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교장공모제 겉돈다
일선 학교 현장 곳곳서 온갖 구설·잡음
전교조 출신 상당수 차지 뒷말 ‘무성’
장석웅 교육감 ‘코드 인사’ 의혹 제기도
지역 교육계 “공정성 확보 필요” 지적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취임 이후 교육감 공약이행점검단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공모교장에 임용된 것을 두고 ‘코드 인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전남교육혁신 정책협의회에서 교육감 공약이행점검단(전남교육혁신기획단 포함)이 1년 6개월 동안의 운영성과를 보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전남교육청 제공
전남도교육청 전경.

전남도교육청이 실시하는 교장공모제가 여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교장 임용 제도에 새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취지였지만, 현장에선 온갖 구설과 잡음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특히 장석웅 교육감 취임 이후 교장공모제가 ‘코드 인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지역 교육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장 교육감이 교육행정 전반에 혁신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혁신의 핵심 요소인 인사 문제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장공모제는

12일 전남교육청과 지역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시범운영을 시작해 2010년 법제화된 교장 공모제는 말 그대로 교사와 학부모가 교장을 뽑는 제도다. 승진 중심의 교직 문화를 개선하고 능력 있는 교장을 공모해 학교 자율화와 책임경영을 실현한다는 취지다.

교장 공모제는 내부형, 초빙형, 개방형으로 나뉜다.

초빙형은 교장 자격증이 있는 교육 공무원 중에 교장을 선발하지만, 내부형에서는 초·중등학교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도 지원할 수 있다. 개방형은 교장 자격증은 물론 교사 자격증 없는 일반인도 지원이 가능한 방식으로 주로 특성화 학교에서 채택한다.

전남에서는 424개 공립 초등학교 가운데 67개교(초빙 44개교·내부 23개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학교는 215개교 가운데 26개교(초빙 15개교·내부 9개교·개방 2개교), 100개교 고등학교 가운데는 21개교(초빙 2개교·내부 11개교·개방 8개교)가 교장공모제 시행 학교다.

도교육청은 다음달 1일자로 초등학교 5개교(내부 4개교·초빙 1개교), 중학교 3개교(내부 1개교· 초빙 2개교), 고등학교 1개교(내부)를 시행할 예정이다.

◇곳곳서 ‘시끌 시끌’

문제는 교장공모제에 대한 공정성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고흥의 한 중학교는 9월 1일자 공모교장 선발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교장 공모 과정에서 특정 교원단체 인사들이 A씨를 당선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A씨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교조 전·현직 인사들이 정보를 공유하며 교사와 학부모들을 접촉하는 등 심사과정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쳤다는 말이 지역 교육계 안팎에서 튀어 나오고 있다.

보성의 한 중학교도 교장공모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학교는 9월 1일자 교장 공모 접수결과 1명만이 접수해 재공모에 들어갔으나 추가접수자가 없이 1명만 심사를 벌였다. 심사결과 접수자가 규정을 어긴데다 답변마저 불성실해 1차 심사에서 불합격 처리됐다. 이 학교 학부모운영위는 내년 3월 1일자 교장공모제를 실시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도교육청은 교장 공석으로 인한 교육과정 운영 파행 우려 등으로 받아주지 않고 있다.

전교조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지난 2월 입장문을 내고 “현장 의견보다 시·군 지역교육청 의견이 중시되는 공모제 선출 방식을 개선할 것”을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전교조는 “전남 동부권 모 지역의 경우 학교심사에서 1위한 후보가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고, 혁신학교 근무 경력과 추진실적이 우수함에도 해당 지역교육청의 2차 심사에서 순위가 뒤바꼈다”며 “학교 의견은 무시하고, 지역청 의견을 우선시한 건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내부형 공모제 심사위원 10명 가운데 현직 교장 3명에 장학사, 교감, 퇴직 교원까지 6명을 관리자 중심으로 구성한 것을 두고는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교사 출신의 교장 진출을 막겠다는 관리자들의 공공연한 압박”으로도 해석했다.

◇‘코드 인사’논란도

전교조 전국위원장 출신인 장 교육감이 공모교장제를 통해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져 나왔다.

민선 3기 전남도교육기획단 교육감공약이행점검단 출신 인사들이 잇따라 공모교장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공약이행점검단은 지난 2018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도교육청에 설치된 비상설기구다.

교육감공약이행점검단에서 활동한 교사 5명 중 2명이 올해 3월 1일자 공모 교장에 임용됐다. 이들은 전교조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에 휩싸인 고흥 중학교의 A씨도 교육감공약이행점검단 출신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달 13일 발표되는 인사 결과에 따라 장 교육감의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교장 공모는 통상 3배수를 인사위원회에서 추천하면 교육감이 최종 후보 1명을 선택, 교육부의 제청을 받아 임명한다.

지역 교육계 안팎에서는 기회 보장이라는 교장 공모제의 취지를 거스른 결과는 현장 교원들의 상실감만 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인사는 “특정인을 위한 코드 인사에서 탈피, 신망이 두텁고 존경받는 교원이 임용될 수 있도록 교장공모제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짬짬이, 깜깜이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인사가 조직과 교육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전남교육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는 “장 교육감 취임 이후 전교조 출신들이 공모 교장 상당수를 차지하면서 석연치 않은 이야기들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며 ”공모제가 바람직한지, 제도는 바람직한데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교장공모제는 현재 원칙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면서 “사전에 운영위원회 포섭한다거나 지원자 담합 등에 대해 철저히 감시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안세훈 기자 as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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