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평화주간’과 호남

최영태(전남대 명예교수·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행사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201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사에서 2020년부터 매년 8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6일간을 김대중 평화주간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시민사회와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대로 광주시와 ‘김대중 대통령 서거 11주기 행사위원회’는 금년 8월 13일부터 18일까지 6일간을 ‘김대중 평화주간’으로 선포한다.

첫날인 8월 13일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3년 해외에서 반유신 투쟁을 하다가 박정희 정권에 의해 일본 동경에서 납치되어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기적적으로 생환한 날이다. 8월 18일은 김대중 대통령이 2009년 85세의 일기로 생을 마감한 날이다. 평화주간에는 13일 평화주간 선포식을 시작으로 학술행사, 토크 콘서트, 사진전, 추도식, 추모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민주개혁진영의 지도자 김대중은 1997년 12월 대통령 선거 승리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 재임 중(1998.2-2003.2)에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IMF 위기를 조기 극복했으며, IT 강국을 건설했다. 복지국가의 초석을 다졌고, 문화 예술을 크게 진흥시켰다. 민주·인권 지도자로서뿐만 아니라 국정 운영자로서도 매우 유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 전직 대통령 김대중을 평가하면서 “우리 역사에 그런 지도자는 없었으며, 세계에 자랑할만한 지도자”라고 평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삶과 업적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도 높은 평가를 했다. 그가 수상한 노벨평화상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김대중은 세 가지 신앙을 가졌다. 첫째는 그가 믿는 하나님이었다. 하나님은 그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게 만든 정신적 원천이었다. 둘째는 국민이었다. 그는 국민이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이라고 믿었다. 그의 이런 믿음에 민주개혁세력과 호남인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했다. 특히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은 1997년 12월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각각 97.3%와 94.6%의 지지를 보낼 만큼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 주었다.

호남인들이 김대중에게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은 그가 단순히 호남 출신이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호남인들은 김대중이 추구한 비전과 정책 즉 민주주의, 평화, 복지, 지역균형발전 등이 호남인들이 중시한 비전 및 정책과 같았기 때문에 지지했다. 이를테면 김대중과 호남인들은 전 인류가 추구한 보편적 가치를 매개로 소위 가치동맹을 맺었다. 우리 역사를 크게 발전시킨 아름다운 동맹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려는 이유로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선거에서 여러 차례 패배했다. 그때마다 그에게 위안으로 다가온 것은 그의 세 번째 신앙인 역사였다. 그는 자신의 노력이 당대에서 평가받지 못하더라도 역사가 평가하리라고 믿었다. 그는 “역사의 뒤편에는 정의와 진실을 주관하는 신이 계실 것”이라고 믿었고, “역사 안에서 정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필자는 광주가 ‘김대중 평화주간’을 설정하고 그를 추모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첫째, 그와 호남인들이 지난 40여 년 동안 함께 이룩한 자랑스러운 가치동맹에 대한 존중의 의미이다. 둘째, 지역주의와 냉전 논리 때문에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있는 그의 삶과 업적에 대한 정당한 평가 과정이다. 셋째, 아직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민주주의, 평화와 통일, 복지,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다. 넷째,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모범적 삶을 산 그의 생으로부터 위로와 용기와 격려와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대한 정치인이면서 동시에 훌륭한 사상가이다. ‘김대중 평화주간’은 광주에서 처음 선포되나 차차 전남, 전북, 그리고 전국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 유엔이 2013년 사망한 남아공의 지도자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를 기념하는 ‘만델라의 날’을 지정했듯이, ‘김대중의 날’을 지정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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