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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무지와 탐욕이 빚은 홍수
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무지와 탐욕이 빚은 홍수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박준일
지난 8월 8일. 섬진강댐 하류의 홍수로 구례와 곡성, 하동지역 주민 3천여 명이 졸지에 이재민이 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지금도 지방자치단체 체육관 등 임시시설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재산 피해액도 5천억 원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위로차 다녀갔다.

그러나 이번 물난리를 겪으면서 이해관계 기관들은 천재지변이라거나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그 어느 기관도, 단체장도 일순간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주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국회 답변에서 ‘500년 빈도의 비 때문이다’며 비를 탓했다. 수해지역 주민들로부터 물 폭탄 방류로 이번 홍수사태의 중심에 있다는 원망을 받는 수자원공사도 ‘천재지변’을 탓했다.

도대체 8월 6∼8일 사이 다목적댐인 섬진강댐 하류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섬진강댐은 지난 6월부터 시작된 긴 장마로 190m 이상 수위를 유지했으나 왜 선제적 방류를 하지 않았을까. 8일 오전 8시쯤 수위가 계획홍수위인 197.7m에 근접해오자 오전 6시 30분부터 수문을 열고 초당 1천톤에서 1천800톤까지 늘려 뒤늦게 방류했을까 이다. 의구심은 꼬리를 문다.

수자원공사는 홍수가 난 전날인 7일 오전 11시부터 집중호우로 오후 6시에는 유입량이 초당 2천500여 톤에 이르렀는데도 같은 날 낮 12시, 고작 200여 톤에서 400여 톤으로 늘렸다.

수자원공사는 앵무새처럼 “방류는 매뉴얼대로 진행했다”는 해명을 반복하지만 궁색하기 그지없다. 섬진강댐은 오전 8시 기준, 6일 저수율이 74%, 7일 75%에서 8일 오전 8시가 넘어 90%로 치솟았다. 6∼7일부터 저수량 조절에 나섰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댐의 한 관계자는 본지 취재 과정에서 “기상청의 강수량 예보를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선제적 방류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너무도 황당하고 당당한 항변에 분노마저 인다. 물론 이번 홍수는 50일여간 계속된 장마에다 한꺼번에 쏟아진 500㎜가 넘는 폭우가 원인이겠지만 그 이면은 좋게 해석하면 섬진강댐 방류조절 실패이고 나쁘게 해석하면 물장사 탐욕이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 관리 주체인 환경부가 지자체와 주민들의 원성이 커지자 등 떠밀려 댐 방류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셀프조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구례는 자체 진상조사팀을 꾸리고 나섰다. 불신감의 방증이다.

하나님께서 물로 이 세상을 심판하셨다는 성경 속 ‘노아의 방주’가 떠오른다. 구약성서 창세기 편에 아담이 하나님의 동산 에덴에서 쫓겨난 후 사람이 이 세상에서 번성하면서 점점 타락한 인간을 심판하기 위해 대홍수가 이 땅에 40일이나 계속되면서 노아와 그 가족, 함께 방주에 오른 동물만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노아의 방주가 타락한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었다면 이번 섬진강댐 하류 지역의 홍수는 거의 만수위가 되도록 물을 담고 있었던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관계기관 때문이다. 어떤 이유와 해명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물장사의 원조는 조선시대 대동강물을 팔아먹은 구전설화의 인물 희대의 사기꾼 봉이 김선달이다. 공공재인 물이 현대판에서는 기업들이 생수라는 이름으로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지 오래됐고 공기업에서는 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 등이 상수도와 공업용수, 농업용수로 물장사를 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은 발전용수로 관리한다.

실제로 섬진강댐과 주암댐에서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공업용수로만 660억 원의 물장사를 했다. 인근 수어댐에서 광양제철소나 여수산단에 공급하고 있는 공업용수량이 1일 80여만 톤에 이른다고 하니 이 물값만도 연간 2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물장사 욕심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 말고는 다른 이유로는 도통 납득 할 수가 없다.

선의적인 해석이 홍수조절 실패이지 만약 물장사 욕심 때문에 만수위까지 고집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수위 가까이 물을 가두고 있었던 것이 현장직원의 판단인지 아니면 상부 간부들의 판단이었는지,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는지를 가려서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다.

주암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8일 오전 9시 40분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 초당 700톤의 물을 방류했다. 섬진강댐과 주암댐 방류수는 곡성 압록에서 합류해 구례를 끼고 광양과 경남 하동으로 흘러내려 간다. 이 때문에 하류 지역은 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섬진강댐은 2017∼2018년 사이에는 평균 50% 이하의 저수율에 머물렀고 지난해에도 60%대에 머물렀던 저수율을 감안 하면 수자원공사가 저수율이 90%가 돼서야 방류를 시작한 것은 명백한 인재다. 환경부의 진상조사팀이 언론과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이유를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60년전 완공된 섬진강댐의 홍수기 제한수위를 근거로 한 매뉴얼이 아닌 기후변화에 대응한 현실에 맞는 새로운 매뉴얼을 만들어야 이번과 같은 제2의 물난리를 방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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