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편지-민주당 광주 국회의원들 원팀 정신 살려야

오치남<이사대우/정치·총괄데스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강조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원팀(one team)’이다. 원팀 정신으로 제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이전 국회가 ‘동물·식물국회’란 오명을 쓴 마당에 국민들의 시선을 끄는데 안성맞춤이다. 각종 민생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하지만 원팀 정신이 177석의 거대여당 독주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8명의 민주당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의 원팀 정신은 살아 있을까? 다른 사안은 몰라도 광주시당위원장 선출 논의 과정은 ‘아니올시다’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광주시당위원장은 송갑석(서구갑) 현 위원장 연임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송 위원장 개인에 대한 유감은 털끝 만큼도 없다. 오히려 광주지역 8명 의원 가운데 유일한 재선 의원이란 강점을 갖고 있다. 가장 합리적이고 열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의원이다. 초선 의원시절부터 광주 뿐만 아니라 전남지역 국고 확보에도 열성을 보여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문제는 위원장 선출 논의 과정이다. 당초 송 위원장은 위원장을 내려놓고 중앙정치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이병훈 의원(동남을)과 조오섭 의원(북갑), 민형배 의원(광산을) 등 3명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끼리 ‘원팀’이 아닌 ‘자리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경선 대신 추대로 위원장을 선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모두가 자신을 추대해 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병훈 의원과 민형배 의원이 지역정치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불출마를 선언했다. 조오섭 의원은 송 위원장이 추대되면 반대할 생각이 없다며 불출마로 돌아섰다.

이병훈(광주 동남을) 의원은 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달 29일 입장문을 통해 “시당위원장 합의 추대 논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시민들의 눈길이 싸늘해져 누군가는 결단해야 했다”며 “제 양보로 광주시당이 시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들에게 화합하고 단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민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 어제 현 시당위원장인 송갑석 의원께 서신으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면서 “향후 시당위원장 합의 추대에 사심없이 임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조 의원측 관계자는 “두 분이 불출마하면 조 의원도 불출마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송 의원이 합의 추대된다면 의원들의 뜻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대외용 메시지일 뿐이다. 본인 아니면 나머지 2명 중 그 누구도 안된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는시당위원장을 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저마다 극구 부인하겠지만 정치적 역학 관계가 얽혀 있다. 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나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 출신인 이병훈 의원은 이용섭 시장의 재선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조오섭 의원은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광주시장 재도전에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 민형배 의원에겐 차기 지방선거가 정치적 보폭을 넓힐 절호의 기회다.

광주시당 위원장 선출은 도전장을 던진 3명 의원 가운데 1명을 추대하는 원팀 정신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결국 송 위원장 연임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앞서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신정훈(나주·화순) 의원의 양보로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이 추대돼 대조를 보였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3명 의원들의 출마 포기로 인해 위원장 연임쪽으로 가닥잡은 것이 원팀 정신이라고 강변할 수 있다. 하지만 위원장 선출 논의 과정에서 빚어진 의원들간 앙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내년 광주시의 현안 사업부터 비상이다. 광주의료원 설립, 5·18 역사왜곡 처벌 특별법 제정, 국방부 주도 군(軍)공항 이전 특별법 개정, 경제자유구역 법인세 감면, 상생형일자리 근로자 주거지원 규정 마련, 국립 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 건립, 한국문화기술(CT)연구원 설립, 인공지능 산업육성·데이터처리 특별법 제정 등 핵심 현안 지원과 관련, 광주지역 의원들의 원팀 정신이 절박한 실정이다.

이제 정치적 이해관계는 접고 송갑석 위원장을 중심으로 의원들이 원팀으로 뭉쳐 열악한 광주지역 경제 활성화와 글로벌 대한민국 완성에 앞장서는 작지만 큰 ‘9선(選) 그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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