 U자형으로 나누어 이뤄지도록 한다. 도덕적 해이나 소위 먹튀는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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