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 없이 학생 모집한 ‘한국창의예술고’
전문성 미비 실용음악과 학생만 줄 자퇴
교육 기자재도 부족…도미노 이탈 우려
학교 “학부모 의견 수렴 조속히 개선할 것”
 

광양시 소재 한국 창의예술고 전경.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세계 수준의 문화예술 인재 양성을 목표로 32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설립된 광양시 소재 한국 창의예술고등학교지만 제대로 된 교육환경조차 갖추지 않고 개교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개교 4개월 만에 학생들이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하며 줄줄이 자퇴를 하고 있어 교육당국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3월 개교한 한국 창의예술고는 창의음악과 2학급, 창의미술과 1학급 등 모두 3학급에 55명이 입학해 현재 교장을 포함해 22명의 교사 및 교직원이 재직 중에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지난 6월 1일 대면 수업이 시작된 이후 두 달간 3명의 학생이 중도 자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퇴한 학생들은 모두 실용음악 전공이었는데 이에 따라 12명 정원의 실음음악 전공 학생들은 9명만 남았다.

문제는 이들뿐만 아니라 다수의 학생들도 자퇴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학부모와 학생들은 실습 시설 미비와 교사의 전문성 등 기본적인 교육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실용음악 전문 담당교사가 없는 점 ▲연습실과 악기 부족 등 시설 미비 ▲기숙사 수용인원 부족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더 나아가 실용음악 전문 담당교사가 없어 이해도가 떨어지고 멘토 교사로서의 지원역할도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일부 과목의 경우 실기 강사도 없고, 교육 기자재조차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학생 개인장비로 연습하는가 하면 다른 학생은 아예 장비가 없어 개학 이후 연습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적인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장남감 같은 장비로 연습하게 하는가 하면 연습실 공간 부족, 방음 문제 등으로 개인 연습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내비치고 있다.

학생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전문교사는 물론 시설미비 등 교육환경을 갖추지 않고 먼저 관련 학과를 만들고 학생 모집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도 학부모들의 이런 불만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학교 관계자는 “전문교사 문제와 관련해 클래식음악에 비해 실용음악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관련학과가 신생되는 추세라 전남권에서는 강사 구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공립학교 특성상 예산 집행과 강사 채용을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토록 교육청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악기 부족, 시설 미비 문제에 대해서도 “악기 등이 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이 많은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세팅이 늦어졌다“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수용하고 조속히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석웅 전남교육감도 “창의예술고 개교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 “다만 신생학교인 만큼 진학실적, 강사풀 문제 등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창의와 융합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고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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