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 설립부지 ‘기부 아닌 기부’ 시비
철저한 계산 속 막대한 개발이익 ‘꼼수’
‘전남도-나주시-부영’ 3자 서명 검증 절실
공공성 담보가 특혜의혹 해결하는 ‘열쇠’

한전공대 부지 제공을 놓고 전남도-나주시-부영 간 보이지 않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28일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한전공대 설립 부지 기부증서 전달식.

한전공대 유치를 놓고 인근 광주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였던 전라남도. 교육, 교통, 수도권 접근성 등에 상대적으로 밀렸지만, 최후의 승부수로 던진 ‘부지제공’은 신의 한수라는 당시의 평가를 받았다.

한전공대 설립지원위원회는 지난해 1월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CC를 한전공대 부지로 결정했고, 전남은 한전공대 유치전의 최종 승자가 된다. 하지만 현재 ‘부지제공’은 각종 특혜의혹에 시달리며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부영그룹이 무상 기부한 면적은 한전공대 캠퍼스 설립 부지의 100%에 해당한다. 해당 토지의 감정가는 806억원이다. 하지만 부영이 800억원이 넘는 상당의 부지를 무상으로 기부하는 배경에는 전남도-나주시-부영 간의 보이지 않은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신의 한수 ‘무상 부지제공’ 과정

한전공대 유치를 위해 ‘부지제공’의 시작점은 지난 2018년 12월2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김영록 전남지사는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집무실에서 무상기부에 대한 구두약정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2019년 1월 초순께 전남지사-나주시장-부영그룹 회장이 이 구두약정 한 내용을 문서화해 3자가 서명한다. 같은해 1월28일 부영CC는 한전공대 부지로 최종 확정 발표된다.

이어 실무적 조정을 거쳐 부영그룹은 지난 6월 28일 서울 본사 사옥에서 ‘한전공대 설립부지 기부증서 전달식’을 진행한다. 이날 행사는 부영그룹이 앞서 지난해 8월 학교법인 한전공대와 체결한 ‘캠퍼스 설립부지 무상기부 약정’을 실행에 옮기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영그룹은 기부증서 전달식을 끝으로 나주혁신도시 내 부영CC 전체부지 75만3천586㎡ 가운데 53%에 해당하는 40만㎡에 대한 부동산 소유권 등기를 학교법인 한전공대 측에 곧바로 이전하게 됐다.
 

한전공대 설립지원위원회는 지난해 1월28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에 한전공대를 설립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사진은 한전공대가 들어설 부지 전경.

◇부영의 무리수 배경‘사전합의설’

특혜의혹의 시작점은 부영주택이 지난해 10월 골프장인 녹지의 토지 용도를 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나주시에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불거졌다. 의혹의 중심에 선 부영그룹이 철저한 계산 속 기부채납을 통해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부영그룹은 한전공대 부지로 무상기부하고 남는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CC 잔여부지 35만3천586㎡에 28층 아파트 5천328가구 신축을 추진을 하면서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관련업계는 이 일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최대 6천700억원의 사업수지를 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총 사업비(분양대금)는 1조5천억원이며 여기서 토지대 840억, 건축비 6천600억, 판매비 340억, 제세공과금 등 부대비용 440억, 금융비용 630억 등 지출비용을 제하고 남은 사업수지가 6천700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부영 측이 이같은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 전남도, 나주시와의 사전합의설 등 여러 의혹이 일고 있다.

부영주택이 나주시에 제출한 제안서에는 골프장 잔여부지에 건폐율 50%이하, 용적률 185%이하, 최고 28층·평균 24층, 주택규모 59㎡초과 ~85㎡이하 아파트 5천868세대를 신축하겠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나주시와 협의과정에서 용적률과 세대수 등이 줄었지만 여전히 과도한 용적률과 층고 등은 특혜로 볼 수 밖에 없다.

부영주택이 제안한 용적률은 179.94%이나 기존의 나주 혁신도시 내 다른 아파트들의 용적률은 175%다. 용적률을 5%p 높이지 않을 경우 가장 인기 있는 32평형, 전용면적 85㎡의 규모의 5천여세대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부영 측이 최고 28층으로 짓겠다고 제안한 것 역시 현재 혁신도시 내 아파트의 최고 층수는 모두 25층 이하라는 점에서 이대로 허가가 나올 경우 특혜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철저히 계산된 기부(?)

지역사회에서는 특혜논란을 낳는 부영그룹이 한전공대 부지를 사전에 알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전공대 입지선정 공동위원회는 2019년 1월 28일 서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한전공대 범정부 지원위원회’ 본회의에서 나주 부영CC를 한전공대 입지로 최종 발표했다.

당초 후보지는 광주 북구 첨단산단 3지구, 남구 에너지밸리산단, 승촌보 일대 등 광주 3곳과 나주 부영CC, 도 농업기술원, 산림자원연구소 등 나주 3곳 등 총 6곳이었다.

공동위는 같은 달 25일 6곳 중 광주첨단산단 3지구와 나주 부영CC 2곳으로 압축한 뒤 최종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논란은 입지 발표 직전 부영그룹이 골프장과 맞닿은 전남개발공사의 장기 미분양 땅을 전격 매입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다. 골프장의 절반(40만㎡)가량을 기증한 부영그룹은 입지 발표 전 혁신도시 내 문화시설(3만4천782㎡)을 그룹 주력사인 부영주택 이름으로 223억원에 수의계약으로 매입했다.

중도금을 치르고 현재 15%가량의 잔금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남개발공사가 2013년 분양에 나선 이 땅은 한동안 구매자가 없다가 2015년 한 업체에 팔렸으나 대금 납부가 미뤄져 결국 계약이 취소됐다. 이후 장기간 미분양 상태로 있다가 한전공대 입지 결정을 앞두고 매수자가 등장한 셈이다.

이에 지역사회에서는 “한전공대가 들어서지 않는다며 굳이 쳐다볼 이유가 없는 땅을 서둘러 산 것 자체가 사전에 입지에 관한 정보가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 부지는 문화 관련 공연장, 극장 등 문화시설로 절반가량 채우면 나머지는 업무시설(오피스텔) 등을 지을 수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에 문화시설과 업무시설 등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사전 준비가 있었다는 것이 관련 업계에서 나온다. 이에 부영의 철저히 계산된 기부였다는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나주시의회 일단 제동

이같은 특혜논란이 일자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은 물론 나주시의회에서도 부영그룹이 주택사업 특혜를 전제로 ‘기부 아닌 기부’를 했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영그룹의 전남 나주 빛가람 혁신도시 아파트 건립 특혜 논란과 관련해 나주시의회가 공공성 보장 없이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거부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부영 측에서 제출한 도시관리계획 입안서를 넘겨받는 대로 의견 청취를 위한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아파트 건설 등을 위한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려면 지방의회 의견 정취가 필수적이다.

시의회는 특혜 논란이 불거진 현재 내용대로라면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 안건 상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학교, 공원화, 체육 등 시민 편의 시설 확충 계획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김영덕 나주시의회 의장은 “사회적 환원 없이 이득만 취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입안서가 넘어오면 전체 의원 의견을 수렴해 처리 방안을 논의하겠지만 공공성 강화 방안 없이는 안건 상정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문제의 핵심은 부영주택이 빛가람 혁신도시의 한전공대 부지 기부채납을 통해 개발 이익을 얻으려고 했다는 것에 전남도와 나주시의 특혜 시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특혜 시비 해소를 위해 공공성을 얼마나 담보하느냐에 이러한 의혹들이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서부취재본부/박지훈 기자 jhp9900@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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