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용 광주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소금값 하는 사람
문민용(광주제일교회 담임목사)

소금은 평범하다. 그래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싸구려 취급을 받기도 한다. 빛은 자신을 드러낸다. 반면 소금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음식에 들어가 소리 없이 녹아서 맛을 나게 한다.

소금이 우리 삶에 주는 유익은 어마어마하다. 우리 몸속에서 소화, 해독, 살균, 노폐물을 제거하고 맛보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고 사물을 보는 것도 소금 없이는 안된다. 로키산맥 바위 절벽에는 매일 수많은 산양이 수백 미터 낭떠러지 길을 기어오르는 희한한 광경이 벌어진다. 바위 틈새에 묻어있는 소금기를 먹기 위함이다. 소금을 먹지 못하면 발톱이 물러져서 걷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고대인은 소금을 변함없는 우정·성실·약속의 상징으로 여겼다. 마야 문명에서는 소금에 기름을 섞어 간질약으로 사용했고 출산 진통제는 소금에 꿀을 섞어 만들었다. 일본의 전통 극장은 악령들로부터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 공연 전 무대 위에 소금을 뿌렸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금은? 황금이요. 가장 소중한 금은? 지금이요. 가장 맛있는 금은? 소금이라 말한다. 그렇다. 금처럼 귀한 것이 소금이다. 속담에 평양 감사 보다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다. 소금이 얼마나 귀했길래 이런 말이 생겼을까?

소금은 황금과 맞먹는 결제 수단이자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로마에서는 군인들이 소금으로 보수를 받았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전쟁을 앞두고 소금을 공짜로 배급하여 민심을 얻었다. 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한 것이 소금이었다.

리더도 그렇다. 우리 삶에 리더는 조직에 꼭 필요한 필수품으로 마땅히 소금 값(가치)을 해야 한다. 소금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맛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소금 가치는 무엇인가? 소금은 녹아야 맛을 내듯이 조직 속에 녹아서 희생하는 리더가 소금 리더다. 월급과 판공비만 축내는 리더나 자기 유익만을 챙기는 암 덩어리 같은 리더는 우리를 아프게 하고 사회를 부패하게 한다.

김영삼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간디의 7대 사회악이 기재된 두루마리를 선물 받았다. 일하지 않고 얻은 재산, 양심이 결여된 쾌락, 성품이 결여된 지식, 도덕이 결여된 사업,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원칙이 없는 정치였다. 소금값 하는 리더라면 이 7대 악을 자신을 망치게 하는 핵폭탄이라고 가슴에 새겨 끝까지 소금 맛을 잃지 않는 원칙 중심의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데데한 사람을 ‘싱거운 사람’이라 하고 알찬 사람을 ‘짭짤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기 돈 쓸 줄 모르는 사람을 ‘짠돌이’라고 한다. 한번 약속하면 변치 않고 끝까지 의리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소금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 리더는 모자라도 넘쳐도 안 되고 꼭 맞게 섞이고 녹아서 맛을 내야 한다. 음식 속에 들어있는 소금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소금값 하는 리더도 자신이 녹아서 보이지 않아야 한다.

큰소리 뻥뻥 치며 허풍스러운 리더는 녹지 않은 리더로 조직 속에서 맛도 못 내고 제값도 못한다.

자신을 녹여 생색내지 않으며 모든 공은 함께한 사람들에게 돌리고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지는 리더가 소금 같은 필수품 리더다. 특히 남을 무시하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으며 무슨 말을 하든지 무슨 일을 하든지 조화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소금 리더다. 맛없고 싱거운 세상에 맛을 내고 제값 하는 진국 같은 리더가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리더는 방부제다.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 소금은 가장 훌륭한 방부제였다. 소금 리더의 인격과 덕행은 사회와 조직에서 맛을 내고 방부제 역할로 부패를 막아주어야 한다. 부패의 길로 끌고 가는 리더가 있고 부패에서 건져주는 리더가 있다. 리더가 부패할 때 세상은 희망이 없다.

이 사회는 간절히 소금 리더의 등장을 고대한다. 우리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소금값 하는 가장으로 소금값 하는 주부로, 소금값 하는 학생으로, 그리고 소금값 하는 사회인으로 담대하게 살자. 그래서 우리 모두 이 사회에 맛을 내고 부패를 막는 소금 리더로의 역할을 다하여 아름답고 소망스러운 세상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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